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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차 목사 아내, '불량 사모'가 '사모행전'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

    10년 차 목사 아내, '불량 사모'가 '사모행전'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목사 아내, '사모'. 한 번도 사모 대접을 요구한 적 없지만, 언제나 '사모'로 불리며 온갖 가부장적·신앙적 틀에 맞춘 역할 혹은 무역할을 강요받는 사람들. 교역자도 아니고 교인도 아닌 '깍두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들. <뉴스앤조이>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연재한 민달팽이(필명)의 '사모행전'은 어느 교회에나 있지만 어느 교회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평범한 목사 아내의 목소리를 담았다. 좋은 글은 개인 경험에서 출발해 보편 경험에 잇닿는다고 했던가. 민달팽이의 연재가 꼭 그랬고, 많은

    여운송
    2022-04-13
  • 목회자 남편과 결혼한 후, 교회밖에 모르던 아이는 교회 밖으로 밀려났다

    목회자 남편과 결혼한 후, 교회밖에 모르던 아이는 교회 밖으로 밀려났다

    "저도 당연히 교회 목사 사모님은 피아노도 잘 치고, 형제도 많고, 유아교육도 전공했을 거라는 정체불명의 편견이 있었더랬어요."'사모행전' 연재 글 중 하나에 어느 독자분이 달아 주신 댓글이다. 사실 나도 이러한 편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내 주변 사모님들은 모두 반주를 잘했고 유아교육을 전공한 분이 많았다. 그도 아니면 부모님이 장로님·권사님이거나 목사님·사모님이셨다. 게다가 다들 한결같이 성격이 참 온유하셨다. 나는 이 모든 편견을 깨부수는 아주 독특한 사모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전도사 남편과 결혼해 사모가 됐을 때, 우리 교회

    민달팽이
    2022-03-30
  • 남편 따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났더니

    남편 따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났더니

    ○○여고 졸업. □□대학교 국문과 수석 입학. 4년 전액 학비 및 생활비 보조 장학생. 교직 이수. 중등 국어 정교사 2급 자격증 有. 학원 강사 및 과외 경력 다수.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경험 有. □​​□대학교 국어학 석사과정. 내신 9등급을 1등급으로. 010–XXXX-XXXX.전에 살던 지역 벼룩 신문에 실었던 과외 광고다. 문의 전화는 제법 많았다. 낮에는 지역 중·고등학교 시간강사, 다문화센터 한국어 강사, 밤에는 과외를 하며 가정을 꾸렸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파트타임 전도사 남편의 월급은 60만 원, 우리 가족이 숨만

    민달팽이
    2022-03-16
  • 사모님에겐 직업이 있으면/없으면 안 돼요

    사모님에겐 직업이 있으면/없으면 안 돼요

    남편이 처음 전도사 사역을 시작한 교회이기도 한 나의 모교회는 20여 년 만에 새로운 담임목사님 청빙을 앞두고 있었다. 담임목사님 은퇴로 인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음에도 은퇴와 청빙을 앞둔 교회 분위기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그 와중에 새로 오실 담임목사님을 향한 기대와 호기심은 커져만 갔다. 우리 교회가 어떤 분을 모시고 싶은지, 보통 어떤 분을 담임목사님으로 뽑는지 궁금하던 차에, 신문에 난 우리 교회 청빙 공고를 봤다. 여러 가지 제출 서류와 조건이 있었지만 내 시선을 끈 건 다름 아닌 "사모님 직업이 없어야 함"이라는 문구였다.

