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독법률가회(CLF), 영등포산업선교회, 좋은교사운동, 희년함께 등 기독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안했다. △교육 △노동 △생태·환경 △이주·난민 △장애인 △청년 △토지·부동산 △한반도(대북 관계, 통일, 평화) 등 8개 분야에서 정책 총 107개를 내놨다.

'100대공약제안을위한기독시민단체연대'(대선공약기독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인 단체들은 올해 9월부터 정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각 단체가 주력해 온 운동을 토대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정책들을 내놨다. 대선공약기독연대는 12월 15일 '공약 제안서'를 발표함과 동시에 이 제안서를 기초로 한 '정책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1월 말까지 답변을 받아 정리 및 발표할 계획이다. 공약 제안서와 정책 질의서는 기윤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독 시민운동을 펼쳐 온 단체들이 연대했다. 사진 제공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선공약기독연대는 12월 22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공약 발표회를 열어, 각 분야 정책들에 대한 취지와 내용을 간단하게 발제했다.

교육 정책은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공동대표가 발제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학교를 교육의 본질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2대 요인으로 '입시 경쟁'과 '관료주의 구조'를 꼽았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입시 경쟁 교육 해소', '관료주의 문제 해결', '보편적 학생 지원 체제 수립'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대학 서열 해소 3단계 종합 로드맵 실현 △논술형 수능 도입 △공모형 학교장 직선제 도입 △정서 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학교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등 총 14개 정책을 제안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송기훈 목사는 노동 정책을 발제했다. 그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생겨났는데, 이제는 이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짜인 고용 구조가 정규직-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 증가, 대량 해고 발생률, 산업재해 발생률을 더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플랫폼 노동자 등을 포함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 △기후 위기 시대 노동자 보호 △청소년 시절부터 노동 교육 의무화 등 총 6개 정책을 제안했다.

'생태·환경' 정책은 기환연 임준형 간사가 맡았다. 모두가 '기후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느슨하기만 하다. 임 간사는 "현재의 위기 상황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허상에 취해 지구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며 근본적인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핵 에너지 전환 기본법 제정 △신공항 계획 철회 △4대강 재자연화 △가리왕산 복원 △탄소 발자국 표시제 등 총 18개 정책을 제안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활동하는 CLF 김세진 변호사는 '이주·난민' 정책을 발제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은 정책으로 외국인을 차별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외국인 인력 정책은 '현대판 노예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난민 인정률도 1%대라며 "정부가 국민 사이에 퍼져 있는 허위 정보를 걸러내기는커녕, '가짜 난민'을 색출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 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 △이주 구금의 장기화 금지 △이주 아동 구금 금지 △고용 변동 신고(사업장 이탈 신고)에 대한 이의 가능 및 구제 등 총 10개 정책을 제안했다.

'청년' 정책은 기윤실 김현아 사무국장이 맡았다. 그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후보들이 '청년'을 화두로 삼으며 인재 영입과 정책 발표를 이어 가지만, 여전히 청년을 대상화하고 병풍 삼아 시대착오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몰이해와 무례함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며, 앞으로 출범할 정부는 2020년부터 시행된 '청년기본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 건전도 개선을 위한 금융 복지 △맞춤형 공공 임대 주택 확대 및 대출 제도 개선 △세대 갈등 및 참여 불균형 해소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 건설 등 총 22개 정책을 제안했다.

'토지·부동산' 분야 정책은 희년함께 이성영 상임대표가 맡았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양극화의 핵심에는 부동산이 있다"며 "부동산의 가치가 아닌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동산 지대 추구를 근절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토지 보유세 강화 △공공 토지 임대형 개발 △공공 분양 주택을 토지 임대부 및 지분 공유형 주택 공급 방식으로 전환 △사회 주택 공급 활성화 등 총 8개 정책을 제안했다.

'한반도' 분야 정책은 한반도평화연구원 윤환철 연구위원이 발제했다. 그는 통일 담론의 개혁부터 필요하다며 "이제는 한반도 문제를 '평화'가 수식하는 통일, 평화 우선의 통일론으로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북 간 왕래의 양적 성장, 평화를 지지하는 국제 관계 형성, 탈북민 정착 지원 등을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종전 선언 추진 △DMZ 내 남북경제교류센터 설치 △외국인 대상 한반도 평화 투어리즘 △탈북민 소득 보전 및 일자리 창출 등 총 7개 정책을 제안했다.

장애인 정책은 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인권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CLF 박종운 변호사가 맡았다. 박 변호사는 "그간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가 상당 부분 향상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모든 부문에서 비장애인과의 상당한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 등록 제도 폐지 및 개인별 욕구 기반 서비스 도입 △장애인 경제활동 차별 철폐 △장애인 주거권 확보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 등 총 22개 정책을 제안했다.

발표에 앞서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정 총무는 인사말을 전하며 "안전·생명의 문제, 기후 위기, 불평등 심화는 민주 사회가 공통으로 감당해야 할 과제다.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각하고 엄중한 시기에, 이 과제를 풀고 미래를 열어 가는 데 누가 적합한 후보인지, 세력인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림절 성서 본문을 언급하며 "이제 우리는 미천한 사람의 사정을 알아주고, 교만한 사람들을 흩어 버리고, 제왕들을 끌어내리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고 구원할 사람이 누구인지, 주린 사람들을 물리적·정신적으로 배부르게 할 사람이 누구인지 찾고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손 총무는 대선공약기독연대의 자료집이 한국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준다며, 각 캠프뿐 아니라 교단들에도 전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께 인사말을 전한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사실 모두 알다시피 지금 대선 국면이 후보와 후보 주변의 비리를 놓고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와 같이 정책 운동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리석어 보인다. 하지만 누구든 대통령이 된다면 정책을 펴야 한다. 그때를 위해 우리가 좋은 공약들을 만들고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기독교인들이 열정은 있지만 지식이 없어 선동가에게 휘둘리고 정치인에게 이용당한 적이 많았다"며 "이번에 대선공약기독연대가 내놓은 정책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서 성실하게 한 우물만 파 온 사람들이 모아 낸 것이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실천하고 반성하며 걸러내 온 정책이다. 기독교인들이 이를 토대로 선택하고 후보들을 압박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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