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자신이 운영하던 교회와 지역 아동 센터를 다니던 아이들을 수차례 성추행한 강원도 춘천 D교회 S 목사가,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을 신천지 신도라고 음해하고 있다. S 목사와 가족 및 지인들은 항소 이유서와 탄원서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의도를 의심하고 배후에 신천지가 있다는 식의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

S 목사는 올해 초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그의 변호인 법무법인YK는 4월 21일 법원에 제출한 항소 이유서에서 S 목사가 무죄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S 목사의 '신체 감정'을 신청하는 한편, "피해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피고인을 무고하게 된 것인지 자세히 확인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친척 오빠는 현재 이단으로 규정되어 있는 '신천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예전부터 피해자들을 포섭하고자 상당히 노력하곤 했다"고 썼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단정적으로 쓴 것이다. 그리고는 피해자들이 이 친척 오빠의 영향을 받아 S 목사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그가 신천지 신도라는 주장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항소심이 시작되자 S 목사의 가족과 지인들은 탄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이들도 피해자들이 신천지에 연루됐다는 식으로 탄원서를 작성했다. 역시 증거는 없었다. "피해자들의 친척 오빠가 신천지 골수분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피해자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교회가 운영하는 아동 센터를 전수조사해 달라'고 했다", "배후 세력을 신천지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만 있었다. 탄원인 중에는 S 목사와 같은 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박문수 총회장) 소속 목사도 있었다.

피해자들이 신천지 신도이기 때문에 S 목사를 음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1심 재판부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피해자들을 '신천지'로 몰아세워 비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며 반성하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S 목사 1심 판결문 일부. 뉴스앤조이 구권효

하지만 S 목사 측은 항소심에서도 계속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피해자들과 신천지의 연관성을 증명하겠다는 명목으로, 법원 승인을 받아 피해자들이 다니는 교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 '사실 조회서'를 발송했다. 이와 같은 재판 진행에 대해 피해자들의 변호인은 6월 23일 열린 공판에서 "피해자들이 신천지라는 진술에는 직접적이기는커녕 간접적인 증거도 없다. 법원이 사실 조회서 발송을 허락한 것은 존중하나, 이런 식의 절차는 불필요하다고 본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기독교반성폭력센터(노경신 사무국장)와 강원여성연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S 목사는 피해자들이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해 음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이 신천지 교인이라거나 피해자의 고소 의도를 왜곡해 지역사회에 퍼트리고 있다. 피해자들이 과거의 고통과 마주하며 이 자리에 선 이유는,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고 더 이상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며 "S 목사는 피해자에 대한 음해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반성·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신천지 신도라는 주장은 이 사건과 관계가 없을 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이들은 거주지에 따라 십수 년간 춘천과 서울에 있는 교회들을 다녔다. 이 교회들은 모두 정통 교단에 속해 있다. 피해자들의 친척 오빠는 직업이 상담사이기 때문에 동생들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곤 했다. 그는 6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해자 측은 아마 피해자들의 정신력이 약하기 때문에 나를 무너뜨리면 피해자들도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S 목사 측이 자신을 공격하는 이유를 짐작했다.

한편, 가해자 S 목사를 엄벌해 달라는 탄원서도 제출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6월 22일, 246명이 연명한 엄벌 촉구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연명인 중에는 권인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도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강원여성연대도 21일 엄벌 촉구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7월 14일 속행하는 항소심 공판 전까지 S 목사 엄벌 촉구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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