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은 기다림으로 시작한다.…우리는 왕이 오시기를 기다린다"(15쪽). 티시 해리슨 워런이 던지는 이 선언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현대 교회의 가장 심각한 영적 위기 중 하나는 '기다림'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즉각적인 응답과 신속한 결과를 요구하는 속도전의 시대를 살아갑니다. 신앙생활 역시 효율과 생산성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에서조차 신앙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만들어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닦달하곤 합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교회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림절, 소망하며 기다리다>는 교회력
어떤 책은 한 번 읽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어떤 책은 손에서 놓았다가도 다시 펼쳐 들게 된다. 로버트 젠슨의 <종교개혁의 표어들 - 올바른 사용과 오용에 관하여>(비아)는 후자에 속한다. 줄을 그어 가며 두 번 정독하는 동안, 이 책이 단순히 종교개혁의 명제들을 해설하는 차원을 넘어서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젠슨은 우리가 무심코 반복해 온 표어를 하나하나 해체하고 재조립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생명력을 잃고 이데올로기로 굳어졌는지를 냉정하게 드러낸다. 1517년 가을 비텐베르크 대학 교회(Schlosskirche) 문짝에 게시된 9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그는 행복이 쉬워 보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추운 겨울 따뜻한 커피를 마셔도, 키 큰 나무들이 단정히 줄을 이룬 숲을 걸을 때도 작은 입에서는 어김없이 "행복하다"는 말이 따라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맛은 사라지고 향기는 흩어진다. 걷고 있는 이 길도 곧 끝에 다다른다. 명멸하다 지워지는 감각이 무슨 소용일까,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지 않나 생각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의 행복에 동조하려고 노력했다.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것을 누리는 건 아니다. 행복을 정의하는 건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선생님께 매우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저는 선생님께서 쓰신 책들을 통해 제가 품었던 신앙적 고민을 풀어 갈 수 있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꿈도 꾸기 어렵겠지만, 이역만리(異域萬里) 한국 땅에서 우리말로 번역된 선생님의 저작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선물입니다.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흔히 역사적 예수 탐구의 세 번째 물결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바람이 한국으로 몰려왔을 때입니다. 뒤늦게 신학의 바다에 뛰어든 저는 <미팅 지저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선교지에서 약 40년 만에 돌아온 신학자가 마주한 고국은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계몽주의와 과학주의, 기술 발달은 인류가 더 나은 미래, 천국에 가까운 유토피아 사회를 건설할 수 있으리라고 믿음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아무 의미 없는 두 차례 세계 대전과 두 번의 핵폭탄 투하는 사람들 안에 있던 희망을 앗아갔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1980년대 유럽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그린 모습과는 동떨어졌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디스토피아적이었다. 1983
"웃기지 않아? 이상하지… 새로운 데 와도 다 똑같아 보여."짐 자무시의 로드 무비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을 관통하는 주인공 에디의 대사다. 윌리, 에디, 에바 세 사람은 무료한 삶의 자리, 뉴욕과 클리블랜드를 떠나 따뜻한 낙원, 플로리다로 향한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했던 낙원은 거기에 없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 모노톤으로 단조롭게 칠해져 있다. 그런 까닭에 뉴욕, 클리블랜드, 플로리다로 배경을 옮겨 가지만, 에디의 말처럼 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단조로운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11년 전, 한 기독교 방송 프로그램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 있다. 사회를 맡은 유명 방송인이 질문하면 패널로 참석한 신학자들이 각자 대답하는 구성이었는데, 어느 날 사회자가 요나서가 픽션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물었고, 패널 중 한 사람이 문자적 사실보다 문학적 읽기로 핵심 메시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여러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반박하거나 동조하면서 논쟁을 벌였다.결과적으로 요나서가 픽션인지 다큐멘터리인지, 요나가 실제로 물고기 뱃속에서 3일간 살았는지 아닌지, 지금도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어떤 모임에서 강사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무엇이 교회인가요." 그동안 출석했던, 방문했던 교회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강사가 다음 질문을 던진다. "누가 교회인가요." 무엇(What)이 누구(Who)로 바뀌었을 뿐인데, 교회에 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교회가 건물이나 제도에 그치지 않고, 사람 그 자체가 될 수 있구나 하면서. 피트 워드가 쓴 <리퀴드 처치 솔리드 처치>(북오븐)도 새로운 교회상을 제시하는 책이다. 고정된 형태에 갇힌 교회를 넘어 현대 사회에 복음을 전하기 위한 유연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구약과 신약이 서로 부딪힌다는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은혜'. 두 문서가 각각 대표하는 개념이 상충해, 하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다른 하나를 비교적 덜 중요하게 여기거나 소외시킨다는 이야기다. 거칠게 표현해 신약이 구약을 "대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사람들이 구약과 신약에 갖고 있는 간극을 좁혀 보고자 출판사 IVP가 흥미로운 자리를 마련했다.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은혜'가 비교적 잘 서술된 레위기와 히브리서의 가상 대결이다. <오늘을 위한 레위기>(IVP) 저자