    민달팽이
    2022-03-02
  • 사모님이 새벽 기도 때 울면 은혜가 안 돼요

    사모님이 새벽 기도 때 울면 은혜가 안 돼요

    남편이 처음 전도사 사역을 시작한 교회는 내게 고향과도 같은 교회였다. 나는 그곳에서 유아세례부터 입교까지 받고 자랐다. 교회에는 나와 비슷한 은혜 사모님이 계셨다. 우리 교회에서 오래 사역한 부목사님의 아내분이셨고, 심지어 아버님이 교회 창립 멤버 중 한 분이셨다. 그러니까 은혜 사모님도 나처럼 이 교회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모가 된 분이셨다.언젠가 사모가 되어 다른 교회로 간, 청년부 후배이자 사모로서는 선배인 인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결혼 후 다른 지역에서 살던 인애가 마침 여름휴가를

    민달팽이
    2022-02-16
  • 사모는 언니가 있어야 해요

    사모는 언니가 있어야 해요

    목회자인 남편과 결혼한 뒤, 내겐 수많은 율법이 주어졌다. "사모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해요. 피아노 반주는 기본이죠. 요리는 물론이고요. 교인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세요. 사모끼리 몰려다니지 마시고요. 육아와 살림은 알아서 잘 하시면 됩니다. 남편에게 부탁하지 마시고요" 등…. 그중 가장 강렬했던 율법은 바로 "사모는 언니가 있어야 해요"였다.이 율법은 남편의 새로운 사역지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주어졌다. 율법을 전수해 주시는 분이, 그 교회 사모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수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시더니, 대뜸 이렇게 물으셨

    민달팽이
    2022-02-02
  • 사모들의 출산휴가는 한 달?

    사모들의 출산휴가는 한 달?

    아이를 낳고 한동안은 교회에 나가지 못했다. 주변에서 듣자 하니, 다른 교회에는 '사모가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2주 혹은 한 달 안에 교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율법(?)이 있단다. 그 이후부터는 매주 예배 출석이 의무라고 했다. 다행히도 우리 교회는 그런 내부 규정이 없었다. 첫 아이를 출산한 지 한 달 만에 아이를 데리고 예배에 다녀왔다. 그 뒤로는 매주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2~3주에 한 번 참석하는 정도였다. 누군가는 '고작 아이 하나 데리고 교회 가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민달팽이
    2022-01-19
  • 사모님, 그 집에 가지 마오

    사모님, 그 집에 가지 마오

    내가 다녔던 모교회 청년부실은 교회 근처 2층 건물 1층에 있었다. 2층에는 투룸 2개와 원룸 3개가 있었는데, 거기가 부목사님들의 사택이었다. 우리 교회 청년부에는 나를 포함해 국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여자 청년만 4명이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평일 비어 있는 청년부실에 모여서 스터디를 했다.당시 2층 사택에는 다섯 살 아들 하나, 세 살 쌍둥이 아들, 이렇게 아들 셋을 둔 청년부 목사님 가족이 살고 계셨다. 사모님은 평소 먹거리를 중시하시는 편이라 1층에서 공부하는 우리들의 식사를 늘 걱정하셨다. 점심에는 좋은 재료로 음식을

    민달팽이
    2022-01-05
  • 도망쳤더니, 결국 가족이 되어 만났다

    도망쳤더니, 결국 가족이 되어 만났다

    은정이는 청년부에 온 지 얼마 안 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였다. 나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라서 오자마자 모든 사람의 나이를 물어보고 다녔다. 은정이는 우리가 나이가 같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민달팽이, 너는 내 친구야"라며 내 말만 듣고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처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지적장애가 있는 어느 언니와 같은 반을 하며 짝꿍을 도맡아 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그 언니를 잘 몰랐고 언니네 부모님도 당연히 몰랐는데, 그 언니 부모님이 매번 나를 짝꿍으로 지목했단다. 그 이전까지 내가

    민달팽이
    2021-12-22
  • 가정 예배 눈치 작전

    가정 예배 눈치 작전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매주 가정 예배를 드리는 친구네가 있었다. 자상한 아버지와 따뜻한 어머니, 친구와 친구의 동생은 한 방에 둘러앉아 성경을 읽고 찬양을 부르고 함께 기도했다. 매일 술에 찌든 아버지와 눈물짓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나에게는 부럽고 진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부터 친구의 가정은 내 롤 모델이 됐다. 아버지 전도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믿음의 사람과 하리라, 가정 예배도 꼭 드리리라 다짐했다.그때 그 다짐 때문이었을까,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나는 신앙이

    사라
    2021-12-16
  • 알코올중독자 아빠를 둔 사람은 사모가 될 수 없나요?

