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예배' 방침을 내렸을 때 교계 일각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배는 생명과 같다"면서 정부 방침과 관계없이 현장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단체도 있었다.

군소 교단으로 이뤄진 한국교회연합(한교연·권태진 대표회장)은 8월 20일 "한교연에 소속된 교단과 단체는 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지역 교회의 예배 금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생명 같은 현장 예배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한교연이 지겠다고 했다.

당장이라도 현장 예배를 강행할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부터 비대면 예배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포제일교회는 8월 23일, 30일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일부 교인은 차에 탑승한 채로 교회 주차장에서 예배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제보해 온 한 목사는, 한교연이 왜 이런 입장을 내보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예배를 하고 싶으면 조용히 하면 될 것 아닌가. 꼭 떠들어 가면서 선동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사실 대형 교회 목사들은 방송국에 돈 주고 설교 영상 내보낸다. 이것도 엄연히 비대면 예배다. 하루 이틀 해 온 것도 아닌데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비대면 예배를 권고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견제하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상 한교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구가 되지 않았나. 한교연은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 가니까, 나름대로 차별성 있는 메시지를 내고자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욕만 먹고 끝이 났지만 말이다"고 했다.

대표회장부터 비대면 예배를 할 거면서 굳이 "현장 예배 금지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교연이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이유가 뭘까. 기자는 권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가 시무하는 군포제일교회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교연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가 시무하는 군포제일교회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와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도 8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두 단체는 "예배는 기독교의 핵심이고 생명이다. 예배 폐쇄는 곧 교회 해체라 할 수 있다. 어떤 희생이 따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독인의 의무"라면서 대면 예배를 시사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을 지낸 김선규 목사(성현교회)도 참석했다. 김 목사는 "초대교회도 생명을 걸고 예배했다. 몇몇 교회로 한국교회 전체 예배가 차단되는 건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교회들은 방역을 준수하며 예배하고 있는데, (정부가) 비대면 예배를 명령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을 지낸 김진호 원로목사(도봉감리교회)도 "교회는 강의실이나 영업장이 아니다. 하나님께 예배하는 건 생명과도 같다. 교회를 폐쇄하고, 예배를 못 드리게 하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모독이자 핍박이다"고 말했다.

정작 두 목사가 몸담은 교회들 역시 비대면 예배를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문을 묻자 김선규 목사는 "기자회견에 나와서 한마디 해 달라고 해서 간 것뿐이다. 방역 지침을 잘 지키는 교회도 상당히 많은데, 정부가 대면 예배를 하지 말라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우리 교회는 방역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김진호 원로목사는 "우리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하고 있는 건 맞다. 후임이 있다 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나 사회가 교회를 영업장이나 강의실로 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별다른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생명인 예배를 함부로 제한하지 말라", "8월 말 이후 모든 교회는 전통 예배로 돌아간다"고 천명했던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경기총)도 입장을 바꿨다. 성명서를 주도한 경기총 상임회장 유만석 목사(수원명성교회)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이기 때문에 현장 예배로 돌아갈 수가 없다. 우리는 무데뽀가 아니다. 상향 조정이 안 됐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비대면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종교 편향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대다수 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최승현
대다수 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최승현

몇몇 목사와 연합 기관의 입장과는 다르게, 한국교회 대다수는 지자체 명령에 따라 비대면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발표한 8월 30일 일요일 예배 현황을 보면, 서울 40곳, 부산 42곳, 인천 23곳, 경기 114곳, 충남 60곳이 현장 예배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279곳으로, 8월 23일(1836곳)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다. 지자체들은 비대면 예배 방침을 어긴 교회를 상대로 집합 금지 행정명령과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현황을 보면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메시지는 효과도 별로 없는 데다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교회 전체를 욕먹인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는 "목사들은 메시지를 전할 때 개인의 신념을 앞세우기보다, 교인들의 보편 상식 또는 사회 통념과 동떨어지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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