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인 대다수는 동성애를 해고 사유로 보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5월 20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개인의 성적 지향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데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차별금지법은 이처럼 다양한 사유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차별을 정의하고, 차별받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지 명시한 법이다.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데 이어,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을)도 동료 의원 23인과 함께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발의했다.

평등법 발의 소식에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기다렸다는 듯 반대 행동에 나섰다.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집행위원장 길원평 교수는 평등법 발의 이틀 후인 18일, 국회 국민 동의 청원 사이트에 '평등에 관한 법률안 반대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그동안 반동성애 진영에서 꾸준하게 주장해 온 허위·왜곡·과장 정보들을 제정 반대 이유로 들었다. 3일 만에 8만 4500여 명(6월 21일 17시 기준)이 청원에 서명했다.

이번에도 국회 입법 예고 사이트는 평등법 반대 의견으로 도배됐다. 진평연 등 교계 반동성애 진영이 반대 의견을 게재하라고 독려했기 때문이다. "절대 반대합니다", "하나님의 법에 어긋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합니다", "결사반대합니다", "적극 반대합니다" 등 별다른 내용 없이 반대한다고만 언급한 글이 벌써 2만 2900여 개에 달한다.(6월 21일 17시 기준)

길원평 교수가 올린 평등법 반대 국민 동의 청원.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길원평 교수가 올린 평등법 반대 국민 동의 청원.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형 교회 목사들도 반대 운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상정되면 국회 앞에서 시위할 것"이라고 말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는 6월 20일 주일예배에서 평등법 반대 행동에 참여할 것을 교인들에게 요청했다.

이재훈 목사는 차별이 금지되고 평등을 추구한다는 취지 때문에 평등법이 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대한민국 사회에 들여오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왜곡된 주장을 반복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법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말씀 읽고 열심히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런 법이 제정되는 것에 강력하게 목소리 내고 반대 서명하고 표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성도가 참여해서, 압도적으로 더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있구나 하는 의사 표현이 돼야 참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평등법을 발의한) 20여 명의 국회의원들은 어떤 반대가 있어도 이번에는 반드시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 일이 절대 성공하지 않도록, 성도들이 이런 걸 귀찮아 하시면 안 된다. 영화관 등록하는 거는 어떻게든 하고 가는 분들이 이런 것은 귀찮다고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직무 유기라고 생각한다."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 박한수 목사(제자광성교회) 등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 온 대형 교회 목사들도 지난 주일예배에서 평등법을 직접 언급하거나 주보에 광고를 내는 방식으로 국민 동의 청원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나학수 목사(광주겨자씨교회)는 아예 진평연이 만든 허위·왜곡·과장 자료를 홈페이지 전면에 배너로 내걸었다.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등법 반대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유 목사는 6월 20일 국회 청원 사이트 링크를 게시했다. 게시글에는 "사이트 들어가 맨 하단에 '동의하기' 버튼을 눌러 주세요. 그러면 로그인 혹은 본인 인증 화면 나오니 확인을 누르세요. 그 다음 비회원 휴대폰 인증을 하고 동의하는 방법이 가장 쉽습니다"라고 참여 방식 설명까지 덧붙였다.

잠시 주춤하던 교계의 평등법 제정 반대 활동은 이상민 의원의 발의와 함께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주류 교단 연합 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은 6월 22일 '위장된 차별금지법 반대와 철회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회'를 열기로 했고, 진평연 역시 6월 23일 평등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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