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선 긋기 대신 성추행·세습 걸러 내지 못한 시스템 돌아봐야"…교단 총회 향한 의견도 수렴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기독 청년 단체들이 "한국교회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응답하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회전국연합회들과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는 9월 2일 '우리는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 있다'는 호소문에서,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사회의 비난을 받는 것은 자초한 일이라며, 먼저 자성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전광훈 등 극우 개신교 세력과 선을 그으려 하지 말고, 성추행·세습 등 문제를 걸러 내지 못한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다르다'는 무책임한 선 긋기와 '교회가 죄송하다'는 성급한 불 끄기를 집어치우자"고 했다. "정말 죄송하다면 '전광훈과 극우 기독교 세력'을 만들어 낸 묵은땅을 갈아엎자. '개교회 중심주의'와 '중년·남성·목사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개혁하자"고 했다.

청년들은 "우리의 호소는 예수를 닮고자 몸부림쳤던 앞선 신앙인들의 역사가 부정당하는 것을 바라보며 흐느끼는 절박한 울음이다"며 한국교회가 기독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YCK는 9월 총회 시즌을 맞이해 각 교단에 목소리를 내기 원하는 기독 청년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9월 15일까지 '교단 총회에 대신 전해 드립니다'라는 설문을 통해 이를 취합한 후 각 교단 총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

"우리는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았다. 전광훈 말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들 말이다. 광복절 집회를 강행하고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퍼뜨리며 순교를 각오한 채 검사를 거부하는 그 사람들 말이다. 모두가 보았다. 덕분에 이제 '개신교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비난을 받을 이유가 되었다.

사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그들의 몰상식함을 비웃으며 무시했던 우리의 잘못이다. 그들이 차곡차곡 힘을 모으고 세력 키우는 것을 지켜만 보았던 우리 잘못이다. 그들이 끈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동안 '우리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던 한국교회 모두의 잘못이다. 이제 하나님도 협박할 수 있게 된 그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 덕분에 우리도 비이성적이며 거리를 두고 싶은 극우 사기꾼 집단이 되었다.

무책임한 선 긋기를 멈추자. '우리는 다르다'라는 비겁한 구호를 당장 멈추자. '교회가 죄송합니다'라는 성급한 불 끄기는 집어치우자. 정말 죄송하다면 '전광훈과 극우 기독교 세력'을 만들어 낸 묵은땅을 갈아엎자. 회초리 맞는 것 말고, 지게 지고 나와서 '머슴처럼' 섬기겠다는 쇼 말고, 평양 대부흥 100주년 회개 집회 같은 것 말고. 그런 일회용 퍼포먼스 말고, '개교회 중심주의'와 '중년·남성·목사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개혁하자.

사실 한국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였다. 개교회 중심주의와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가 쌓아 온 불안 요소들 위로 코로나19라는 방아쇠가 당겨졌을 뿐이다. '내 교회, 내 성도'만 생각하게 하는 개교회 중심주의는 '내 성공, 내 구원'만 생각하는 신앙인을 양산했다. 덕분에 교회는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먼 이기적인 집단이 되었다. 소수의 집단이 독점한 의사 결정 구조는 교회와 교단의 부패와 고착화를 낳았다. 덕분에 교회와 교단은 각종 성추행과 세습 같은 도덕적 타락을 걸러 내지 못하는 비상식적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우리는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 있다. 교회가 한국 사회의 도마 위에 오른 지금,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이대로 외면받으며 도태된 채 사그라질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에 기독 청년들은 한국교회에 호소한다.

하나, 전광훈 같은 극우 개신교 세력과 결별하라.
하나, 성급한 선 긋기를 멈추고, 이들을 만들어 낸 원죄가 한국교회에 있음을 인정하라.
하나, 급한 불 끄는 식의 반성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라.
하나, 소수의 권력 집단이 교회와 교단의 의사 결정 구조를 독점하게 하지 말고,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성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라.

우리의 호소는 생존을 위한 호소가 아니다. 또 두려워서 외치는 호소도 아니다. 우리의 호소는 훼손당한 채 전시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라보며 터지는 비명이다. 우리의 호소는 예수를 닮고자 몸부림쳤던 앞선 신앙인들의 역사가 부정당하는 것을 바라보며 흐느끼는 절박한 울음이다. 한국교회는 기독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이 호소에 응답하라.

"한국교회는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 있다."

2020년 9월 2일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대한감리회청년회전국연합회
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한국루터회청년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