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 △노동 △생태·환경 △이주·난민 △장애인 △청년 △토지·부동산 △한반도(대북 관계, 통일, 평화) 등 8개 분야 정책 총 107개를 제안한 '100대공약제안을위한기독시민단체연대'(대선공약기독연대)가 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공약기독연대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기독법률가회(CLF), 영등포산업선교회, 좋은교사운동, 희년함께 등 기독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5일 정책을 발표하고, 곧바로 주요 대선 후보 캠프에 이 정책을 기초로 한 질의서를 전달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꼼꼼하게 답변을 적어 보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대선공약기독연대는 2월 25일 두 후보의 답변을 종합·평가한 자료를 발표했다. 전문은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상정 대선 후보. 정의당 홈페이지 갈무리
심상정 대선 후보. 정의당 홈페이지 갈무리

두 후보 중 대선공약기독연대가 제안한 정책에 좀 더 부합하는 답변을 내놓은 사람은 심상정 후보였다. 교육 분야에서 두 후보 모두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 재검토, 대학 이름이 아닌 연구력·경쟁력 차이에 따른 서열화 강화를 공약해 교육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고교학점제 현장 적용을 위한 4가지 선결 과제 제시, 성인 학습자 전형 확대 긍정적 검토, 고등교육 재정 투자 확대를 위한 법 개정 등을 공약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태·환경 영역에서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탈원전 정책에 반해 '원자력 정상화'를 이야기하며, 탄소세 도입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선공약기독연대는 "이명박·박근혜 시절 정책 기조나 방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후 위기 및 생태 문제의 심각성이나 다른 국가들이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학습이나 이해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녹색 성장'이라는 관점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두 후보의 공약은 분명하게 갈렸다. 윤석열 후보의 기본 입장은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상대가 행동하기 전에는 나도 행동하지 않겠다는 자세로는 비핵화도, 적대적 관계 청산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선공약기독연대는 "윤 후보의 '선비핵화'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 이슈의 해결 과정에서 어떠한 중간 생산물도 산출하지 못했고, 논리적으로 불능에 가까운 전제다. 또한 윤 후보는 평화 프로세스에 원론적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선제 타격', '사드 추가 배치' 등 외마디 공약들과는 정면충돌하는 입장으로 그의 기본 태도를 의심하게 한다"고 평했다. 심 후보에 대해서는 "진전된 안보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종전 선언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인식하는 점에서 우월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토지·부동산 문제에서도 두 후보의 공약은 갈렸다. 대장동 사건처럼 용도 전환으로 인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개발이익환수제도를 강화해 현재 20~25%에 머물러 있는 환수율을 50% 이상 올리겠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임의로 수익률을 제한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모 과정을 감시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대 추구를 근절하기 위해, 심 후보는 '주택소유상한제'를 실시해 3주택 이상은 소유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은 공급 부족이라며 정부가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대선공약기독연대는 "국민의힘은 미달이고, 정의당은 과하다"고 평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민의힘 홈페이지 갈무리
윤석열 대선 후보. 국민의힘 홈페이지 갈무리

노동 분야에서 심상정 후보는 산업재해 대책, 공립학교 노동교육, 비정규직 문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 비준 이후 정책, 중대재해처벌법 로드맵 등 모든 질의에서 윤석열 후보보다 상세한 답변을 내놨다. 특히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심 후보는 △전면 적용(5인 미만 기업 적용 제외, 50인 미만 기업 적용 유예 등 삭제) △인과관계 추정 △공무원 처벌 도입 등을 골자로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윤 후보는, 적용 확대나 인과관계 추정 등은 사업주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주·난민 부분에서는 두 후보 모두 현행 난민 정책과 이주민 구금 정책 개선, 이주 노동자를 위한 법 개정,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보편적 출생 등록제' 도입 등 기본 방향에 찬성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심상정 후보는 모든 질문에서 단호하게 이주민 인권을 위한 정책을 공약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검토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장애인과 관련한 정책에서도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좀 더 선명했다. 문제가 많은 장애등록제도에 대해 심 후보는 폐지를, 윤석열 후보는 개선을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장애인복지법의 한계를 보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동의했다. 윤 후보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심 후보는 이미 지난 총선·대선부터 이어 온 정의당 공약이라며 조속한 제정을 약속했다. '탈시설'에 대해서도 두 후보 모두 동의했다. 심 후보는 탈시설 10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며 단계적 시설 폐쇄를 공약했으나, 윤 후보는 탈시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두 후보는 청년들의 주거, 일자리, 금융 복지,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각자 다양한 지원을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는 임대주택 보증금 인하, 주거 급여 대상 확대, '청년 원가 주택' 공급, 불공정 채용 비리 근절과 공정 채용 제도화, 청년 도약 준비금 및 청년 학습 바우처 지급, 정신건강복지법·청년기본법에 따른 상담 프로그램 마련을 내놨다. 심상정 후보는 임차인 계속거주권 보장, 최저 주거 기준 상향, 공공 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 국가일자리보장제 및 청년기초자산제 도입, 전국에 청년마음건강센터 설치 및 무료 상담 지원을 공약했다.

이번 답변 결과를 발표하며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대선공약기독연대가 발간하고 제안한 많은 정책이 정치권이나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없더라도, 이념에 따른 편 가르기에 휩쓸리지 않고 한국 사회가 직면한 근본 문제와 그 대안을 찾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 이후에도 뜻 있는 기독교인들부터 공동선에 기반해 한국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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