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기후 위기'는 흔히 '비상'이라는 말과 함께 쓰인다. '비상非常'은 "뜻밖의 긴급한 사태. 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신속히 내려지는 명령"을 뜻한다. 말 그대로 기후 위기는 신속히 대응해야 할 긴급한 사태라는 것이다. 기후 위기가 다른 수많은 문제보다 더욱 '비상'인 이유는,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상이 아무도 없다는 데 있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기후 위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탄소 배출 주범은 기업이다. 기업을 규제하고 에너지를 전환할 수 있는 법률과 정책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더 많은 피해를 입는 존재는 누구인지 고려하고, 이를 토대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 내야 한다. 기후 위기 문제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정치에 가장 몰입하게 되는 대통령 선거에서마저 기후 위기는 이슈가 되지 못했다. 대선판은 거대 양당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로 쉽게 물들었고, 진보적인 지식인들도 여기에 휩쓸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개신교계에서도 기후 위기 문제보다는 '주술 정치'를 우려하는 성명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대선은 우리가 기후 위기를 '비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문형욱 활동가(사진 왼쪽)와 김영준 활동가.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문형욱 활동가(사진 왼쪽)와 김영준 활동가.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런 상황에서 교계에 기후 위기 관련 단체가 생긴다는 것은 박수할 일이자 감사할 일이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기후 위기가 정말 '비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 2명이 만든 작은 조직이다. 이들은 올해 2월 단체를 출범하면서 주요 교단 및 연합 기관의 기후 위기 대응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고, 그와 함께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에게 소신 투표하자"고 외쳤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후 위기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그래서 더 힘을 내고 있다. 6월 1일 지방선거라도 잘해야 한다는 것.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복음주의 사회 선교 단체들과 연합해 '기독교기후지선공동행동'을 만들었다. <뉴스앤조이>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김영준·문형욱 활동가를 5월 17일 만나, 단체 출범 계기와 그간의 활동 및 지방선거 캠페인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기독교기후지선공동행동은 '레고 아트'로 '기후 정의 도시'를 시각화했다. '김레고'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기독교기후지선공동행동은 '레고 아트'로 '기후 정의 도시'를 시각화했다. '김레고'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대선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반대' 얘기하기 전에

-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어떻게 결성하게 된 건가요?

김영준 / 저도 원래 기후 위기에 대해 잘 몰랐어요. 몇 년 전부터 녹색당 활동을 하면서 계속 접할 기회가 있어서 조금씩 알게 됐죠. 2018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때 기후변화 관련 강의도 기획하고 계속 공부도 하면서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어요. 제가 아이가 둘인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들이 좋은 세상은 아니더라도, 인간다움을 잃어버릴 정도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에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기후 위기 활동을 계속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다른 운동을 할 때는 교회나 기독교인들과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기후 위기 문제는 개인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성장을 지양한다는 건, 익숙하고 편리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거든요. 기독교인들은 신앙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앙을 위해서는 기꺼이 희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후 위기 문제야말로 오히려 기독교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됐어요. 그때가 대통령 선거를 한두 달 앞두고 있을 때라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형욱 님과 활동을 준비하게 됐죠.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향후 10년 정도가 정말 중요한데, 대선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더라고요.

문형욱 / 2013년 대학에 다닐 때 환경 수업을 몇 개 들었는데, 그때도 교수님이 기후변화나 기업들의 횡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당시는 제가 전공자도 아니고 교수님 말씀도 '코앞에 닥쳤다'는 건 아니어서, 저도 그냥 '과학자들이 잘 해결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저 그리스도인으로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2018년쯤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사가 막 쏟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 과학자들의 경고에 굉장히 놀랐어요. 마침 저희 가정에 아이가 생겼는데,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독교 단체에 관여한 적도 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저와는 뜻이 잘 맞지 않더라고요. 저는 실제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치적인 액션도 많이 하면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싶었는데 그 단체는 그런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곳을 나와서 그냥 저 혼자서라도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영준 님이 기후위기기독인연대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같이하게 됐습니다.