놀라운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의 전성민 교수가 편집한 <한국 기독교 세계관 READER: 기억과 모색>(IVP) 말입니다. 총 5부 16장 1242쪽으로 구성된 벽돌 책입니다. 1973년부터 2024년까지 30명의 저자들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발표한 70여 편의 글들이 편집자의 해설과 함께 묶여 IVP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제, 이 귀한 책에 대한 저의 개인적 소감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최초의 작업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지난 50년간 한국 복음주의의 주된 주제였으며, '기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후회를 했습니다. '내가 어쩌자고 겁도 없이 승낙을 했을까?' 며칠 후 책이 도착했습니다. 서평을 써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습니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아픈 상처가 되살아났습니다. 나도 이렇게 아픈데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교인들은 얼마나 아플까. 이 책은 교회를 사랑하는 교인들이 눈물로 쓴 반성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 지켜본 구권효 전 <뉴스앤조이> 기자의 역사적 기록물입니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은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자랑이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신약성서 27권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책은 무엇일까? 아마도 '히브리서'라고 답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히브리서는 "같은 반이지만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 없는 친구"(42면)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연경 교수의 <오늘을 위한 히브리서>를 읽으면 최애가 '히브리서'라고 답할 사람들이 늘 것 같다. 왜냐하면 낯설고 복잡할 것 같은 내용을 아주 쉽게 이해하도록 인도할 뿐 아니라, 피곤에 지쳐 몽롱한 정신으로 살아가던 그리스도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정신 차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기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사건이지만, 오늘날에도 부활은 질문과 의심의 대상에 끊임없이 오르고 있다. <우리는 부활한 예수를 증언한다>(비아)는 현대 그리스도론 연구의 대가로 평가받는 제럴드 오콜린스가 부활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책이다. 그는 부활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점검하면서 회의와 불확실성 사이를 배회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다시금 부활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다.제럴드 오콜린스는 예수회 사제로, 로마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30년간 조직신학과 기초신학을 가르쳤다. <그리스도론>,
성장기를 보낸 교회를 가리켜 '출신 교회'나 '고향 교회'라는 말보다, 흔히 '어머니 교회' 혹은 '모(母) 교회'라고 부른다. 이러한 어휘 사용에는 한국교회 다수를 이루는 성별과 역동의 주체가 누구인지 드러난다. 한국교회는 단연코, 많은 여성의 희생과 헌신으로 숱한 시련을 이겨 내고 여기까지 왔다.어머니들의 자녀들이 자라나 교회를 섬긴다. 일부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된다. 그들은 어린 시절 즐겁게 뛰놀던 교회 풍경의 이면을 마주한다. 어머니 품처럼 마냥 아늑할 줄만 알았던 교회의 냉기를 느낀다. 더욱 쓰라린 사실이 있다. 어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손봉호 이사장(재단법인 교육의봄)의 회고록.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손봉호 이사장은 말과 글에 머물지 않고 행동과 실천을 아끼지 않는 인물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명선거운동시민운동협의회·밀알학교 등 여러 단체 설립을 주도했다. <산을 등에 지고 가려 했네>(우리학교)는 그가 어떤 신념과 태도로 이 같은 길을 걸어 왔는지 담담하게 보여 준다.손봉호 이사장은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각각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서울대·고신대·한국외대 등에서 교수로 지냈고,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잃어버린 것들에 관하여 성찰하는 책. 민주주의 한계, 파시즘의 대두,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 경제적 양극화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디선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자는 우리에게 찾아온 위기가 장소의 파괴와 인간성 상실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장소에 뿌리내리기>(한티재)를 쓴 박경미 교수는 성서학자로서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정치·역사와 분리된 성서 연구의 한계를 느끼고, 성서와 그것이 쓰인 시대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
부활은 말이 안 됩니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부활은 말이 안 됩니다. 그렇기에 만약 부활이 있었다면 우리의 가치관은 완전히 전복되어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부활은 신앙의 머릿돌과 같습니다. 부활이 있어야 우리의 신앙이 가능합니다. 반면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은 헛것(고전 15:14)에 불과합니다. 부활절만 되면 많은 설교자들이 강단에서 '부활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다만 부활이 실제 역사 안에서 일어난 것인지 검증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부활은 역사 끝에서 일어날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죠.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경험하고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는다. 그는 갈라디아 선교 이후에야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시작한 지 14년 후의 일이다. 공백 기간 동안 바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이 시간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라비아로 간 바울>(북오븐)은 이 질문에 관한 답이다. 저자는 바울의 초기 편지, 즉 갈라디아서와 고린도전후서에 나타난 몇 가지 실마리를 바탕으로 바울의 감춰진 시간을 역사소설 형태로 재현한다.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벤 위더링턴 3세는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무슬림 선교에 새로운 방향과 접근 방법을 제시하는 책. 2017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글로벌 무슬림 선교 컨설테이션의 결실로, 전 세계 40여 선교 단체에서 온 사역자들의 경험과 통찰을 담았다. 무슬림 선교 현주소를 점검하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선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공동 집필한 진 다니엘스, 팸 알룬드, 짐 해니는 각각 다양한 선교 현장에서 무슬림 사역에 헌신해 온 인물들이다. 진 다니엘스는 '열매 맺는 실천 연구팀'을 이끄는 연구자이자 선교사로, 1997년부터 무슬림 사역에 참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대중이 보인 반응은 당혹감 그 자체였다. 적지 않은 사람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는 잘못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 백신에 마이크로 칩이나 최근 낙태된 태아의 세포가 들어 있다는 주장을 말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허위 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사회 안에서 과학과 신앙, 그리고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물음 앞에, 유전학자이자 신앙인인 프랜시스 콜린스는 지혜를 강조한다. 그는 대중이 당파적인 정치에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