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학교가 학내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에 가입한 학생 A에게 무기정학을 처분했다. 총신대는 작년 재학생으로부터 깡총깡총 명단을 제보받은 뒤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려 왔다. 사진은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한 깡총깡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총신대학교가 학내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에 가입한 학생 A에게 무기정학을 처분했다. 총신대는 작년 재학생으로부터 깡총깡총 명단을 제보받은 뒤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려 왔다. 사진은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한 깡총깡총.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총신대학교(박성규 총장)가 학내 성소수자 인권 모임 '깡총깡총'에 가입한 학생 A에게 최고 수준 징계인 무기정학을 처분했다. 아울러 △학과장 특별 지도 3회 △교목실이 지정하는 교내 교육 3회 △ 외부 전문 기관 특별 교육 10회 등 '특별 지도'도 이수하라고 했다. 

총신대는 12월 1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14일 이 같은 징계 결과를 A에게 통보했다. 징계 이유는 "동성애 지지 또는 동조 모임에 가입한 시기가 2018년으로 그 활동 기간이 장기간이고, 공익 제보자를 비난하며 동성애 모임 및 그 가입자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으며, 이를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반성하지 않고 본교 이념과 학칙에 위배되는 동성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는 것이다.

총신대는 '동성애 지지 또는 동성애 행위'를 한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는 학칙을 2016년 신설했다. 성소수자 당사자 및 지지자(앨라이)들의 모임인 '깡총깡총'의 존재가 2016년 초 가시화되면서부터다. 깡총깡총은 별다른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학교는 이들을 색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초기에는 "총신대에는 동성애자 동아리가 없다"며 존재를 부정하면서도, 뒤에서는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의 소셜 미디어를 사찰하는 등 학생들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압박해 왔다.

총신대학교는 학내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없다며 깡총깡총의 존재를 부정하는 한편,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을 사찰해 왔다. 사진은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참가한 총신대 관계자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학교는 학내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없다며 깡총깡총의 존재를 부정하는 한편,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을 사찰해 왔다. 사진은 2016년 서울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참가한 총신대 관계자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징계는 2022년 한 재학생이 깡총깡총에 가입한 뒤 구성원 명단을 빼돌리면서 벌어졌다. 해당 학생은 이름·사진 등을 위조하고 앨라이인 것처럼 가장해 단체 채팅방에 잠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얻은 구성원들의 신분을 학교에 제보하자 총신대는 '공익 제보'라고 추켜세웠고, 제보를 바탕으로 올해 2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깡총깡총 소속 학생 6명을 각각 무기정학(1명), 유기정학 3개월(2명), 근신 1개월(1명), 경고(2명) 및 특별 지도 처분했다. 학생들이 깡총깡총에 가입만 했을 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학칙이 규정하고 있는 '동성애 지지 또는 동성애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A는 2022년 당시 군 복무 중이어서 학생지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학교는 A에 대한 징계를 미뤄뒀다가, 그가 복학한 올해 2학기에 다시 징계 절차를 밟았다. 10월 11일에 열린 학생지도위원회 사실확인소위원회에서는 A에게 △깡총깡총 모임에 소속돼 있는지 △동성애를 지지·동조하는지 등 사상 검증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어 12월 13일 징계위원회에 A를 회부했다. 

총신대는 A가 깡총깡총에 가입한 사실 자체가 징계 사유라고 주장했다. 깡총깡총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모임인데, 이 사실을 알고도 모임에 가입했다면 동성애 지지자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A가 당시 내부 정보를 유출한 학생에게 항의한 것도 문제 삼았다. 국회의원 의원실에서 활동하던 A가 모임원들의 아웃팅을 우려하며 해당 학생에게 "만약 명단을 유출시킬 경우 국회의원을 통해 공론화를 진행하고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같은 행동이 동성애를 지지·동조한 것이라고 했다.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A는 '동성애 동조·지지' 징계 규정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성규 총장을 비롯한 징계위원 10여 명 앞에서 직접 작성한 4페이지 분량 입장문을 읽었다. A는 "학칙에 쓰여 있는 '동성애 지지'라는 표현은 사회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담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이란 말 그대로 한 개인을 형성하는 정체성이며 찬반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동성애 지지'가 아닌 '동성애는 성경에 반하는 죄라는 신학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성소수자 곁에 서 있다'라고 표현해야 한다"라고 말한 뒤 "동성애는 성경적으로 죄가 아니며, 사람이 어떤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모두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이자 사랑의 대상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나의 신학적 결론이고, 나의 신앙"이라고 밝혔다. 

박성규 총장과 징계위원들은 A의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분위기는 A에게 호의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총신대는 하루 만인 14일, A에게 무기 정학을 통보했다. A가 받은 징계 의결서에는 "징계 기간 중 다시 학칙을 위반해 개선의 점이 없다고 판단됐을 경우에는 퇴학 처분을 한다"고도 적혀 있었다. 

총신대는 12월 13일 학생 A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원회에서 A는 학교와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생의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읽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총신대는 12월 13일 학생 A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원회에서 A는 학교와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생의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읽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A는 12월 13일 기자와 만나, 성소수자 인권 모임에 가입하고 모임원들을 아웃팅한 불법행위에 항의한 것이 징계 사유냐며 황당해했다. 그는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고민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깡총깡총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있었을 뿐이다. 하물며 채팅방에서 대화도 별로 나누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교는 깡총깡총을 지하조직이나 비밀 동아리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는 총신대가 학생들에게 사상 검증을 자행하고,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와 다른 학문적 견해를 가졌다고 학생을 징계하는 일이 대한민국 교육부 산하 대학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교육기본법은 신념 등을 이유로 교육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물며 총신대 교수들도 작년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에서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학생의 학문과 사상의 자유는 보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A는 모든 학기를 이수하고 졸업을 앞둔 상태였지만, 이번 징계로 졸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가 무기정학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향후 학교가 정한 '특별 지도'를 모두 이수해야 한다. 총신대는 올해 초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외부 전문 기관 특별 교육'으로 '카도쉬아카데미'를 지정한 바 있다. 카도쉬아카데미는 '성경적 성교육' 등의 이름으로 반동성애·반낙태 운동을 벌여온 단체다. 

 A는 "종강도 하고 졸업만을 앞두고 있었는데, 지금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굉장히 비합리적이다. 어떻게든 내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라면서, 학교를 상대로 징계 무효 및 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징계위원장은 12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든 아니든,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안에 있는 신학교이기 때문에 사회 법이 아니라 학교의 건학 이념과 징계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 해당 학생은 별다른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모임에 가입한 기간이 길었고, 조사 과정에서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것이 충분히 소명됐다"면서 "해당 학생의 징계를 반대하는 위원은 없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모두 교육 대상"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박성규 총장에게도 입장을 물으려 연락했지만,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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