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철거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기억 공간은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기억해야 반복되지 않습니다.'

서울시의회 마당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 공간이 또다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새롭게 출범한 제11대 서울시의회가 동의해야 한다며 부지 사용 연장 신청을 반려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서울시의회 마당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 공간이 또다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새롭게 출범한 제11대 서울시의회가 동의해야 한다며 부지 사용 연장 신청을 반려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서울시의회 세월호 기억 공간 앞에 피켓 여러 개가 놓였다. 작은 파라솔 아래 선 한 자원 활동가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세월호 기억 공간 유지는 사회적 책임입니다. 서울시의회는 약속을 지키십시오', '4·16 세월호 참사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책임·약속 잊지 않겠다는 4월의 약속 꼭 지키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지난해 8월 광화문에서 철거돼 서울시의회 앞으로 자리를 옮긴 세월호 기억 공간이 다시 철거 위기에 놓였다. 6월 30일 부지 사용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가족들이 연장 요청을 했지만, 서울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지난 7월 1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부지 원상회복 및 자진 철거' 공문을 발송했다. 20일에는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당일 오전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과 사무처 관계자가 논의하면서 단전은 하지 않았지만, 기억 공간 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6월 10일 제10대 서울시의회가 부지 사용 연장을 가결했지만, 사무처는 새롭게 출범한 제11대 시의회가 동의해야 한다며 기억 공간 연장 요청을 반려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사회 단체는 기억 공간을 철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7월 20일부터는 부지 사용 기간 연장 허가를 촉구하는 시의회 앞 1인 시위, 항의 전화 등도 시작됐다. 21일 저녁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기도회'가 서울시의회 기억 공간 앞에서 열렸다. 촛불교회가 주관한 이날 예배에는 함께여는교회 교인들과 그리스도인 30명이 모였다.

7월 21일 세월호 기억 공간 앞에서 진상 규명 촉구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기억 공간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7월 21일 세월호 기억 공간 앞에서 진상 규명 촉구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기억 공간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조선재 집사(생명안전공원예배팀)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완수했다면 지금 우리가 이 기억 공간 존치를 위해서 이렇게 싸울 필요가 있을까. 자꾸 미뤄져 가는 안산 생명 안전 공원 착공에 마음을 졸일 필요가 있을까. 진도 팽목 기억관 건립에 노심초사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발언했다. 

김동훈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지난 8년간 한국교회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앞에 두고 무얼 했나.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죽어 가는 비극 앞에서 쉽게 침묵해 버렸고, 한국교회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거짓 사랑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제는 세월호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세월호 기억 공간 존치와 진상 규명 노력에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저임금 구조 개선,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50일째(7월 21일 기준) 투쟁하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고 했다.

주최 측은 세월호 기억 공간 유지와 진상 규명 노력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주최 측은 세월호 기억 공간 유지와 진상 규명 노력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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