김영준 활동가는 교계에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영준 활동가는 교계에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출범과 동시에 주요 교단들과 연합 기관의 기후 위기 대응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하셨는데요. 어떤 생각으로 모니터링을 하셨나요?

김영준 / 사실 저도 그전까지는 교단이나 연합 기관에서 뭘 하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쨌든 기독교계의 대응을 보려면 일단 교단과 연합 기관을 살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궁금하기도 했고, 기독교인들도 그걸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연합 기관 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나름 비상 선언도 했고, 교단 중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총회 차원에서 선언문 발표도 했더라고요. 그런데 실천 면에서 보자면 결국 예배·포럼 같은 거였어요. 그런 면에서 좀 실망스러웠죠. 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같은 곳은 선언 자체도 없었지만.

문형욱 / 기후 위기 문제는 교단들이 움직여야 하는 사안인데 그렇지 않다는 상황 자체가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 같아요. 충격이었다기보다는 좀 뻔하지만 마음은 무거운…. 가톨릭 수원교구는 지난해부터 기후 행동을 교구 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과 많이 비교됐죠. 작년 9월 장로교단 총회를 앞두고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에서 교단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서명운동도 했는데, 교단들의 이목은 아직 기후 위기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김영준 / 그때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있었을 때예요. 제 기억으로 대선 전 기후 위기 관련해서는 교회협이 딱 한 번 성명서를 낸 게 전부예요. 보수 교단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으면 대선 후보들 찾아가거나 불러 놓고 엄청 노골적으로 요구하잖아요.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아 달라고 한다든지. 이런 것만 봐도 교단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문형욱 / 그리고 교단들이 대응을 한다고 해도 결국 내부 구성원 교육 차원이고, 그 내용은 종이 주보 안 만들기, 일회용품 절제하기 정도예요. 지금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시기거든요. 여전히 개인 실천적인 면에서만 머물고 있다면, 교단이 정말 행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요.

잘하는 교회도 많지만 이건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교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실제로 진보적인 교회들은 기후 위기를 조금씩은 다루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설교 10번 중 1번은 다룬다는 거죠. 그걸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진짜로 구조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도 이 정도 다룬다'는 선에 머물러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랬을 때 과연 보수 교단과 다른 게 뭘까, 적어도 실질적인 대응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문형욱 활동가는 자신의 아이가 스무 살이 됐을 때를 상상하게 된다며, 그 책임감이 운동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문형욱 활동가는 자신의 아이가 스무 살이 됐을 때를 상상하게 된다며, 그 책임감이 운동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그나마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복음주의 사회 선교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도 대선 전에는 '주술 정치' 비판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김영준 / 저도 되게 화가 났고 '이분들이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존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이라는 게 소위 말하는 '민주당 지지자 그룹'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대선에서 정말 확실히 드러난 것 같아요. 물론 독재정치의 막을 내리게 한 민주화 운동은 역사적인 가치가 크죠. 하지만 거기에 헌신했던 기독교인들도 결국 '양당 체제'라고 하는 시스템하에서 사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가장 안타깝게 다가왔던 부분이에요.

저도 녹색당 활동을 하면서 정치 개혁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까 이 양당 체제로는 기후 위기가 해결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양당 체제적 사고방식과 기후 위기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에는 이게 핵심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정치가 바뀌지 않고, 그러면 기후 위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거죠. 그런 분들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실상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예요.

문형욱 / 저도 그 현상을 보면서, 지금 시대 진보적인 기독교·교회라고 표방하는 곳들도 한계가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기후 위기는 노동문제, 불평등 문제 등과 다르지 않거든요. 그런 문제들을 위해서 20~30년 투신해 오신 분들이 기후 위기에서는 그 지점을 발견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양당 후보 사이에서 저울질한다는 것 자체가 기후 위기 관점에서는 말이 안 되는 거였거든요.

