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세월호 8반 아이들을 기억하는 예배가 8월 7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별이 된 세월호 8반 아이들을 기억하는 예배가 8월 7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곳에 생명 안전 공원 부지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마다 한 시간씩 열심히 걸었어요."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김영민 간사(새벽이슬)가 생명 안전 공원 착공이 예정된 부지를 '땅 밟기' 하는 심정으로 걸었다고 말하자 예배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뒤로는 초록빛 풀이 무릎 높이까지 무성히 자란 공터가 펼쳐져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추모하는 공간인 생명 안전 공원이 들어설 부지이지만, 2019년 건립이 확정된 이후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8월 7일 안산 화랑유원지 내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8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배'가 열렸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세월호 가족들과 그리스도인 34명이 함께했다. 우거진 풀숲 사이에 놓인 노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참가자들은, 별이 된 단원고 8반 아이들 2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억했다.

"고우재, 김대현, 김동현, 김선우, 김영창, 김재영, 김제훈, 김창헌, 박선균, 박수찬, 박시찬, 백승현, 안주현, 이승민, 이승현, 이재욱, 이호진, 임건우, 임현진, 장준형, 전현우, 제세호, 조봉석, 조찬민, 지상준, 최수빈, 최정수, 최진혁, 홍승준."

단원고 2학년 8반 아이들은 31명 중 29명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단원고 2학년 8반 아이들은 31명 중 29명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날 예배 본문 말씀은 '겨자씨 비유'로 알려진 누가복음 13장 18~21절이었다. 지성 엄마 안명미 씨는 하나님나라가 마치 겨자씨와 누룩 같다는 말씀을 보며 가족들 상황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함께했던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소수만 남아 있는 것 같다. 8년이 흐르면서 앞으로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싶다. 하지만 조그마한 겨자씨가 큰 나무가 돼서 새가 깃들고, 작은 누룩이 가루를 그릇에 넘치도록 부풀리는 것처럼, 우리는 비록 적은 수지만 하나님나라는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그리스도인들이 생명 안전 공원 착공을 위해 힘쓰는 것이 하나님나라의 확장이라고 했다. 그는 "생명 안전 공원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땅을 파고 건축하는 모습, 건물이 들어서고, 우리 아이들을 데려올 추모관이 완성되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사방에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예배드릴 날이 더 많아지는 것이기도 하지 않나. 힘들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우리가 처음부터 가졌던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하나님나라의 확장이고 우리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수연 목사(새맘교회)도 "'1 더하기 1은 2'와 같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게 우리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법칙이다. 하지만 하나님나라에서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일들이 준비되고 있다. 우리는 초라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있고 더 큰 무언가를 상상하기가 너무나 힘들지만,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땅에 심어진 겨자씨, 가루에 섞인 누룩과 같다. 예측 불가능한 그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는 그리스도인들이 생명 안전 공원 건립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해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는 그리스도인들이 생명 안전 공원 건립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해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예배에 참석한 가족들은 생명 안전 공원 건립과 더불어, 철거 위기에 놓인 진도 팽목항 기억관과 서울시의회 앞 기억 공간을 위해서도 함께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가난과 폭력,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우리 사회 소수자·약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과 셋째 주 목요일에는 각각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예배·기도회가 열린다. 8월 18일 저녁 7시 30분 서울시의회 앞 기억 공간에서는 향린교회 주관으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그리스도인 기도회가 열린다. '9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는 9월 4일 오후 5시 생명 안전 공원 부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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