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미착용, 공동 식사, 소모임 때문…경기도·서울, 2주간 종교 시설 '집합 제한' 행정명령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8월 14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 85명 가운데 교회 관련 확진자가 75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용인시 우리제일교회에서 하루 만에 6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까지 12명이 발생했던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된 교인 58명과 교인들의 지인 2명까지 더해 72명으로 늘어났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에서도 14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19명이 됐다. 교인 17명 및 지인 2명이다. 고양시 기쁨153교회에서도 격리 중이던 1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24명으로 늘어났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종교 행사 관련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방역 당국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7월 20일 지표 환자가 발생한 사랑교회를 비롯해, 누가선교회(8월 4일), 기쁨153교회(8월 4일)와 반석교회(8월 5일), 주님의샘교회(8월 8일), 우리제일교회(8월 11일), 사랑제일교회(8월 12일) 등 수도권 교회 7곳에서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193명이 발생했다.
특히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들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 준수가 미흡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방역 당국은 우리제일교회 교인들이 예배 시 마스크를 미흡하게 착용한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고, 주일예배 외에도 각종 소모임이 열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역시 마스크 착용과 교인 사이 거리 두기가 미흡했다. 기쁨153교회와 반석교회, 주님의샘교회 등 다른 교회도 예배 후 교인끼리 식사하면서 감염이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 수도권은 코로나19 대규모 집단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염 사례 간 연결 고리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13%에 이르고, 확진자 1명이 추가 확진자를 만들어 내는 재생산지수도 최근 2주간 1.31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돼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 본부장은 "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한다면 지난 7월 2주간 시행했던 '핵심 방역 수칙 의무화 조치'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의 자율적 노력을 강화해 달라. 아울러 15~17일 연휴를 맞아 종교 행사나 대규모 집회 참석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와 용인시 등 각 지자체와 방역 당국은 사랑제일교회와 우리제일교회를 폐쇄하고, 방문자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검사 대상은 1897명, 우리제일교회 검사 대상은 500여 명 규모다.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5일부터 2주간 경기도 내 전체 종교 시설에 대한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모든 교회는 정규 예배 외 소모임과 식사, 예배 시 큰 소리로 기도·찬양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마스크 착용 및 교인 간 거리 확보, 시설 방역 등 핵심 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이 지사는 종교 시설들이 위 사항을 위반하면 이용자 개개인 전체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방역 관련 비용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7월 27일부터 8월 13일까지 도내 신규 확진자가 210명 발생했고, 이 가운데 37%에 이르는 78명이 종교 시설에서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 감염 사례 대부분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특히 동일한 양상에 따른 재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타 업종에 대해서도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PC방과 다방, 목욕탕, 학원, 교습소 등은 철저한 예방 수칙을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 영업할 수 있는 집합 제한 명령을 내렸고, 노래방 등 일부 다중 시설은 이전처럼 집합 제한 혹은 집합 금지 명령이 유효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광훈 목사는 8월 15일 예정된 광복절 집회를 강행한다고 밝혀 혼란이 예상된다. 사랑제일교회는 15일 경복궁역 인근에서 2만 명 규모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전 목사는 14일 <펜앤드마이크> 정규재 대표와의 대담에서 "누가 혁명을 허락받아서 하느냐.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추가 전파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14일 오후 사랑제일교회 교인 및 방문자 4053명에게 자가 격리 및 검사 이행 명령을 내렸다.
또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8월 15일부터 2주간 서울 내 모든 종교 시설에 대해 소모임과 식사 금지를 골자로 하는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