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1년 이전 기사를 검색하기 원하시면 + 버튼을 눌러 주세요.
"내 자식만 잘 살면 되나요?"
[인터뷰] 개그우먼 김지선…NGO 초록리본도서관 관장 된 사연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6.03.13 00:07
  •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개그우먼 김지선 씨는 자타공인 '다산의 상징'이다. 아이 넷이 모두 초등학생이다. 막내는 지난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생 넷을 자녀로 둔 엄마인 셈이다.

김지선 씨는 <뉴스앤조이>가 소개했던 '러빙핸즈'가 운영하는 초록리본어린이도서관의 공동대표 겸 관장을 맡고 있다. 러빙핸즈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멘토를 연결하는 일을 한다. 아이 넷을 키우느라 바쁠 법도 한데,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관심을 쏟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초록리본도서관에서 김지선 씨를 만났다. 개그우먼답게 시종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김지선 씨는 "미모로 도서관 관장이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는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맡았다.

   
▲ 네 아이의 엄마 김지선 씨는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1018대안공간 초록리본도서관 관장을 맡아 매달 아이들을 만나 책을 읽어 준다. '연예인 인맥'과 아이들을 연결해 주는 일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엄마 말과 연예인 말 중에 뭐가 더 효과적일까요?"

김지선 씨는 2010년부터 러빙핸즈 사역에 뛰어들었다. 처음은 홍보대사로 시작했다가 3년 전부터 아예 도서관장을 맡았다. 한 달에 한 번 '김지선 아줌마와 함께 하는 책 읽기' 프로그램을 연다. '얼굴마담'이 아닌 '도서관장'을 맡았다는 점이 뭔가 달라 보였다. 연예인이 NGO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왜 하필 러빙핸즈였을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NGO 단체에서 홍보대사 요청도 많이 해 왔다. 어떤 곳은 홍보대사를 맡으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 "안 오셔도 돼요. 사진만 쓸게요"라고 말하는 곳도 있었다.

김지선 씨 생각은 달랐다. 얼굴만 빌려주면 제대로 된 봉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적어도 5년 이상 활동하며 함께할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박현홍 대표를 알게 됐다. 자기 아이가 투병하는 아픔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러빙핸즈 아이들을 돌보는 박 대표 모습을 봤다. 부모가 부모를 알아본 것일까. 김지선 씨는 기꺼이 합류하겠다고 결심했다.

"내 자식도 잘 살아야겠지만 모두 다 잘 살아야죠."

김지선 씨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조손 가정에는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

"재정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애들이 자랄 때 손을 잡아 주고 이야기 들어주는 거예요. 특히 조손 가정은 더 그래요. 얘네가 가족 얘기는 안 들어도 대학생 형, 오빠 얘기는 듣거든요. 자기와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니까요.

무엇보다 형, 오빠들이 자기 눈높이에서 이해하려 하니까 압박을 안 받아요. 화장이라도 하면 가족들은 뭐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어머,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 연예인 같다'고 하니까 애들 반응이 다르죠. 확실히 가족이 말하는 거랑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거랑 다르더라고요."

김지선 씨 '연예인 인맥'도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희망 토크 콘서트'에 후배 개그맨들, 아나운서들, 아이돌을 불렀다. 김경란 아나운서, 개그우먼 김혜선 씨, 이희경 씨 등이 다녀갔다. 조만간 달샤벳 수빈도 올 예정이다.

연예인 언니, 오빠가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잘 이겨냈다. 극복했다"고 말하면 효과가 다르다. "저보다 수빈이가, 남자 아이돌이 말하면 또 다르지 않겠어요?" 거기에 하나님 얘기라도 나오면 아이들이 공감하는 차원이 다르다.

