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김은경 총회장이 신·구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은경 총회장이 신·구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은경 총회장)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고신·합신 등 타 장로교단과 비교할 때 유독 '진보적'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 곳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을 지나며 기장이 보여 준 행보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제히 '106회'를 내걸고 열린 이번 총회 결과를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일단 총회장이 여성입니다. 국내 장로교단 역사상 최초인데요. 사실 부총회장으로 선출됐을 때부터 김은경 목사(익산중앙교회)의 총회장 취임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만, 막상 기장 총회장을 상징하는 빨간 의복을 걸친 김 목사를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예장합동은 이번 총회에서도 '유사 강도권' 운운하며 여성의 목사 안수는 신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는데, 옆 동네에서는 여성이 총회장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2018년부터 존속 중인 성소수자목회연구위원회도 1년 더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예장통합에서는 교단 대표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에 취임하는 김운용 교수가 "동성애는 확실한 죄"라고 발언해 총대들의 박수를 받았는데, 기장은 어떻게 하면 성소수자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연구위원회가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목사·신학자뿐만 아니라 청년과 외부 전문가도 포함할 거라고 해요.

장애인과 관련한 헌의안도 여러 개 통과됐습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뇌병변 장애인 유진우 씨는 지난해 말 자퇴서를 제출했습니다. 현 목회 환경에서는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 과목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었고, 휠체어를 타고는 낡은 신대원 건물에서 다른 학생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죠. '진보적' 기장 교단 구성원들에게 이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진보'를 이야기하면서 장애인 차별에 대해 총회·학교 차원에서 진지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106회 총회에서는 중증 장애인도 목회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자는 안이 통과됐고요, 헌법에 명시한 '목사의 자격'에서 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불러올 수 있는 "신체 건강한 자"를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헌의안 중 제가 제일 눈여겨본 것은 목사·장로가 아닌 평신도 6명에게 총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도 국내 장로교단 최초인데요. 이 안건은 정치부 심의에서도, 본회의에서도 별다른 논쟁 없이 통과됐습니다. 혹시나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을 대비해 본회의장 마이크 옆에 앉아 있던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원계순 회장은 "통과됐다"는 김은경 총회장의 말에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주요 교단 총회가 늘상 비판받는 지점 중 하나는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이 교회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장 총대는 650명 정도 되는데요. 6명은 택도 없이 부족한 숫자이긴 합니다만, 목사·장로가 아닌 사람이 총회 정회원으로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평신도가 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많은 교단이 성경적·신학적 질서와 교단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장애인·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죠. 이런 이유로 교회는 갈수록 사회와 멀어지고 비호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장 106회 총회가 보여 준 결의들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총회를 보니 기장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타 교단들은 좀 보고 배워야 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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