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7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에도 그리스도인 60여 명이 예배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7월 3일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7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에도 그리스도인 60여 명이 예배를 찾았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00일이 흘렀다. 8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가족들이 바라는 온전한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은 요원하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6월 10일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채 임기를 종료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장소인 '기억 공간'은 광화문 재구조화 공사로 서울시의회 앞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지만, 6월 30일부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시의회가 연장을 반려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그리스도인들이 7월 3일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열었다. 4·16생명안전공원팀은 단원고등학교가 보이는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7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진행했다.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무더운 날씨에도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장현호 씨(길가는밴드)의 반주에 맞춰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부르고, 참사로 희생된 7반 아이들 32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기억했다.

"곽수인, 국승현, 김건호, 김기수, 김민수, 김상호, 김성빈, 김수빈, 김정민, 나강민, 박성복, 박인배, 박현섭, 서현섭, 성민재, 손찬우, 송강현, 심장영, 안중근, 양철민, 오영석, 이강명, 이근형, 이민우, 이수빈, 이정인, 이준우, 이진형, 전찬호, 정동수, 최현주, 허재강."

안홍택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억울하게 죽임당한 이들을 기억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안홍택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억울하게 죽임당한 이들을 기억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안홍택 목사(고기교회)는 '새 하늘과 새 땅: 죽임당한 어린 양'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안 목사는 국가 폭력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임당한 예수와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이 닮았다고 말했다. 예수가 죽음을 딛고 부활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날 때 비로소 '새 하늘과 새 땅'이 펼쳐진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억울하게 죽임당한 이들을 기억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는 성찬으로 죽음을 기억하는 종교다. 성경을 읽어 보면 빵을 떼고 잔을 마시면서 기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예수의 죽음을 선포하라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 억울한 죽음을 경험했을 때 선포해야 한다.
 

세월호 안에서 죽어간 생명들이 '진실을 밝혀라', '왜 침몰했느냐', '왜 구해 주지 않았느냐'며 소리치고 있다. 억울하게 죽임당한 죽음이 밝히 드러나야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기억하고 기필코 진실을 밝혀 '새 하늘과 새 땅'을 열게 되기를 소망한다."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진상 규명 노력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참사 초기 세월호 진상 규명 집회에서 가수 이승환이 '천 일 동안'을 불렀다. '1000일은 얼마나 긴 시간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1000일을 세 번 지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3000일이 지났으니까 앞으로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시찬 아빠 박요섭 씨는 "여전히 답답한 터널에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8년 전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순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쥐구멍에도 볕이 들 날은 있겠지', '가다 보면 빛이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버텨 왔는데, 중간중간 빛이 보일락 말락 하더니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어떻게 버텨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죽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냥 죽을 수는 없다. 여러분이 옆에 있어 준다면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억울한 진실을 규명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전까지는 결단코 포기하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3000일 동안 곁을 지켜 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며,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위부터) 박은희 전도사, 최순화 씨, 박요섭 씨. 뉴스앤조이 나수진
가족들은 3000일 동안 곁을 지켜 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며,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위부터) 박은희 전도사, 최순화 씨, 박요섭 씨. 뉴스앤조이 나수진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야만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을 인정하고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가족들의 몫이자 우리 모두의 몫이다. 잊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싸워 나가자"고 말했다.

참가자들도 가족들과 연대하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응답했다. 미국 조지아텍대 장승순 교수(4·16해외연대)는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왜 싸우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과 또래인 자녀가 있는데,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은 자녀를 향한 사랑 고백이자 이 세상의 모든 소중한 생명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그리고 이 세상이 다 무너져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오는 10월 착공을 앞둔 생명 안전 공원의 무사 건립 △세월호 가족들의 체력과 건강 △농성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8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배는 8월 7일 오후 5시 안산 화랑유원지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열린다. 7월 21일 오후 7시 30분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서울시의회 기억 공간 앞에서 진행된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합창단도 이날 예배를 찾아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합창단도 이날 예배를 찾아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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