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교세는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재완 씨는 이제 성장을 추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중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에 들어섰으며, 전통 목회처럼 일하는 목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교회는 교세는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재완 씨는 이제 성장을 추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중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에 들어섰으며, 전통 목회처럼 일하는 목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왜 목사가 '알바'를 해요?"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어느 날 교회를 전혀 모르는 비기독교인이 김재완 씨(31)에게 물었다. 목회자 자녀로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을 중퇴한 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석사과정에 들어간 김 씨는, 목회자 수급 문제부터 시작해 고단한 목회자의 삶과 사실상 별 도움을 주지 않는 교단의 현실 등을 2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질문을 던진 이는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이런 세계가 있는 줄 몰랐다며 흥미로워했다. 그러면서 김 씨에게 '일하는 목회자'를 주제로 논문을 써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도시 빈민을 연구해 온 김 씨의 지도교수도 일하는 목회자들이 도시 빈민에 해당하는 것 같다며 이 주제로 논문을 진행해 보라고 권했다.

김재완 씨는 일하는 목회자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29명의 목회자를 심층 면담하고, 각종 자료 등을 참고해 약 1년 만에 논문을 작성했다. 올해 4월 논문을 바탕으로 한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이레서원)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다. 김 씨는 단순히 일하는 목회자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고단한 삶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이중직 목회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인류학 관점에서 접근했다.

김 씨는 일하는 목회자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교회가 '성장'을 '추앙'해 온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외적 성장을 부르짖어 왔다. 소위 십자가만 꽂아 둬도 부흥했던 시절을 거치면서 '성장 담론'은 한국교회 내면 깊숙이 뿌리내렸다. 하지만 교회는 2000년대 들어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며 논란을 자초했고, 이는 교세 감소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세는 줄어드는데, 외려 목사와 교회 수는 늘어났다. 신학교에서는 끊임없이 목회자를 배출했지만, 정작 이들이 목회할 수 있는 임지는 어느 순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5월 19일 서울대 교정에서 만난 김재완 씨는 "교회는 갈수록 양극화했고 개교회주의가 팽배해졌다. 교회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이중직 현상이 발생했다. 이중직은 성장만 추앙해 온 한국교회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이레서원)는 일하는 목회자가 왜, 어떻게 나타났는지 다룬다. 저자 김재완 씨는 한국교회 안에 여전히 일하는 목회자를 향한 거부감이 있다면서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이레서원)는 일하는 목회자가 왜, 어떻게 나타났는지 다룬다. 저자 김재완 씨는 한국교회 안에 여전히 일하는 목회자를 향한 거부감이 있다면서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성장'이란 한국교회가 선교 강국을 자축하면서 사회에는 무관심할 수 있었고, 사회와 단절되어 있으면서도 정치적 진영 논리와는 가까울 수 있었고, 순교 신앙의 후예를 자처하면서도 사회 주류에 편승하려는 욕망을 배양할 수 있었으며, 진리를 수호하면서 무한한 내부 분열을 일으킬 수 있었고, 신학에는 엄밀하면서 동시에 윤리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 있도록 이끈 역학(dynamic)의 총체이자 그 힘을 추동한 정신이었다." (14쪽)

"결론적으로 한국교회의 양극화의 결과로 양산된 미자립교회는 목회자 수급의 불균형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목회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양산된 개척교회들은 다시 미자립 교회를 양산한다." (47쪽)

자립하지 못한 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더 많은 선교비(후원)를 끌어오거나,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목회를 하거나, 아예 목회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것 정도다. 김 씨가 면담한 목회자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목회도 병행했다. 어떻게 보면 목회를 포기하는 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더 편할 텐데, 그들은 목회자 정체성을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김 씨가 만난 대다수 목회자는 노동을 목회처럼 신성하게 여겼다. 일하는 목회자들의 성취감과 만족도는 높았다. 그렇다고 아예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 목사·교인·교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김 씨는 "한국교회가 일하는 목회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좋지 않다. 실패한 목회자로 인식하거나 세상에 오염된 목회자로 바라보기도 한다"면서 "앞서 말했듯이 성장이 멈춘 한국교회 상황에서 이중직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일하는 목회자를 대하는 교회 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전통 목회처럼 일하는 목회도 하나의 형태로 받아들여야지, 틀리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목회자 정체성'은 한국 개신교 내에서 작동하는 상징체계를 반영하며 '전통적인 목회자 정체성'(순수)과 '이중직 목회자 정체성'(오염)으로 분화한다. 그리고 이 상징체계는 곧 오염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목회자들에 대한 낙인(stigma) 효과를 동반한다. (중략) 이중직금지법을 통해 '불법적인 존재'로 각인되며, 동료 목회자들에게는 '실패한 목회자', '믿음 없는 목회자', 교인들과 가족들에게는 '능력 없는 목회자', '못나고 우스운 목회자', '진정성 없는 목회자'라는 오명과 낙인을 가지고 살아간다." (96~97쪽)

"일하는 목회자들의 임무는 하루빨리 '이중직'이라는 포로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예레미야서의 유대인들의 경우와 같이 그 삶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 내는 것이다. 그러나 유대 지도자였던 거짓 선지자들이 예레미야를 저주한 것처럼, 제도화된 교회는 여전히 이중직 목회자들을 불법적 존재로 규정한다." (168쪽)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중퇴하고, 서울대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재완 씨. 한때 그의 꿈은 목사였지만, 지금은 기독교 연구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중퇴하고, 서울대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재완 씨. 한때 그의 꿈은 목사였지만, 지금은 기독교 연구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재완 씨는 포스트 성장의 길을 걷는 한국교회가 일하는 목회자를 배척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목회자들은 일터에서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사람을 만나며 복음을 전하기도 한다면서, 기존 교회에 새로운 교인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역동적인 방식으로 사회와 호흡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한국교회는 계속 위기라고 하는데, 일하는 목회자를 보면서 진짜 위기가 무엇인지 성찰했으면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추앙해 온 성장을 이제는 '추모'해야 한다. 성장은 과감히 버리고 이중직 현상처럼 교회 안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의 동력이 생명력을 다한 지금, 과도기의 한국교회는 혼란 속에 있다. 이 혼란을 넘어서고, 과거를 성찰하며, 책임 있는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성장'을 추모하는 것이다." (182쪽)

"성장을 추모하며 우리는 두 가지 사건에 참여해야 한다. 먼저는, 이제 '성장'을 우리의 중심으로부터 가장자리로 확실하게 떠나보내야 한다. 다음으로는, 어떻게 새로운 내일을 의미 있게 열어 나갈 수 있을지 물어야만 한다. 우리의 중심을 무엇으로 재구성해 낼 것인가? 포스트-성장의 문턱에서, 한국교회는 어떻게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한국적 신앙을 유의미하게 구성해 낼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얼마나 치열하게 묻고 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한국교회의 내일이 결정될 것이다." (183쪽)

일하는 목회자를 주제로 논문을 쓴 김재완 씨는 내년부터 인류학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원래 꿈은 목사가 되어 도시 선교를 하는 것이었지만, 총신대 신학대학원 입학 직후 학내 사태를 겪으면서 '목사가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온 그는 교회 밖으로 나오면서 진로를 변경했다. 김 씨는 "교회 밖에서 사회적 관점으로 교회를 바라보는 연구를 하고 싶다. 이중직처럼 낯설지만 의미가 있는 현상을 연구하는 기독교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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