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총신대학교(이재서 총장)가 학내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징계했다. 총신대 징계위원회는 2월 3일, 학생 6명에게 각각 무기정학(1명), 유기정학(3개월·2명), 근신(1개월·1명), 경고(2명) 처분을 내렸다. 징계 처분에 더해 △소속 학과 학과장 특별 지도 3회 △총신대 경건훈련원이 지정하는 교내 교육 3회 △외부 전문 기관의 특별 교육 10회 등 '특별 지도'를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깡총깡총은 총신대 내 유일한 성소수자 인권 모임이다. 학교와 학교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이 '동성애 반대'를 천명하는 가운데,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내에도 성소수자 당사자·지지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015년 만든 모임이다.

학교 안에 성소수자 인권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총신대는 징계 규정을 만들었다. 2016년 '기독교 신앙인의 미덕에 반하는 행위(음주, 흡연, 동성애 지지 또는 동성애 행위 등)를 한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는 학칙 규정을 신설했다.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깡총깡총 깃발이 등장하자, 타 신학대 학생이던 기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총신대학교는 그동안 학내에 성소수자 모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은 2016년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참석한 총신대 김영우 전 총장과 이사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학교는 그동안 학내에 성소수자 모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은 2016년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참석한 총신대 김영우 전 총장과 이사들. 뉴스앤조이 최승현

그동안 깡총깡총 소속 구성원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학교에서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학생이 깡총깡총 단체 채팅방 자료와 개인 소셜미디어에 작성한 성소수자 관련 글 등을 학교 측에 전달하면서 징계 과정을 밟게 됐다. 총신대는 2022년 9월 27일 학생지도위원회 산하 사실확인소위원회를 시작으로, 올해 1월 19일 징계심의위원회를 열어 학생들을 조사했다. 당시 조사위원들은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불러내 △동성애 행위자인지 △동성애 지지자인지 △언제부터 깡총깡총 활동을 시작했는지 등을 물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은 동성애 행위 또는 지지 사실을 부인했지만, 결국 모두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학교는 징계 사유로 '깡총깡총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모임인 사실을 알고도 가입한 점' 등을 내세웠다. 서면으로 통보된 징계 처분서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특별 지도를 거부할 경우, 반성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중징계한다', '징계 기간 중 다시 학칙을 위반하여 개선의 점이 없다고 판단되었을 경우에는 퇴학 처분을 한다' 등 내용도 언급돼 있었다. 

학교 측은 학칙에 따라 징계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학생지도위원장 김정희 교수는 3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학교는 동성애 지지 또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학사 규정이 있고, 학교는 그 규정에 따라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면서 "작년 2월 공익 제보자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제보를 해 왔다. 정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1년간 조사했고, 학생들도 모두 시인했다. 또한 모든 징계 절차는 철저하게 변호사 자문을 받아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교에 있는 동안 학생이 반기독교적 성향을 갖거나 (동성애) 유혹에 빠진다면 회복시키는 게 학교의 의무다. 특별 지도를 통해 우리가 다시 한번 신앙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바로 회복되어 졸업하게 되면, 그만큼 값진 일이 더 없는 것 같고, 학생도 이후의 삶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깡총깡총은 '동성애 반대'를 천명하는 총신대학교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성소수자 인권 모임이다​. 사진은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한 깡총깡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깡총깡총은 '동성애 반대'를 천명하는 총신대학교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성소수자 인권 모임이다​. 사진은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한 깡총깡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학내에서 직접적인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학교가 자신들을 징계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3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밥 한 번 먹고, 한 번 모였던 것 말고는 전혀 활동이 없던 모임이었다. 실제로 학생들을 본 건 (가입 기간 중) 두 번밖에 없다. 뭐라도 했다면 모르겠는데, 모임에 속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으니까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단순히 성소수자 및 앨라이로 존재했다는 점이 징계를 받을 만한 부분인가. (아웃팅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활동할 생각도 없었는데 단순히 제보로 징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가 징계가 확정된 학생들에게 특별 지도를 이수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반동성애 교육'이라고도 했다. 실제 '특별 교육 10회'를 진행하는 외부 전문 기관은 '성경적 성교육' 등의 이름으로 반동성애 활동을 펼쳐 온 카도쉬아카데미다. 학생들은 "교내 교육 시간에 '동성애자는 소아성애자와 다를 게 없다'는 식의 혐오 발언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도 다들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다. 학과장 면담 때마다 '나는 성소수자가 아니며 성소수자를 옹호하지 않는다', '성소수자는 잘못된 것이며 기독교 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렇게) 진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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