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 "신천지 때보다 전파력 강하고, 고연령층 확진자 비율도 3배 높아 위험"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진자가 1주일 만에 457명을 기록하면서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는 8월 15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확진자가 1주일 만에 457명을 기록하면서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는 8월 15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코로나19 확진자가 8월 12일 최초 발생 이후 7일 만에 450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전일 319명에서 138명 추가돼 45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추가 확진자는 일일 국내 신규 확진자 224명 중 61.6%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457명 중 수도권 환자는 432명으로, 서울 282명, 경기 119명, 인천 31명을 기록했다. 비수도권에서도 25명이 발생해 지역 확산이 우려된다. 지역 확진자는 충남 8명, 강원 5명, 전북과 경북이 각각 4명, 대구와 대전이 각각 2명이다. 12일부터 7일간 1명 → 5명 → 14명 → 59명 → 249명 → 319명 → 457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안디옥교회 교인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안디옥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이 교회에서도 확진자 15명이 발생하는 등 2차 전파가 나타나고 있다. 안디옥교회 외에도 롯데홈쇼핑 미디어서울센터(7명), 농협카드 콜센터(4명)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랑제일교회발 2차 전파가 발견되는 상황이다.

중대본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금 상황이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높은 'GH형'일 가능성이 크다. 신천지 당시 바이러스였던 'V형'보다 전파력이 높다는 사실이 6월에 발표된 논문에 언급된 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지난 2~3월의 신천지 사례보다 훨씬 더 큰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신천지 신도 확진자를 보면 60대 이상이 대략 13.5% 수준이었다. 현재와 비교하면 60대 이상 확진자율이 3배 가까운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곽진 환자관리팀장은 현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중 60대가 26.2%, 70대가 10.1%, 80대 이상이 1.5%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38%를 차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령층일수록 코로나19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우려되는 지점이다. 8월 18일까지 확인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80대 이상은 152명으로 전체 사망자 중 49.7%다. 70대 91명(29.7%), 60대 41명(13.4%) 등 60대 이상 사망자 비율이 전체의 92.8%에 달한다.

아직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곽진 팀장은 "확진 당시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경우가 많지만, 치료하며 관찰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중환자 발생은 확진 이후 7일 정도를 봐야 한다. 이번 주 후반부터는 중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 외에도 교회 관련 확진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 관련 확진자가 1명 증가해 총 12명을 기록했고, 우리제일교회에서도 전일 대비 16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 147명을 기록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8월 1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3명이 추가 확진돼 현재까지 4명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 인식도 느슨해져
"최소 1달간 강력한 거리 두기 불가피
전면 온라인 예배 시행한 3월로 돌아가야"
방역 당국은 전국 5200명이 넘는 환자가 나왔던 신천지 확산 사례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2500만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및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방역 당국은 전국 5200명이 넘는 환자가 나왔던 신천지 확산 사례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2500만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및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은 일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 인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리서치가 8월 12일 발표한 제13차 코로나19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월 첫째 주 74%에서 7월 마지막 주 46%로 한 달간 28%나 감소했다. 또 "내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12%로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8월 9~15일 재생산지수는 1.78로 집계됐다. 이는 환자 1명이 평균 1.78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이 수치를 1 미만으로 유지해야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8월 16~17일 양일간 훨씬 많은 환자를 발견했기 때문에 재생산지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가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 수치는 2.0을 넘어 3.0에 가까운 수치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했던 감염병 전문의들은 예배를 온라인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는 "지금 상황이 정말 어렵다. 2월 대구에서의 위기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극복했는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완전한 봉쇄(락다운)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렵고, 그때와 같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즉 3단계(필수 경제활동 이외 모든 활동 중단, 10인 이상 모임 금지 등)를 빨리 적용하기 시작해야 한다. 교계도 예배나 미사 등을 전부 온라인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엄 교수는 3단계로 진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약속과 일정도 취소하는 등 여러 준비 과정이 필요한데 그게 1~2주 걸린다. 3단계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2주 정도 가야 한다. 결국 지금부터 1달이다. 그 과정에서 신규 확진자 발생을 끊어 내지 못하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확산세는 소모임 등 종교 활동 때문만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느슨해진 탓도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전체적으로 사회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전파도 함께 증가했다. 그게 특정 클러스터로 들어가면서 증폭된 것이다. 지금은 소모임 금지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후 거리 두기 단계를 완화하는 단계에서도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수도권이 안정될 때까지는 예배는 온라인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광훈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지만, 그들이 기독교 이름을 달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준 교계에도 원죄가 있다. 더욱이 전 목사가 주도하는 8월 15일 광복절 집회에는 일반 교회 교인도 많이 참석했다. 이들이 16일 예배에 참석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교회로 파급돼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교계에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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