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한국침례회가 교단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정혜민 목사(성교육상담센터 숨)를 불러 성교육을 진행하려다, 일부 목회자의 근거 없는 색깔론 공격에 강의를 일방 취소했다. 정 목사가 좌파이자 친동성애자라며 강의를 취소하라는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교한국침례회가 교단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정혜민 목사(성교육상담센터 숨)를 불러 성교육을 진행하려다, 일부 목회자의 근거 없는 색깔론 공격에 강의를 일방 취소했다. 정 목사가 좌파이자 친동성애자라며 강의를 취소하라는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단 내 목회자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자 반성과 재발 방지 차원에서 '목회자 성교육'을 계획한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박문수 총회장)가 성교육 강사 교체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기침은 6월 28~29일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리는 '제111차 정기총회 목사 인준자 교육'에서 '성 인지 교육'을 주제로 한 강의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뉴스앤조이>가 올해 2·3월 보도한 대전 ㅂ교회 이 아무개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 의혹춘천 D교회 S 목사의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하자, 교단이 반성 차원에서 내놓은 조처였다.

앞서 박문수 총회장은 5월 21일 입장문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역하는 이들은 윤리적으로 성결함이 필수적이다. 교회 및 단체가 준수해야 하는 의무 교육 이수를 준수할 뿐만 아니라 교단적인 각종 행사에도 교육 시간을 반영할 것이다. 이에 제111차 목사 인준자 교육에서도 성폭력 관련 과목을 편성했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134개 지방회와 12개 기관 및 총회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제도적 장치 마련과 교회 내에서 목회자 자신이 솔선수범할 것을 천명한다"고 한 바 있다.

박 총회장은 "기독교한국침례회 3500여 교회 모든 목회자들은 목회자 성 윤리 지침을 준수하며, 침례교 목회자로서 성적 비행은 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고도 했다.

기침은 6월 초 정혜민 목사(성교육상담센터 숨)를 섭외해 '성 인지 감수성' 강의를 맡겼다. 그런데 정 목사를 강사로 초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단 내 목사들이 총회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정 목사가 '좌편향·친동성애 목사'이기 때문에 강사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항의가 계속되자 총회 측은 6월 21일 정 목사에게 강의가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정혜민 목사는 6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 관계자가 항의 전화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저기서 '정 목사가 좌파 목사고 친동성애 목사인 거 다 안다. 여기에 대한 자료들을 다 갖고 있다. 강의를 취소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전화가 불특정 다수 목사에게 왔다더라. 나는 '이 교육을 취소하면 교단이 더 욕을 먹을 거다. 부담이 돼서 그러는 거면 절대 취소하지 말라. 차라리 강의 시간에 질의응답을 하면서 오해를 해소하겠다'고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근거 없이 인신공격하고, (아니라는) 증거가 명확한데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프레임을 씌우는 자들, 그리고 그들의 눈치를 보는 이들에게 같은 사역자로서 실망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근거 없는 항의 전화에 결국 강의는 취소됐다. 기침 목회자 인준 교육은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제외하고 '새로운 목회 개척 모델', '이중직 목회', '기침의 역사와 교단 현황' 등으로 진행됐다.

박문수 총회장은 교단 내 잇따른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자, 재발 방지 및 교육 편성, 성윤리 지침 준수를 공약한 바 있다. 침례신문 갈무리 
박문수 총회장은 교단 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자, 재발 방지 및 교육 편성, 성윤리 지침 준수를 공약한 바 있다. 침례신문 갈무리 

박문수 총회장은 7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 때문에 논란이 굉장히 많았다. 나와 교단 총무, 교육부장에게 항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정 목사가 동성애 지지자라서 강의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항의를 받았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강의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총회장이 공약한 교육인데, 교단 일부 목회자가 색깔론을 내세워 항의했다고 강의를 취소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묻자, 박 총회장은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교육 담당자가 신경 쓰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판단을 존중했다. 교육 담당자가 진행하든지 취소하든지 결정하면 내가 지지해 주겠다고 했다. (색깔론에 대해서는) 모두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리에 관한 문제라면 목숨 걸고 싸우겠지만 그런 게 아니면 상대방 얘기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일과 별개로 박 총회장은 목회자 성폭력 매뉴얼 제정 및 규약 개정, 성교육 영상 게재 등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6월 28일 임원회에서 결정했다. 전문가 자문을 구한 성폭력 매뉴얼 초안이 올라왔는데 바로 채택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도 열고, 동영상도 제작해서 총회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다. 언제든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단의 목회자 성교육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기침 소속 한 목사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7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정 목사는 이미 많은 기침 교회에서 청소년 수련회를 인도한 분이다. 총회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의를 취소해 안타까워하는 교단 목회자가 많다. 강사가 마음에 안 들면 사상에 문제 있다며 꼬투리를 잡아 내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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