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막카페 목요 문화제가 3월 17일, 봄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 제공 양민철)

세월호 참사 후 2년간 목요일마다 진행된 천막카페 목요 문화제가 3월 17일(목) 저녁, 텐트를 벗어나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가 설교하고, 길가는밴드가 공연했다.

방인성 목사는 우리 사회가 가장 고통받는 사람의 외침을 들어야 새롭게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설교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픈 곳'이다. 심장이 중요하고 뇌가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곳은 다름 아닌 '아픈 곳'이다. 생명은 아픈 곳을 치유하지 않고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우리는 교회를 지체라고 한다. 교회 내에는 중요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목회를 하다 보니 정작 교회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약한 사람이고 우는 사람이었으며 고통받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들을 세울 때 교회 공동체가 바로 선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우리 사회가 살맛 나는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 따라서 고통당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 사회가 고통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잘난 사람, 돈 많은 사람, 힘 있는 사람의 목소리만 듣기 때문에 이렇게 죽음의 그림자가 짙은 사회가 되고 말았다."

방인성 목사는 다가오는 총선을 언급하며 총선 후보들 중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후보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세월호를 왜곡하고 진실을 덮으려는 정치인들에게 단 한 표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모두 나라를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나서도록 독려하자고 호소했다.

▲ 설교는 방인성 목사가 맡았다. (사진 제공 양민철)

방인성 목사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가자는 발언으로 설교를 마무리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2년간 갖은 조롱과 무시, 무관심에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식을 향한 사랑이다. 세상은 다 잊어도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 아빠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세월호 가족들이 2년이 지나도록 이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자녀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랑이 민족을 위한 사랑으로 승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 사랑을 외면할 수 없다. 세월호 가족들이 던진 질문,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교회는 왜 무관심한가?', '국가권력은 무엇 때문에 왜곡하는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빨리 잊는가?'에 대해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이어진 공연에서 길가는밴드 리더 장현호 씨는 "실패하고 지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홀로 서 있는 것이 두렵다"며 함께 이 길을 걷자고 당부했다. 3월의 마지막 추위가 옷깃에 스며드는 밤에도 그 자리에 모인 열 명 남짓한 참석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길가는밴드의 노래를 들었다. 광화문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들도 잠시 멈춰서 공연을 지켜보기도 했다.

목요문화제 집행부는 3월 24일 목요일에 '광장 신학 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세월호 고통 앞에서 한국교회에 묻는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강좌에는 김성률 목사(함께하는교회)와 고성휘 이사장(목민연구소)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인터뷰하며 지난 2년을 돌아본다.

목요 문화제를 기획하는 양민철 목사(희망찬교회)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여전히 이 문제를 위해 기도하며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장 신학 마당은 3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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