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라는 정체를 숨기고 접근하는 '모략 전도'가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2020년 3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청와대 앞에서 제2차 청춘 반환 소송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정체를 숨기고 기성 교회 교인들을 유인·포섭하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의 '모략 전도 행위'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대전지방법원은 3월 11일, 신천지 서산교회가 피해자 A를 모략 전도해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며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신천지 서산교회 피해자들이 시작한 '청춘 반환 소송' 2심이다. 2020년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사기 포교가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2심에서는 그에 더해 모략 포교에 가담한 신천지 교인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신천지 교인들과 신천지 서산교회가 공동으로 A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다만 A와 함께 청춘 반환 소송을 제기한 다른 두 명의 원고는 모략 전도로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피해자 A는 직장 동료였던 B로부터 "함께 상담을 받자"는 제안을 받고 C를 만났다. B와 C는 신천지 서산교회 교인으로, 상담을 빌미로 A에게 신천지 교육을 받게 했다. C는 이 아무개 강사를 기성 교회 목사로, 신천지 서산교회 대표 조 아무개 목사를 미국 유명 대학원을 나온 사람으로 소개했다. B는 신천지 교인이지만 A와 함께 마치 처음 강의를 듣는 것처럼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A가 센터에 들어온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자신들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밝혔다.

뒤늦게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A는 신천지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신천지 관계자들은 A를 수시로 쫓아다니고 그가 일하는 직장까지도 찾아오는 등 탈퇴를 막으려 했다. 결국 A는 직장마저 그만둬야 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피해자 A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B와 C는 적극적으로 모략 전도를 함으로써 A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고, 조 아무개 목사는 이런 적극적 모략 전도 방식을 알고 있었다고 추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기성 교회 목사로 거짓말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며 A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 판결문에는 신천지의 '모략 전도 과정'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기도 했다.

- 신천지에 입교하기 위해서는 복음방 교육(2~4주) 및 센터 교육과정(6개월)을 거친 후 교리 시험을 봐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 피전도자들에게 처음에는 신천지 소속을 숨긴 채 '문화 체험' 프로그램 또는 '성경 공부' 명목으로 신천지 교리 교육을 받게 한 후, 이들이 어느 정도 교리에 순화되면(신천지에서는 이를 '씨가 심겨졌다'고 표현한다) 이후 신천지 소속임을 밝히는 전도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 신천지는 교육받을 때 피전도자가 '인섬교(인도자·섬김이·교사)' 외에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못하게 관리한다.

- 몇몇 참가자가 신천지 모임임을 의심하면, 신천지와의 연관성을 부인한다. 신천지 서산교회 구성원들이 주고받은 텔레그렘 메시지를 보면 "여기 신천지 같다고 하는 분들 몇 있음", "쉬는 시간에 자기 자리 지키고 전도사님께 대화하고, 화장실 갈 때도 같이", "입막음 안 된 경우 있음. 강사님과 전도사님께 신천지 아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음. 아직 씨가 안 심겼기 때문에 끝까지 아니라고 해야 함" 같이 입단속을 지시하는 정황이 드러난다.

- 신천지는 마치 주변 사람들이 함께 교리를 처음 듣는 것처럼 위장 신도(일명 '잎사귀')를 배치한다.

- 교육 강사는 기존 개신교단 목사로 신분을 속이며 기성 교회 강의처럼 소개한다[신천지 서산교회의 경우 강사가 자신을 피츠버그신대원 M.D.(교육학 박사), 총신대 종교교육과 졸업'이라고 소개했으나, 총신대에는 종교교육과가 없다].

- 신천지 서산교회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라는 간판으로 위장 센터를 운영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소망교회라는 위장 교회도 운영했다.

법원은 신천지의 이 같은 행위가 왜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종교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그 종교가 구체적으로 어느 교단 교회인지,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종교인지, 교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을 전도한 사람이나 그 종교를 믿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인적 관계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신천지 서산교회 대표자와 구성원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피전도자에게 신천지임을 숨기고 기성 교회인 것처럼 기망하여 교리 교육을 받게 함과 동시에 전도사 및 수강생으로 위장한 교인들이 피전도자에게 호의를 베풀어 친밀한 인적 관계를 형성한 결과 피전도자가 중간에 탈퇴하기 곤란한 상태를 만들었다.

 

비록 피전도자들이 1~4개월 후에는 신천지 교회임을 알게 된 상태에서 입교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모략 전도로 상당한 기간 신천지 교리를 들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호의를 베풀었던 주변 교인들과의 인적 관계를 단절하는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입교 여부를 선택하는 결과가 되었다면, 신천지 서산교회의 이 같은 형태의 전도 행위는 피전도자들이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1심 판결에서는 사기 포교의 불법성을 인정받았고, 2심 판결에서는 신천지 교회에 책임을 물고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했던 1심에 더하여 직접 가담한 신도들에게도 책임을 함께 물은 데 큰 의미가 있다. 신천지의 사기 포교는 반사회적 불법과 범죄행위였으며 이에 가담한 대부분의 신도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살아왔다는 것을 소송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피연은 "이 판결을 시작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신천지의 악랄하고 집요한 사기 포교가 근절되고, 신천지의 불법들이 드러나 해체의 길로 이어지기 바란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피연은 2020년 3월, 이번 1차 청춘 반환 소송 1심 승소 후 이만희를 사기죄 및 영리목적유인죄로 형사 고발하고, 신천지 춘천교회 피해자들을 원고로 하는 2차 청춘 반환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이번 '청춘 반환 소송' 2심 판결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진행 중인 두 건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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