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저희가 반동성애 강사·단체들을 '가짜 뉴스 유포자'라고 썼다가 손해배상을 하게 된 사건 기억하시나요? 이들이 건 민사소송 1심에서 저희가 일부 패소해 총 3500만 원을 배상해야 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1심 판결 후 1년 3개월 만에 항소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강민구 부장판사)는 4월 23일,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뉴스앤조이> 손을 들어 줬습니다. 

저희에게 소송을 제기한 반동성애 강사·단체들은 하나같이 '가짜 뉴스 유포자'라는 표현을 삭제해 달라고 청구했는데요.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같은 취지의 사건이 5개나 되니 그중 1개만 판단을 받고 나머지는 그 확정판결에 따르자고 합의했습니다. 판단을 받을 사건 1개는 반동성애 블로그 GMW연합이 저희에게 건 소송이었습니다. 다른 사건이 기사 1개나 3개인데 비해, GMW연합이 문제 삼은 기사는 6개나 됐는데요. 이번에 그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반동성애 진영 일부 강사와 단체들은 <뉴스앤조이>뿐 아니라 자신들을 '가짜 뉴스' 혹은 '가짜 뉴스 유포자'라고 표현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유독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당시 김병철 부장판사)만 이것이 "모욕적·경멸적 표현"이라며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의 신뢰를 저하시킬 의도가 담긴 공격적인 표현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 "사회 올바른 여론 형성 내지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원고를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로 낙인찍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원고를 성소수자 인권이나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여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죠.

판결문을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판결문을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뉴스앤조이>가 GMW연합을 '가짜 뉴스 유포 채널'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삭제 청구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원고의 인격권이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습니다. 진실성에 논란이 있는 정보에 대해 오인·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사용한 수사적인 과장 표현으로 볼 수는 있으나, 모욕적·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거나 의견 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공익성도 인정됐습니다. <뉴스앤조이> 기사들은 GMW연합이 주장하는 동성애 반대 이유와 차별금지법 제정 목적·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를 사회적 관심이 있는 쟁점에 대한 건전한 여론 형성과 관련 있는 공공의 이해 사항이라고 판단했습니다.

"GMW연합이 게시한 반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등에 관한 내용은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주제일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 사이 포용과 화합 측면에서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라 볼 수 있다. (중략)

 

(<뉴스앤조이>가 GMW연합을 '가짜 뉴스 유통 채널' 또는 '가짜 뉴스 유포지'로 표현한 것은) 대중들이 허위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게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고, 사회 구성원 사이에 해당 정보의 진위에 관한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건전한 토론을 활성화시켜 이에 기초한 다양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표현 행위의 내용과 형식이 감시·비판·견제라는 언론 본연 기능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공공 영역에 자신을 스스로 노출시키면서 대중들에게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제한 없이 제공하고 있고, 이 사건 블로그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점을 더해 보면, 위와 같은 표현으로 원고를 여론 형성 내지 공개 토론의 장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날 이 사건들과는 별개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와의 항소심 선고도 있었는데요. 이 사건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저희가 이겼습니다. 이용희 대표는 에스더가 <뉴스앤조이>와 관련한 허위 정보를 제작·유포한 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고 유감을 표명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저희 기자와 이 대표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이용희 대표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을 할 경우 징역·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을 <뉴스앤조이>가 허위·왜곡 정보라고 표현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재판 내내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는데요. 온갖 해외 사례를 증거라고 들이미는 바람에, 저희는 그런 사례들이 한국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과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재판부는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판단했습니다.

한편, 2018년 9월부터 '가짜 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시리즈를 보도한 <한겨레>도 반동성애 강사들과의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 길원평 교수(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백상현 기자(<국민일보>)는 <한겨레>에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1심에서 패소한 바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들이 유포한 허위·왜곡·과장 정보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반대하기만 해도 징역 간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수간도 합법화한다', '미국 냅 목사는 동성 결혼 주례를 거부했다가 징역형을 받았다' 등입니다. 이런 주장들은 법원에서 몇 번이나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런 허위 주장을 근거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면 안 될 것입니다.

법원 판단처럼 <뉴스앤조이>는 대중이 허위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반동성애 주장을 팩트체크해 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법원 판단처럼 반동성애 강사들과 단체들은 여론의 장에서 배제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나가는 듯합니다. 대형 교회와 교단에 불려 다니고 블로그나 유튜브 활동도 활발합니다. 이들의 허위·왜곡·과장 정보를 진실로 믿는 개신교인들이 거대한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이겼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들은 아마도 3심까지 갈 것 같습니다. 2018~2019년 당한 소송이 2년을 넘기고 있네요. 이번에 바로잡혀 다행이지만, 1심에서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졌을 때는 솔직히 많이 낙심하기도 했는데요. 돌아보면 그 터널을 뚫고 올 수 있었던 힘은 역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었습니다. 그 응원의 메시지들 덕분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허위 주장에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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