- 결국 기후 위기 대응과 가장 거리가 먼 후보가 대통령이 됐는데요. 기후 위기 활동가로서 대선 결과를 보고 나서 어떠셨나요?

김영준 / 아쉽고 답답하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지금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가 나왔는데, 원전이 확대된다는 점은 문제이지만 그 외 환경 정책은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요. 물론 모든 정책을 디테일하게 따져 보면 차이가 많이 나겠죠. 그런데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거예요. 이런 걸 보면서 다시 한번 '양당 후보가 얼마나 차이가 있었던 건가' 싶었어요. 근본적으로 양당 모두 '성장하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방향이었는데, 이 자체가 모순적이고 불가능한 이야기였던 거죠.

반대로 만약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이 '그래도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운동의 동력이 무뎌질 수 있는 거죠. 사람들이 임기 초반에는 많이 기대하잖아요. 1~2년 기대와 다른 모습이 보여도 '초반이니까 그럴 거야' 희망을 가지다가, 3~4년 계속되면 '아닌가 보다' 하게 되는 거죠.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으니 사람들이 좀 더 운동에 대한 날을 날카롭게 하고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해 보긴 했어요.

문형욱 / 저도 비슷해요.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170석을 가진 국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발의됐는데, 이건 사실 '녹색'이 아니라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이었어요. 대통령령으로 탄소중립위원회가 모였는데, 그 안에서도 기후 전문가들이 소외되고 오히려 경제계에 있는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활동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았어요. 올해 초 위원들이 대거 사퇴하는 일도 있었죠. 상황이 이런데 겉으로는 뭔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저는 이런 것도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 기업 등이 환경오염 문제를 실제와 다르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포장하는 일 - 편집자 주)이라고 봐요. 이제 그린워싱을 잘하는 대통령이 가고, 그린워싱도 안 하고 대놓고 역행하는 대통령이 온 거죠. 둘 다 뒤에서 하는 일은 비슷한데, 앞에서의 싸움 양상은 달라질 수 있겠다 싶어요.

4월 22일 열린 기독교기후지선공동행동 기자회견. 사진 제공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기후 위기가 신앙의 문제로 다가온다면

-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기후 위기와 관련한 캠페인을 준비하셨는데요.

김영준 /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것에 대해 실망과 낙담을 하신 분이 많잖아요. 그만큼 중앙정부가 중요하다는 말이겠죠. 그래도 지방자치단체는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방선거가 지역사회에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봐요. 아쉬운 점이 많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지만, 여기에 최대한 기후 정의나 정의로운 전환 등 의미를 담아서 지자체 조례를 만들자는 게 저희 캠페인이에요.

'기후 정의 도시를 위한 10대 약속'이라고 정했는데요. 저희가 처음부터 만든 건 아니고, 경기도 '탄소 중립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시민안)'에 기후 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보완한 녹색당 '기후 정의 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가져와 좀 더 쉽게 다듬었어요. 이걸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촉구하는 캠페인이에요. '빠띠 캠페인즈'라는 소셜 캠페인 사이트를 이용해서, 이용자가 '촉구하기'를 누르면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자동으로 메일이 가는 시스템이에요. 아쉬운 점은 저희가 인력이 없어서 지자체 의원 후보까지는 못 하고, 지자체장 후보를 대상으로만 하게 됐어요.

문형욱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방선거의 의미가 크니까 연대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녔어요. 그래서 청어람ARMC·성서한국·희년함께·평화누리, 그리고 저희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함께 '기독교기후지선공동행동'을 꾸리게 됐어요. 4월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죠. 이런 연대가 지방선거 후에도 계속 확장돼서 기독교인들이 공동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 홈페이지를 보니 '레고'를 사용하셨더라고요?

문형욱 / 국내에서는 레고 액션을 처음 시도한 것인데요. 지인 중 레고 아티스트가 있어서 부탁을 드렸어요. 공약이 글자로만 써 있으니까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레고를 통해서 시각화를 한 거죠. 귀엽고 아기자기하니까 보는 즐거움도 있고요.

