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목사 S 씨의 항소심 선고가 12월 1일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전 목사 S 씨의 항소심 선고가 12월 1일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강원도 춘천에서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를 운영하며 미성년자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전 목사 S 씨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재판장)는 12월 1일, S 씨에게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S 씨는 올해 1월 29일 1심에서 청소년 강제 추행, 위력 추행 등으로 징역 7년을 받고 수감된 바 있다. 그가 속했던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고명진 총회장)는 9월 총회에서 S 씨를 '제명' 처분했다.

S 씨의 범죄는 2008~2009년 일어난 것으로,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이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는 것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빴다. 1심 판결 후 검사와 S 씨 양쪽에서 항소했다. 항소심 과정은 지난했다. S 씨는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했는데, 그 근거는 터무니없었다. 아무 증거 없이 피해자들이 신천지와 연관돼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한편, 자신의 성기 주변에 특이한 점이 있다며 피해자들이 정말 피해를 당했다면 이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 씨와 변호인단은 이 '신체 감정'을 하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계속해서 요구했다. 결국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시간을 끌었고, 9월 14일 신체 감정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S 씨는 병원에서 성기 주변 감정을 받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S 씨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하면서 S 씨는 다시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은 교회 목사이자 지역 아동 센터 운영자인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는 여자 청소년들을 여러 차례 추행한 것으로, 범행에 이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 피고인은 자신이 목사로서 받는 권위 및 피해자들의 가정환경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행동에 반항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반복해서 범행을 저지르는 등 비난 가능성도 크다. 피해자들은 이로 인해 커다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거나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사건 본질과 무관하게 피해자들을 신천지로 몰아 비난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강원여성연대는 항소심 선고에 앞서 가해자와 그의 변호인단을 규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변호인단의 도 넘은 주장

S 씨는 항소심에서 대형 로펌 '법무법인 YK'와 '법무법인 로고스'를 선임했다. YK는 주로 형사 사건 변호를 맡는 로펌이다. 특이한 점은 성폭력 관련 법으로 고소당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마케팅한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성범죄'·'변호사' 등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이들의 광고가 나온다. '3900건의 압도적 성공 사례'라는 홍보 문구대로, 홈페이지에는 3939개 '성공 사례'가 나오는데(12월 1일 기준), 상당 부분이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의 무죄·무혐의·집행유예를 이끌어 냈다는 내용이다. 지난 9월 14일 S 씨가 보석으로 출소하게 된 것도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게재돼 있다.

YK 변호사들은 공판 과정에서 집요하게 신체 검증을 요구했다. 검사와 피해자 측 변호인은 물론 재판부도 회의적이었다. 바깥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강원여성연대(강릉여성의전화·시소강릉시청소년성문화센터·동해시가족센터·속초여성인권센터·원주여성민우회·춘천여성민우회)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신체 특징을 물어보겠다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YK 변호사들은 피해자들이 정말 피해를 당했다면 S 씨의 성기 특징을 기억해야 한다는 논리로 계속해서 밀어붙여 결국 신체 검증을 관철했다.

법무법인 YK 홈페이지에는 S 씨의 보석이 '성공 사례'로 기록돼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교계에서 워낙 유명한 로펌이다.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졌으나, 설립 정신에 맞지 않게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나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등 주로 문제를 저지른 목사들을 대리하며 황당한 논리를 펴 빈축을 사고는 했다. 이번에도 로고스는 S 씨를 변호하며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허위 주장들을 내놨다.

로고스는 S 씨가 범행을 저지른 D교회 건물에 창문 등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으며, 만약 반복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를 본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고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창문이 달린 교회 건물 사진과 평면도까지 첨부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과거 창문이 가려져 있거나 없었던 시절의 사진을 찾아내 재판부에 제출해야 했다.

또 로고스는 피해자들이 가족과 고소를 공작했다거나, 피해자 변호인에 의해 '학습된 진술'을 하고 있다거나, 피해자들과 가족이 신천지로 의심된다고 적었다. 이 중 어떤 주장도 합리적 근거는 없었다. 일례로, 피해자의 친척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가끔은 나를 이단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나를 두렵게 한다"는 글을 첨부하며 "스스로 신천지임을 고백하는 글"이라고 써 놨다. 재판에 내는 의견서에 '신천지의 포교 방법'까지 기술했다. S 씨가 과거부터 신천지의 공격을 받고 있었으며, 이번 고소도 신천지의 공작이라는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S 씨 측은 피해자들이 2008~2009년 당시 D교회에 다니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피해자들의 진술 일부를 꼬투리 잡아, 여러 곳에 사실 조회서를 신청하고 증인을 다수 불렀다. 이 때문에 항소심 재판이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중간에 S 씨가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한 것이다.

피해자 측은 이런 황당무계한 주장들에 일일이 증거 자료를 찾아 반박해야 했다. 특히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로고스의 '학습된 진술' 주장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며 "나는 악마 같은 아동 성범죄자를 변호하는 피고인 대리인들도 직업인으로서 입장을 존중했다. 피해자들 등의 성토에도 변호사의 직무상 윤리를 설명하며 그 입장을 이해시키려 애써 왔는데, 동료 변호사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학습시키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은 선을 넘은 주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낸 의견서 일부분. 피해자 측은 만약 이 신체 검증에 응할 경우,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칠까 우려해 애초에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자 로고스와 YK는 이런 식의 논리를 내세웠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낸 의견서 일부분. 피해자 측은 만약 이 신체 검증에 응할 경우,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칠까 우려해 처음부터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로고스와 YK는 이런 식의 논리를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두 대평 로펌의 주장은 모두 배척됐다. 재판부는 S 씨의 성기 부분 특징도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이 12~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할 만한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일환으로 해리 장애를 겪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시 한번 피해자들의 진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건물 구조나 신천지 연관 주장 등으로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 피해자는 항소심 선고 후 기자와의 대화에서 "두 로펌에서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 대응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배척됐지만, YK의 신체 감정이라는 2차 가해적 주장이 받아들여져 가해자가 보석된 것도 큰 충격이었다. 로고스는 어떻게 그런 이름을 쓰면서 이렇게까지 피해자들을 괴롭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들이 여러 곳에 사실 조회를 신청하는 바람에 우리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돼서 다행이지만, 우리는 1년 가까이 2차 피해를 당했는데 가해자의 형량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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