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가 11월 23일 열렸다. 현재 목회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 활동 중인 목회자들이 구직 중인 목회자들을 상담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가 11월 23일 열렸다. 현재 목회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 활동 중인 목회자들이 구직 중인 목회자들을 상담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목사도 별도의 직업을 구하는 시대가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목사가 목회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는 건 불경스러운(?) 일이었지만, 교세가 줄고 목사 수는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치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가뜩이나 척박한 목회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발했고, 이에 따라 목회 이외의 직업을 갖는 목회자가 늘어났다.

일하는 목회에 집중해 온 목회사회학연구소(조성돈 소장)와 굿미션네트워크(GMN·한기양 회장)가 '목사의 직업, 사회인으로서의 자리'라는 주제로 제3차 사회적 목회 콘퍼런스를 11월 23일 서울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일종의 직업 박람회인 콘퍼런스에는 목회자 100여 명이 등록해 북새통을 이뤘다. 발표나 좌담보다도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직접 차린 부스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창업 지원 △농촌 목회 △사회복지 △공공 기관 및 교육 △공공 영역과 마을 목회 △전문 기술직 △플랫폼 7분야에 종사 중인 목회자 21명이 창업과 취업 상담을 도왔다.

사회복지나 NGO 등 그간 교회와 접점이 있던 영역 이외에 인테리어, 농업, 운송업 등 목회자들에게 생소했던 직업에 대한 설명도 인기가 많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최주광 목사가 목회자들에게 노하우와 직업 선택 시 유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회복지나 NGO 등 그간 교회와 접점이 있던 영역 이외에 인테리어, 농업, 운송업 등 목회자들에게 생소했던 직업에 대한 설명도 인기가 많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최주광 목사가 목회자들에게 노하우와 직업 선택 시 유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오후 1시 30분, 목회자들을 위한 부스가 문을 열자 부스마다 도움을 얻으려는 목회자들이 몰렸다. 카페 창업을 포함해 야채 장사, 양계, 양봉, 농업, 노인복지, 아동·청소년 복지, 장애인 복지, 공공 기관, 코칭 사역, 학원, 마을 목회, 사회적 목회, NGO, 인테리어·목공, 냉난방기 수리, 배관·용접, 배달·운전, 부채 상담, 장례 지도사까지 다양한 소개 부스가 차려졌다.

상담을 맡은 목회자들은 해당 직업의 장단점, 안정적으로 정착했을 때의 예상 수입,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 등을 공유했다. 실제 인테리어나 농장 사진을 보여 주기도 하고, 직접 채취한 꿀을 가져오는가 하면 화물 배달 건을 잡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보여 주기도 했다.

"목수 일은 자기를 잘 챙겨 주면서 일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제일 좋아요. 그게 제일 안정적으로 일할 방법이죠. 또 하나는 현장과 실제의 괴리가 매우 크다는 점인데요. 용어부터 달라요. 우리는 'ㄱ자 자'로 배웠지만, 현장에서는 '사시가네'를 가져오라고 하죠. 직업도 다양해요. 목수라고 다 같지 않고, 인테리어 목수가 있고 외장 목수가 있고 한옥 목수가 있어요. 쓰는 도구도 다 달라요." (흩어지는사람들 최주광 목사, 인테리어)

 

"보통 닭 1000수가 알을 낳고 500수가 병아리라고 가정하면, 연간 매출이 1억 원 정도 나올 수 있어요. 50%가 순수익이고, 월 400~450만 원이 나올 수 있어요. 그렇지만 혼자 하면 매여요. 여행도 못 가고요. 우리는 목회를 하면서 부업 개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은예수공동체 손주완 목사, 양계)

 

"보통 사역자들이 야간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피곤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요. 차라리 새벽 4~5시에 시작해서 오전 10시에 한 텀을 끝내는 게 좋아요. 차량은 새 차를 구입하시는 게 나아요. 타면서 차를 익히면 좋고, 3년 정도는 (정비 때문에) 크게 돈 들어갈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중고 화물차는 고장 났을 때 문제가 있어요. 처음 시작하실 때는 냉장이나 냉탑(탑차)를 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일 잡는 게 제한적이거든요." (광민셀교회 정은상 목사, 개별 화물 운송)

1시간 가까이 목회자들을 상담한 최주광 목사는 "그냥 배워 보고 싶다며 목수 일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또 한 분은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계셔서 좋은 기술자를 연결해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을 고민하는 이들을 상담한 정은상 목사도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고민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 듣고 감을 잡았다는 목회자들도 있었다. 그런 쪽에서 실제로 도움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는 100여 명이 등록했다. 주최 측은 부스 소개 이외에도 사회학, 신학적 고민 거리를 던지며 '일하는 목회자'를 통한 한국교회의 회복을 모색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콘퍼런스에는 100여 명이 등록했다. 주최 측은 부스 소개 이외에도 사회학, 신학적 고민 거리를 던지며 '일하는 목회자'를 통한 한국교회의 회복을 모색하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제한 조성돈 교수는 이중직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오히려 이 일을 신학적으로 재해석하고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는 성직'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일하는 목회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목회' 개념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는 "건물을 내려놓고,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이들과 목회하면서, (교회에서의 지원이 아닌) 스스로 벌어 자신의 삶을 이루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나 건물, 교인 수에 매이지 않는 목회 현장이 많아진다면 교회에서 소외됐던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찾아갈 곳이 생길 것이다. 가나안 교인이 되어 떠돌던 사람들도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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