김영준 / 영국에 우디(Woody)라는 예술가는 레고로 시위도 하더라고요. 영국의 유명한 환경 단체 '멸종반란(XR·Extinction Rebellion)'이 연 시위에서 레고를 전시하는 액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죠. 이걸 '레고 반란(Lego Rebellion)'이라고 하던데, 저희도 거기서 영감을 받아 시도하게 됐어요.

- 후보들에게서 응답은 있나요?

김영준 / 현재 후보 55명 중 16명만 응답을 해 주셨어요. 모두 진보 정당 후보들이고, 거대 양당 후보들은 한 명도 응답하지 않았어요. 제가 각 당에 응답을 촉구하려고 전화를 돌리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거대 양당은 당사 전화번호가 없더라고요. 팩스 번호만 있고 전화번호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팩스로 공문을 보내 놓기는 했는데 너무 이상했어요. 맨날 '소통, 소통' 얘기하면서, 정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팩스밖에 없다니.

홍보가 쉽지 않아서 아직까지 참여자가 저조해요. 신앙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특히 기독교인들이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이건 단순히 이름 쓰는 게 아니라, 각 후보에게 이메일이 가는 시스템이니까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후보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후 정의 도시 공약 중 '그린 리모델링'(사진 위)과 '친환경 공공 교통'을 레고로 시각화한 모습. 사진 제공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기후 정의 도시 공약 중 '그린 리모델링'(사진 위)과 '친환경 공공 교통'을 레고로 시각화한 모습. 사진 제공 기후위기기독인연대

- 마지막으로 <뉴스앤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영준 / 시대별로 교회의 과제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는 굳이 '독립'이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교회와 교인의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이자 소망이 독립이었겠죠. 지금 시대에는 그 과제가 기후 위기라고 봐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모든 교회와 교인의 첫 번째 기도 제목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방선거가 끝나면 저희는 개교회들을 찾아다니면서 '기후 특강' 같은 걸 해 보고 싶어요. 기후 위기와 관련한 의문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또 한 가지는, 한때 복음주의 사회 선교 진영에서 교회들이 '사회 선교사'를 파송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이제 교회가 '기후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나 형욱 님이나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이 활동을 하려다 보니 어려운 지점이 많더라고요. 항상 아이들 다 재우고 밤늦은 시간에만 집중할 수가 있으니까요. 저희도 그렇지만 사실 더 많은 활동가가 나와야 해요. 교회들이 기후 선교사를 많이 파송해 주시면 좋겠어요. 지금 한국교회는 그럴 능력이 충분이 있다고 봐요. 다만 그 필요성을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죠.

문형욱 / 제 아이가 4살인데요. 저는 이 아이가 스무 살이 됐을 때를 계속 상상하게 돼요. 지금 과학자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는 시점이 2050년보다 훨씬 빠를 거라고 예상하거든요. 그러면 우리 아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얼마나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게 될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때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 죄책감을 지금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가 이걸 느껴야죠. 하나님은 모든 아이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실 텐데.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저에게는 이 운동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또 자본주의 성장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면서 보니까 교회가 정말 핵심 역할을 했더라고요. 교회가 '땅을 정복하라'는 메시지로 성장을 이야기한 것을 회개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교단이 바뀌기 위해 요청해야겠지만 바뀌기만을 기다려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봐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고 더 이상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빨리 모아서 운동을 만들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영준 / 그래도 아직까지 교회는 다른 어떤 조직보다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성애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법 제정도 막고 조례도 바꾸고 하잖아요. 반동성애 활동으로 사익을 채우는 사람이 몇몇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은 그게 '신앙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극렬하게 활동하는 거거든요. 기후 위기도 신앙의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하면 폭발력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기독교인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을 텐데, 이렇게 점처럼 존재하는 이들을 연결해서 선이 되는 어느 순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저희는 그 연결하는 역할을 조금이나마 감당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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