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2월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계 연합 기관 및 주요 교단들의 기후 위기 대응 현황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2월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계 연합 기관 및 주요 교단들의 기후 위기 대응 현황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개신교계의 기후 위기 대응이 미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발족한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교계 연합 기관과 주요 교단들의 기후 위기 대응을 모니터링했다. 연대는 2월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각 교단과 기독교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연합 기관과 주요 교단들의 대응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후 위기 대응 종합 평가표'를 만들었다. △대응을 위한 준비 △탄소 중립/비상 선언 유무 △선언 내용의 적절성 △선언에 대한 실천 등 4가지로 구성된 항목에 ○, △, X로 대응 정도를 표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는 지난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 기독교 탄소 중립 선언'을 발표하고 '기후 위기 비상 행동 10년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꾸준히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비상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선언 이후 어떤 눈에 띄는 활동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고, 정부와 기업에 탄소 배출 감축 계획과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진행이 되었는지 잘 확인되지 않는다"며 아쉽다고 평했다.

보수 교단들이 연합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류영모 대표회장)은 작년 4월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탄소 배출 감소를 통한 환경 보전에 힘쓰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했으나, 선언 이후 구체적인 실천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주요 교단들 중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은경 총회장)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외에는 이렇다 할 실천이 없다고 평가했다. 두 교단은 작년 9월 106회 총회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총회 소속 부서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두 교단이 준비한 방안은 포럼, 매뉴얼 제작, 기후 예배 기획 등이었다. 이에 대해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중대한 위기 상황에 비해 아쉬운 실천"이라고 평했다.

이외 교회협에 속한 교단들 중에는 총회 차원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선언한 곳도 있지만, 선언 이후 구체적인 실천까지 이어 가지는 못했다. 한편, 한국에서 가장 큰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은 선언이나 실천이 전무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는 "현재 기후 위기는 개인적 실천이나 개교회별 실천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탄소 다배출 기업이 직접적으로 나서야 하는 문제다. 성장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경제 시스템 문제, 즉 체제 문제다. 따라서 개인 실천이 아닌 구조와 체제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하겠다. 빙빙 돌리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니만큼,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대는 "한 국가의 리더는 다른 무엇보다 수많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다. 기후 위기 대응과 경제성장, 이 둘은 양립 불가능하다. 한국 사회가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불평등은 심화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이제 개발과 성장이 아닌 공존과 번영의 시대로 가야 한다. 그 시작은 강력한 기후 위기 대응임을 잊지 말고, 국민들에게 이를 약속해 달라"고 했다.

교단과 교회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대선 후보들에게 정의롭고 공평한 기후 위기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무엇보다 "될 사람에게, 또는 차악에 투표하지 말고, 신앙 양심에 따라 기후 위기에 가장 잘 대응할 최선의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박득훈 목사, 강은빈 공동대표, 민정희 사무총장(사진 왼쪽부터). 뉴스앤조이 구권효
연대 발언에 나선 박득훈 목사, 강은빈 공동대표, 민정희 사무총장(사진 왼쪽부터).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한 이들은 기후 위기가 근본적으로 '불평등'의 문제라는 데 동의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공동대표는 "기후 위기가 만들어 내는 폭염과 혹한에 취약한, 그리고 법의 테두리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생명들을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 마주해야 할 것"이라며 "정의로운 전환은 혼자 이룰 수 없다. 이런 기후 약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증인이 되는 운동을 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민정희 사무총장도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은 불평등이다. 그렇기에 기후 위기는 단순히 석탄 발전소를 퇴출하고 우리가 에너지 사용을 조금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체제 전환에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대응 운동을 하며 만난 세계의 종교인 중 기독교인이 많았다. 정작 그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는데도 기후 위기 최전선에 있는 약자들을 위해서 운동해 왔다. 그 힘의 바탕은 예수님의 무차별적인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기독교대선행동 상임대표 박득훈 목사는 "기후 위기를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본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좀 더 전문성 있는 이들이 나서 주기를 희망하고 기대하면서 나는 슬쩍 피해 가려는 유혹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발족을 보며, 이제는 환경 단체나 활동가만이 아니라 일반 성도가 참여할 공간을 확보해 나가야 하고 거기에 어떤 모양으로든지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다. 부디 그동안 머뭇거려 왔던 이들이 결단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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