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결과 논평…"분열 회개하고 상처 난 국민 마음 치유해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56%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불과 24만 7000여 표(0.73%) 차이라는 유례없는 초접전을 벌였다. 대선 결과를 두고 양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의 결집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교계 연합 기관들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류영모 대표회장)은 3월 10일 오전 '겸손과 지혜와 덕으로 다스리는 대통령 되시길'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교총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분열은 그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며 "당선인은 공약한 대로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속히 치유하여 상생과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다른 후보들에게는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는 면모를 보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20대 대통령은 승리에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약자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지도자가 되기 바란다. 권력에 아부하는 악한 이들의 꾀를 분별하여 단호하게 거부하는 용기와 지혜로 앞길을 열어 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도 10일 오후 '국민 통합을 이루는 평화의 정치를 희망한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잠식하고 국민의 선택을 극단적으로 양분하면서, 다시 한번 국민의 마음에 깊은 분열의 상처를 남겼다"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은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정치권력의 오만과 부패를 회개하고, 자기 비움과 겸손으로 국가의 주체인 국민을 정의롭게 섬기는 국민의 일꾼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했다.

교회협은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향해 "선거 과정에서 쏟아낸 냉전적·전체주의적 맹목을 지양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여타의 정당들과 대승적 차원의 협치를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생명 중심의 세상, 민주 공화의 세상, 평화 공존의 세상, 평등의 세상 등을 건설하기 위해 집단 지성을 발휘해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교회협은 한국교회에도 "주권재민의 민주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신앙의 과제로 새롭게 인식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진영 이데올로기나 집단적 이해관계에 구속되지 말고, 복음의 공적 가치를 토대로 상호 보완적 일치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래는 양 단체 성명서 전문.

한국교회총연합 대선 결과에 따른 성명서
겸손과 지혜와 덕으로 다스리는 대통령 되시길

변화와 회복의 희망이 절실한 이 시대, 문명사적 변환기에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낸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어 5년 임기 동안 대한민국의 통치자로서 그 직무를 담당하게 된 대통령 앞에는 조국 대한민국의 안정과 평화를 수호하며,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번영된 미래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책무가 놓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여전히 약육강식의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제 우리는 국제적으로는 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내적으로는 영토를 수호하며, 경제·사회·문화 영역에서 더욱 부강한 대한민국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과 분열은 그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나친 이념 논쟁과 진영 싸움으로 인해서 후보자는 물론 모든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와 같은 망국적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한 대로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속히 치유하여 상생과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종식과 기후 위기, 인구 절벽, 전쟁의 상시적 위협, 재난의 일상화라는 엄존하는 현실 가운데 상호 신뢰 회복과 상생의 통합만이 위기 극복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당선인은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국민 통합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정책 방안을 속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후보들도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고, 모두가 이 땅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하나의 대한민국'임을 드러내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성경 시편 1편에서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라고 했다.

20대 대통령은 승리에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약자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지도자가 되기 바란다. 권력에 아부하는 악한 이들의 꾀를 분별하여 단호하게 거부하는 용기와 지혜로 앞길을 열어 가야 한다. 패자에 대한 존중과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관용과 덕으로 다스리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임기 동안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다음 세대가 희망을 품고 도전하는 더욱 부강한 나라를 이루어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을 위해 부단히 기도할 것이며, 기독교적 가치 실현을 통해 더욱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2022년 3월 10일
사단법인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류영모
공동대표회장 고명진 강학근 김기남 이상문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논평
국민 통합을 이루는 평화의 정치를 희망한다

정치권력의 추한 민낯을 드러낸 채, 반복되는 진영 갈등과 지역 갈등의 구태에 성별, 세대별, 계층별 갈등을 더하며 퇴행적으로 전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촛불 시민 혁명' 이후에 치러진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잠식하고 국민의 선택을 극단적으로 양분하면서, 다시 한번 국민의 마음에 깊은 분열의 상처를 남겼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은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정치권력의 오만과 부패를 회개하고, 자기 비움과 겸손으로 국가의 주체인 국민을 정의롭게 섬기는 국민의 일꾼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당은 선거 과정에 쏟아 낸 냉전적, 전체주의적 '맹목'을 지양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여타의 정당들과 대승적 차원의 협치를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민주시민들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발전시켜 온 공적 가치를 토대로 국민 통합을 이루는 평화의 정치를 구현하기를 희망한다. 여야를 막론한 대선 후보들이 공히 국민 앞에 약속한 대로, 87년 체제 이후 고착되어 온 거대 양당정치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청산하고 국민 통합의 정부를 구성하므로, 다원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차기 국민 통합의 정부가 온 국민과 더불어 생명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는 생명 중심의 세상, 주권재민의 가치가 모든 영역에서 살아 숨 쉬는 민주 공화의 세상,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평화 공존의 세상,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의 존엄성이 모든 영역에서 차별 없이 존중을 받는 평등의 세상, 사회 경제적 약자가 일상의 행복에서 소외되지 않는 나눔과 돌봄이 제도화된 세상, 생태 정의가 구현되는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문명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대선 과정에 주체로 참여한 주권자인 국민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얻은 대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분열의 정치에 의해 나뉘어진 마음을 주권재민의 가치 아래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기 바란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며 합리적 의사소통의 공론장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고착화된 분단 체제 하에서 국민에게 강요된 냉전적 이분법적 진영 논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가 직면한 총체적 생명의 위기를 생명 살림의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성숙한 시민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선 과정에 집단적 영향력을 행사한 한국교회가 주권재민의 민주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신앙의 과제로 새롭게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진영 이데올로기나 집단적 이해관계에 구속되지 말고, 복음의 공적 가치를 토대로 상호 보완적 일치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역사 속에서, 사랑과 정의의 복음의 능력으로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고, 치유되고 화해된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바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민주 시민사회와 더불어 흔들림 없이 주권재민의 길 위에 서서, 하늘 뜻 땅에 이루는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2022년 3월 1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 홍 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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