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점점 늘고 인식도 긍정적…"헌법 개정·직업 안내·신학 교육 등 교단 차원의 지원 절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이중직 목회자' 또는 '일하는 목회자'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목회자들의 이중직 관련 현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지용근 대표)는 8월 25일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인식과 실태 조사 및 대응 방향' 발표회를 열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과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소속 목회자 가운데, 출석 교인 50명 이하 교회 담임목사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중직 목회자들의 주요 소통 채널인 페이스북 그룹 '일하는 목회자들'을 통해, 현재 이중직을 하고 있는 목회자 220명을 대상으로 이중직 실태 조사도 병행했다.

 

먼저 예장합동·예장통합 소형 교회 목회자 400명을 대상으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부터 조사했다. 당장 이중직을 수행 중이거나 과거 이중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48.5%(194명)로 나타났다. 31.7%가 현재 이중직을 하고 있고, 16.9%는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작은 교회 목회자 89.5%는 '이중직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 40.1%가 '목사·목회의 새로운 유형으로 적극 시도해야 한다'고 했고, 49.4%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목회가 어려워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목회자는 10.4%에 그쳤다.

이중직을 찬성하는 이유로는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45.2%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교회에 의존하지 않아 소신껏 목회할 수 있어서(23.2%) △믿지 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선교적 교회를 할 수 있어서(12.4%) △이중직에 대한 재능이 있고 세상 직업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어서(8.8%)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할 수 있어서(6.3%) △평신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서(3.9%)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중직을 거부하는 이들은 △목회·설교 사역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어서(28.2%) △목회는 성직이므로(22.5%) △목회자의 정체성 혼란 때문에(18.9%) △목회자의 세속화 우려(12.7%) △교인들 보기에 덕이 되지 않고 싫어해서(9.1%) 순으로 나타났다. 교단이 금지해서 반대한다는 응답은 2.9%였다.

 

현재 이중직을 하고 있는 목회자 220명에게 기간, 수입, 직종, 경험 및 요구 사항 등에 관해 질문했다. 이중직 목회자 중 55.4%가 2011~2019년 이중직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이중직을 시작했다는 목회자도 증가했다. 최근 2020~2021년간 이중직을 새로 시작한 목회자는 27.3%로 나타났다. 이중직 목회자 4명 중 1명은 코로나19 시기에 새 직업을 가진 것이다.

이중직 목회자들이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평균 132만 원으로 나타났다. 48.6%가 '100만 원 이하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100~150만 원 14.5%, 150~200만 원 23.2%로 나타났다. 평균 근로시간은 1주일에 27시간이었다.

이들이 목회하면서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평균값은 40만 원에 그쳤다. 47.7%가 '교회에서 사례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50만 원 이하라는 응답이 19.5%, 50~100만 원이라는 응답은 20.9%였다. 교회에서 100만 원 이상 사례비를 받는다는 목회자는 11.8%였다.

본인이 목회 또는 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것 이외에 가족이 얻는 수입이나 외부로부터 후원받는 경우가 있는지 물었는데, 60.9%가 '없다'고 응답했다. 100만 원 이하 소득이 있다는 목회자가 26.8%, 100~200만 원이라는 응답자는 10%였다. 배우자가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한 목회자는 33.6%였다.

'이중직을 통해 버는 수입' +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 + '가족 또는 후원을 통한 수입'을 모두 합친 평균 수입은 221만 원으로, 2021년 기준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308만 8079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넘는 목회자가 200만 원 이하(100만 원 이하 15.5%, 100~200만 원 39.1%)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200~300만 원은 28.6%, 300~400만 원은 11.4%였다.

응답자 중 60.5%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직을 시작했다'고 했다. '교회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 시작했다'는 응답도 19.5% 나왔다. 바꿔 말해, 경제적 자립·독립을 위해 이중직을 시작했다는 응답이 전체 80%라는 뜻이다.

목회자들은 이중직을 시작할 때 외부의 시선과 자존감 때문에 상당한 심적 부담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교인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스러웠다'는 응답이 43.2%,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자존심 때문에 힘들었다'는 응답이 40.9%, '주위의 동료 목회자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스러웠다'는 응답이 35.9%로 나타났다. '가족들의 시선이 부담됐다'는 응답은 21.4%로 나타났다.

