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결의는 무산됐다. 총대들은 관련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처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올해도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결의는 무산됐다. 총대들은 관련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처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 총회가 올해도 여성 안수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여성 안수가 안 된다면 강도권이라도 부여해 주거나, '준목'이라는 호칭을 달라는 요구도 모두 기각됐다.

예장합동 신학부(신현철 부장)는 9월 13일 제106회 총회에서 "여성 강도권에 대해서는 현행(헌법)대로 유지한다"는 결의 내용을 보고했다. 신학부는 여성 강도권 연구를 4명에게 맡겼다. 총신대학교 박형대·정승원 교수와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 신현철 목사(마포중앙교회)가 보고서를 냈는데, 여성에게 안수를 주거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은 없었다.

신현철 목사는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강도권도 인정할 수 없지만, 목사의 사역에 협력하는 '유사 강도권'을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여성 사역자의 지위 향상, 처우 개선은 강도권 부여나 강도사 인허처럼 여성에게 동등한 직분을 주는 방식으로 풀어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신 목사는 "여성이 강도권을 갖지 못한다고 해서 모든 성도에게 부여된 바 강도적 사역에 봉사할 권한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개혁신학적 여성관, 상호 보완주의적 입장에 근거한 심도 깊은 교회법신학적·실천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승원 교수도 강도권은 목사의 고유 권한이며, 성경은 오직 남자에게만 목사 자격을 부여한다고 보고했다. 디모데전서 3장 2~5절을 근거 구절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목사 자격은 창조질서에 근거한다. 남편이 가장이라고 해서 아내보다 높다는 뜻이 아니듯, 교회에서도 목사가 평신도보다 높은 위치는 아니다. 서로 주어진 역할이 다를 뿐"이라며 "여성에게 목사 차원의 강도권은 부여되지 않지만 각자의 은사와 당회의 결정에 따라 교육권은 부여된다"고 말했다. 총대들은 신학부의 보고를 이견 없이 받아들였다.

교단에 전향적인 변화를 요구해 온 여성사역자지위향상및사역개발위원회(여성사역자위·황남길 위원장)는 회무 단축에 따른 시간 부족을 이유로 보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여성사역자위는 106회 총회에 △신대원 졸업자에 한해 준목 호칭 부여 △여성 사역자 노회 소속 △여성 사역자 총회 연금 가입을 청원할 예정이었다.

그나마 정치부(박병호 부장) 보고에서 이 건이 다시 다뤄졌다. 정치부는 여성사역자위 보고 중 여성 사역자 노회 소속 및 연금 가입 관련 두 건만 받는다고 보고했고, 총대들은 이를 허락했다.

한편, 김천노회(김경태 노회장)가 △농어촌 교회 여성 장로 안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성 졸업자 목사 안수를 헌의안으로 올렸지만, 정치부는 "여성 장로 안수는 현행대로, 여성 목사 안수는 신학부 보고대로 시행한다"고 보고해 사실상 헌의를 모두 기각했다. 예장합동은 정치부 보고를 받은 후 13일 저녁 8시경 106회 총회를 폐회했다.

매년 총회에는 총신대 여동문회 등이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진은 2019년 104회 총회 당시. 뉴스앤조이 최승현
매년 총회에는 총신대 여동문회 등이 여성 안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진은 2019년 104회 총회 당시.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단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며 정책을 제안했던 목회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여성사역자위 황남길 위원장은 총회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고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분위기상 하지 못했다. 여성 사역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많은 여성 사역자가 신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교단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천노회 김경태 노회장도 "많은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 총신 신대원 졸업하고 타 교단에 가서 목사 안수를 받는 분들이 많다. 이번 총신대 이사회만 봐도 이사의 자격 부분에 여성 목사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느냐"고 했다. 여성 장로에 대해서는 "농촌은 정년 문제로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여성 장로를 세우면 수급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노회장은 "이런 이유에서 헌의안을 올렸지만, 총회 통과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노회든 도전은 해 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서 헌의안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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