    알코올중독자 아빠를 둔 사람은 사모가 될 수 없나요?

    불꽃이 번쩍. 용순 씨가 락카 스프레이를 공중에 뿌리더니, 라이터를 가져다 댄다. 펑 하고 불꽃이 피어오른다. 술에 취해 광기로 번뜩이는 용순 씨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진다."다 불 싸질러 버릴 거야. 다 같이 죽어 봐 오늘!"광기로 가득 차 울부짖는 용순 씨를 뒤로하고, 나와 말희 씨는 잠옷 차림으로 도망쳤다. 만약을 대비해 경찰서와 119에 신고도 했다.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니 용순 씨의 화가 진정되는 듯했다. 아니었다. 단단히 화가 난 용순 씨는 우리만 보면 락카통과 라이터를 찾았다. 술에 잔뜩 취해 잠든 그에게 들킬세라, 몰

    민달팽이
    2021-12-08
  • 피아노 반주 못하고 요리 못하면 '불량 사모'인가요?

    피아노 반주 못하고 요리 못하면 '불량 사모'인가요?

    "또 하하하ㄴ ㅏ ㅇㅡㅣ ㅇ ㅕㄹ 맾를 바라아아아시며~"반주가 시작됐다. 페달을 밟아야 하는 다리가 덜덜 떨린다. 찬양을 부르는 선생님들을 쳐다볼 겨를이 없다. 분명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를 쳤는데, '또 하나의 반주를 만드시며'로 곡이 바뀐다. 손이 미끄러지는 건 물론, 손가락이 미처 건반에 닿지 못해 이상한 음을 마구 누른다.박자는 또 어떻고. 이 찬양이 이렇게나 빨랐던가 싶을 정도로 마구 내달린다. 망했다. 얼렁뚱땅 반주를 끝냈다. 여전히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설교를 앞둔 목사님께서 강대상

    민달팽이
    2021-11-24
  • 물건에 대한 미신: 문지방 밟으면 복 나간다고요?

    물건에 대한 미신: 문지방 밟으면 복 나간다고요?

    "어? 에이, 왜 안 나와 이거…."심방 중이었다. 아무리 힘주어 글씨를 써 봐도 검정 잉크는 나오지 않는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하필 권사님 아드님 성함을 적을 때 이러다니…. 당황한 얼굴을 애써 감춘다. '딸깍' 소리를 내며 이번엔 파란색 펜촉을 꺼낸다. 안 나온다. 혹시 누가 볼까 손으로 가려 가며 새빨간 글씨로 이름을 적었다.나는 모태신앙이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개신교 신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한 교회의 전임 전도사다. 이런 나 역시 생각보다 미신을 무의식적으로 의식하며 산다. 시험을 앞두면 미역국보다 찹쌀떡이 끌리고,

    쓰는 인간
    2021-11-18
  • 여전히 자모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여전히 자모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자모실. 아기가 아무리 넘어져도 다칠 염려 없는 푹신한 알집 매트와 곳곳에 붙은 모서리 방지 테이프, 아기들이 언제든 식사를 할 수 있는 수유실, 뒤처리가 가능한 기저귀 갈이대와 화장실까지 완비된, 아기를 데리고는 이보다 더 안락할 수가 없는 곳.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영적 전투가 매주 일어나는 그곳.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어, 어… 안 돼 안 돼! 주보 입에다 넣으면 안 돼요~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 흐잌~~~ 아니야, 만지지 않아요. 성경책 찢는 거 아니야.장사한 지 사흘 만에

    사라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