경쟁 강요하는 사회, 아이들 주적은 '옆집 엄마'

김지선 씨는 희망을 주고, 꿈을 주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아이들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지선 씨는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SBS에서 '영재발굴단'을 하며 상모 돌리던 애를 알게 됐어요. 김덕수 선생님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 중의 천재라고 극찬한 애예요. 얼마 전에 그 아이를 만났는데, 요즘 어떠냐고 물으니 '죽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방송 나간 후로 놀 시간이 없고 매일 민요, 장구를 배우는 거예요. 엄마가 하도 스파르타식으로 하니 애가 죽고 싶다는…그때 슬퍼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시켜서 되는 애, 아무도 없어요."

그 길로 김지선 씨는 줄넘기 학원을 제외하고 아이들 다니는 학원을 전부 끊었다. 공부를 강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 아닌 것 같았다.

"학원 숙제를 스스로 하기 힘든 거예요. 모르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아이 레벨 이상인데, 그래서 관뒀어요."

강요 문화에 물든 건 러빙핸즈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내려놨으면서도 시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너 시험 상관없잖아?' 물어도 '힘들어요'라고 해요. 그게 현실이에요."

김지선 씨와 박현홍 대표가 소개하는 도서관의 가치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읽는 것'이다. 부담 주지 않고 아이들에게 이 세 가지를 당부한다. 잘 노는 아이가 결국 사회성이 좋다는 판단에서다. 머리만 좋아서는 쓸데가 없다는 말이다. 김지선 씨 눈에는 '공부는 못 하더라도 짐 들고 계신 할머니 보면 들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의 기준이다. 서울대 나와서 부모 패는 자식이 무슨 소용이냐는 거다.

   
▲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같았기 때문이다. 소외된 아이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특히 '연예인'이 말하는 삶, '연예인'이 만난 하나님 얘기는 아이들에게 와 닿는 차원이 다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 부모 마음은 부모가 안다

초록리본도서관은 '세월호 기억하기 프로젝트' 활동도 전개한다. 김지선 씨가 도서관 공동대표로 있다 보니 김지선 씨 활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네 아이 엄마 김지선 씨에게 세월호 사건은 '남 일'이 아니다.

오해받는 일도 많다. 초록 리본이 노란 리본과 무슨 상관이냐며 후원 못 하겠다는 기업과 교회가 많다. 김지선 씨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김지선 씨는 세월호 가족들 이야기를 계속 들으려고 노력한다. 소속사에서는 조심하라고 하지만, 핸드폰에도 노란 리본을 붙였다.

"잘못된 건 잘못된 거라고 얘기는 해야죠. 어른이 어른으로 할 말을 못하고 사는 거 같아요. 회사도 정치적인 글 절대 쓰지 말라 하고, '좋아요' 누르지 말라고 해요. 근데 너무 비겁한 거 같아. 촛불 집회에는 못 나가더라도, 소신을 표현할 수는 있잖아요."

박현홍 대표가 거들었다.

"예수님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라고 말하셨죠. 근데 왜 교회가 자본 앞에 서 있을까요. 잃어버린 양 한 마리 비유 보세요. 돈으로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1마리 양의 생명을 봤기 때문에 99마리 두고 찾으러 다니신 거예요."

김지선 씨는 박현홍 대표와 가는 방향이 같기 때문에 이 일을 함께 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서로 삐걱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분의 방향과 저의 방향이 같아요. 이분이 하시는 방향이라면 무섭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아요."

김지선 씨는 3월 12일에도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 나올 때 가끔 자녀들이 '나랑은 안 놀아 주냐'고 투정하지만,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도서관으로 간다. 우리 주변에 돌아보아야 할, 소외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or.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승현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line 예수님이 잃어버린 양 끝까지 찾으셨던 것처럼 예수님이 잃어버린 양 끝까지 찾으셨던 것처럼

추천기사

line "포항 지진은 OOO 때문" 미신화한 개신교
line 오정현 목사 비판했는데, 오정현 목사가 재판장 오정현 목사 비판했는데, 오정현 목사가 재판장
line 주승중 목사 "한국교회, 맘몬에 무릎 꿇고 교회 세습" 주승중 목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