[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에 책임이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사회적 불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시대한국교회신생태계조성및미래전략수립을위한설문조사TF(소강석 대표)와 CBS·극동방송 등 교계 언론 8곳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의 종교 영향도 및 일반 국민의 기독교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9월 1일 발표했다.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 결과에는, 최근 연이은 집단감염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교회의 처참한 성적표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개신교계의 대응에는 74%가 '전반적으로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8.7%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을 종교별로 나누어 보면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개신교인들은 56.9%가 '교회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무종교인들은 8.8%만이 '교회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톨릭 신자(14.3%)나 불교 신자(10%)들도 낮은 응답을 보여,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 현격한 인식 차를 드러냈다.

지난 2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일으킨 신천지와 교회를 비교하는 질문도 있었다. 개신교인 89.7%가 '신천지와 개신교는 다르다'고 응답하고, 3.8%만이 같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무종교인 10명 중 3명에 가까운 29%가 '개신교와 신천지가 같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광훈 목사 등 일부 극우 목사의 정치 활동에 사회적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응답자 77.7%는 '목사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응답했다. 정치 참여를 긍정한 응답자는 17.8%로, 그 가운데 3.6%가 '정당 활동 등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하다'고 봤고, 나머지 14.2%는 '직접 참여 대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응답했다.

이 질문을 응답자의 종교별로 나누어 다시 살펴보면, 개신교인 26.2%가 '목사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69.3%가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종교인들은 '참여할 수 있다' 15.5%, '참여하지 않는 게 좋다' 80.5%로, 개신교인 응답과 약 10% 내외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 설문 응답자 전체 1000명 중 673명은 '종교가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어느 종교가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82.1%가 '개신교'라고 응답했다. 9.2%가 '종교에 상관없이 비슷하다'고 응답했으며, '가톨릭이나 불교가 제일 타격받을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에 그쳤다. 개신교인 응답자들도 82.5%가 '교회가 제일 타격받을 것'이라고 응답해,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개신교 이미지는 타 종교에 비해 훨씬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교별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신뢰도에 변화가 있는지 물었다. 개신교는 '코로나19 후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63.3%에 달했고, '비슷하다'는 응답은 34.8%, '더 좋아졌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불교와 가톨릭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각각 8%와 8.9%로 나타났고, '비슷하다'는 응답이 각각 86.8%, 83%였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은 불교 5.3%, 가톨릭 8.1%에 그쳐 개신교와 최대 12배 차이가 났다.

개신교 신뢰도에 대해 응답자 종교별로 다시 보면, 개신교인 가운데서도 4명 중 1명은 이번 사태로 교회 신뢰도가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개신교인은 25.5%가 '더 나빠졌다', 66.8%가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개신교인들을 제외한 가톨릭·불교·비종교인 등에서는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평균 70%대였다.

현재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는 26.1%가 '없다'고 응답해 제일 높았다. 종교 중에는 불교(원불교 포함) 27.5% > 가톨릭 22.9% > 개신교 16.3% 순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예배 강제 등 종교의자유 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58.9%가 '국가는 종교의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어도 제한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31.4%로 나타났다.

이 항목에서도 응답자의 종교에 따라 인식 차가 두드러졌다. '국가가 종교의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개신교인은 51.6%로, 유일하게 과반수를 기록했다. 비종교인(24.5%)은 물론이고 가톨릭 신자(34.6%), 불교 신자(28.5%) 등 타 종교인과도 인식 차이가 컸다.

최근 진행되는 온라인 종교 행사 및 활동에 대해서는 67.8%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은 20.9%였다.

한편, 응답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사회를 위해 가장 힘써야 할 활동으로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60.6%, 1순위 응답+2순위 응답)을 꼽았다. 이어 '사회적 약자 구제 및 봉사'(49.6%), '인권 및 약자 보호 등 사회운동'(22.5%), '정부와 소통'(2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은 TF팀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 지앤컴리서치(지용근 대표)에 의뢰해 온라인으로 조사한 것이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설문 조사 진행 기간이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 발생,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 강행 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와 겹친다. 이 때문에 극우 집회 참석과 잇따른 방역 협조 거부, 비대면 예배 강행, 교회 집단감염 속출 등의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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