경험한 적 있는 이중직 업종 1위로는 단순 노무직(22.3%)이 꼽혔다. 뒤를 이어 자영업(15.9%), 택배·물류(15%), 학원강사·과외(14.1%), 대리운전·택시(9.1%), 카페·음식점(8.6%), 교사(8.6%), 일반 사무직(8.2%) 등이었다. 대부분 목회 이외에 한 가지 직업만 수행하고 있었지만, 2개 이상 직업이 있다는 목회자, 즉 이른바 삼중직·사중직을 한다는 목회자도 27.3%로 적지 않았다.

목회자들은 업종·직종 결정 시 겪은 어려움으로 △목회에 지장 주지 않는 이중직을 찾기 어려웠다(54.5%) △별다른 재능·기술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이중직을 찾기 어려웠다(18.2%)을 꼽았다. 이중직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으로는 △육체적 피로(24.1%) △설교 준비 시간 부족(16.4%) △목회자로서의 소명감·정체성 혼란(15.9%) △교인 돌봄 시간 부족(11.8%) △주위 목회자의 시선(6.8%) 순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55.5%는 '교회 재정 상황이 넉넉해지면 이중직을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39.5%는 '교회 재정과 상관없이 이중직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중직 목회자가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대한 교단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목회자 97.7%은 '이중직 목회자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생계를 위한 이중직이 아니라 전문적 직업을 가지면서 목회를 하는 사람이 한국교회에 더 많아져야 한다'는 문항에도 85%가 동의했다.

한국교회가 이중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86.4%가 공감했다. '매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6%에 그친 데 비해,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65.5%로 높았다. 또한 총회·노회 등 교단이 이중직 목회자를 위해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89.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목회자들은 교단에 바라는 지원 정책으로 △목회자에게 적합한 이중직종 개발(50.5%) △이중직에 대한 교단 헌법 완전 허용(48.2%) △이중직에 대한 정보 제공(38.6%) △이중직에 대한 신학 정립(33.6%) △개인에게 적합한 이중직 상담 및 코칭(32.3%) 등을 요구했다.

"비자발적 자비량에서
자발적 자비량으로 인식 바꿔야"
박종현 목사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일을 골라 준비하는 '자발적 자비량 사역'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종현 목사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일을 골라 준비하는 '자발적 자비량 사역'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을 운영 중인 박종현 목사(전도사닷컴)는 어쩔 수 없이 이중직을 시작한 목회자와 꼼꼼히 준비한 후 이중직을 시작한 목회자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주문했다.

서울에서 목회하는 한 목사는 전형적인 한국교회 목회자 중 한 명이다. 성경 연구와 말씀 가르치는 일이 적성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비관적이다. 그는 지금 청소 용역 업체에서 일하는데 이유는 한 가지다. 자신의 정체성은 목회자고, 교회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일해야 교회 월세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녹초가 되도록 일한 후 토요일 밤에는 책상에 앉아 밤새 설교를 준비한다.

수원에서 목회하는 한 목사는 자발적 자비량을 준비한 경우다. 그는 대형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시대가 달라져도 물류·운송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예측해 자금을 끌어모아 대형 트럭을 샀고, 안정적인 수입을 올린다. 새벽에 나갔다가 오후 3~4시쯤 들어와 가족을 돌보고 청년들을 심방한다. 청년들을 위해 쉐어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박종현 목사는 "앞으로는 목회에 전념해도 생활은 물론이고 교회까지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자신만의 목회 방식과 일자리를 준비하는 목회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계 때문에 내몰린다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기 어렵다. 여러 사정으로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한다. 반면 자발적인 자비량은 자신의 목회 형편과 스타일에 맞는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장통합은 2014년 99회 총회 때 첫 연구를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이중직 목회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몇 년간 공전했는데, 오는 9월 106회 총회에 이중직을 전면 허용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갈 예정이다. 문장옥 목사(예장통합 국내와군특수선교처 총무)는 "새로운 목회 유형으로 공식화해야하지 않느냐는 결론이 나왔다. 이번 총회에서 청원이 통과되면 더 디테일한 매뉴얼과 지침을 다시 만들어서, 자타가 공인하는 공식적 선교가 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은 3년 전 103회 총회에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이중직을 전면 허락했지만 교단 내 부정적 정서가 강해 적극적인 안내나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상복 목사(교회자립개발원 이사장)는 "아무래도 목사는 목회 중심이라는 정서가 있다 보니 교단 내 이중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한국교회 선교 초기 선교사들은 목사일 뿐 아니라 의사·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자립을 강조했다. 그동안은 교회 자립만 강조해 왔지만, 앞으로는 더 철저하게 신학적으로 이중직 또는 자비량 목회를 검토하고 작은 교회 목회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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