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일간지 1월 5일 자 맨 뒷면에 신천지 홍보 광고가 실렸다. 이 위치 전면 광고 단가는 2억 원이다. 왼쪽부터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각 언론사 갈무리   
주요 일간지 1월 5일 자 맨 뒷면에 신천지 홍보 광고가 실렸다. 이 위치 전면 광고 단가는 2억 원이다. 왼쪽부터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각 언론사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에서 국내 첫 번째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2020년 2월경, 언론들은 신천지의 문제점을 비롯해 역학조사 방해, 교주 이만희 횡령 등에 관한 보도를 쏟아 냈다. 한동안 신천지를 향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신천지는 대내외 활동을 축소했다. 당시 <뉴스앤조이>는 그간 교계 언론들을 통해 신천지가 반사회적 집단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신천지 광고를 받아 온 언론들의 행태를 보도한 바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언론들이 또다시 신천지 광고를 받아 주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021년 10월 12일, 11월 23일 신천지 행사 홍보 광고를 실었다. 12월에는 <서울신문>이 21일과 29일, <한겨레>가 28일, <한국일보>가 30일에 광고를 게재했다. 올해 1월 5일에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나란히 전면 광고가 실렸다. 모두 신문 맨 뒷면 전면 광고다.

뒷면 전면 광고는 노출이 가장 잘되기 때문에 단가도 모든 지면을 통틀어 가장 비싸다. 각 언론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맨 뒷면 전면 광고 단가는 2억 원 선이다. 수시로 광고를 내는 기업들의 경우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을 지불하지만, 신천지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광고 게재가 쉽지 않은 단체의 경우 정가를 지불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가로 광고비를 지불했다고 가정하면, 신천지는 지난 한 달 사이에만 주요 일간지 전면 광고로 15억 원가량을 쓴 셈이다.

신천지가 낸 광고 내용은 모두 자신들의 온라인 세미나 행사였다. <조선일보> 10월·11월 광고에는 신천지가 10~12월 진행하는 '하나님의 새 언약 계시록 예언과 성취 증거' 세미나 홍보가 실렸다. 12월과 올해 1월 주요 일간지에 올라온 광고는 1월 3일부터 시작한 '천국 비밀 비유와 실상 증거' 온라인 세미나 홍보다.

한때 신천지를 강하게 비판했던 주요 매체들은 광고 게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광고국 관계자는 1월 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전에 신천지에서 요청이 왔지만 몇 번 거절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사 내용이고, '조·중·동'에 다 같이 낸다고 해서 싣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신천지나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김주철 총회장) 등 논란이 있는 종교 단체 광고는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원칙이 바뀐 것이냐고 묻자 "우리 기본 방침은 신천지뿐 아니라 모든 종교 단체에서 노골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타인을 비방하거나 실명을 거론할 목적이면 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 홍보였고 상부에서도 크게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신천지 광고는 부담도 있지만, 변호사가 '종교의자유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문제없는 선에서 싣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그냥 광고가 들어와서 보고하고 진행한 것"이라며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교주 신격화, 가정 해체 등 신천지에 여러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광고하는 사람이라 그런 건 잘 모르고 내부에 보고하고 진행한 거다. 그런 것까지 나에게 묻지 말라"고 말했다.

2021년 하반기 기점으로
제목·내용 똑같은 홍보 기사 쏟아져
비판 기사는 뒤로 밀려
한 언론사가 올린 신천지 홍보 기사. 12월 중순부터 신천지 세미나를 홍보하는 기사를 무더기로 올리고 있다. 인터넷 갈무리
한 언론사가 올린 신천지 홍보 기사. 12월 중순부터 신천지 세미나를 홍보하는 기사를 무더기로 올리고 있다. 인터넷 갈무리

주요 일간지가 지면에 광고를 실어 줬다면, 인터넷 매체들은 '기사형 광고'로 의심되는, 제목과 내용이 거의 똑같은 기사를 실었다. 2020년에도 신천지 자원봉사를 홍보하는 인터넷 신문 기사는 몇몇 군데서 찾아볼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신천지 홍보 기사가 쏟아진 시점은 2021년 하반기다. 8월 15일 <브레이크뉴스>의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14일 목회자 대상 온라인 말씀 세미나" 기사를 시작으로 신천지 홍보 기사가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에서 2021년 8월 15일부터 2022년 1월 7일까지 '신천지 세미나'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홍보 기사 171건(<천지일보> 기사 제외)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최근 신천지가 온라인 세미나를 연달아 개최하면서 극에 달했다. <중부일보>·<금강일보> 등 몇몇 언론은 12월 21일부터 1월 3일까지 14일간 신천지 기사만 각각 5개 씩 써 내기도 했다. 모두 제목과 내용이 같았다. 1월 4~5일에는 제목까지 똑같은 기사가 여러 언론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다. "신천지, 천국 비밀 푸는 비유풀이 세미나 시작"(<위키트리>), "신천지예수교회, 천국 비밀 푸는 비유 풀이 세미나 시작"(<부산제일경제>), "신천지, 천국비밀 비유 풀이 세미나 시작"(<동양일보>) 등 네이버 뉴스 첫 검색 화면에 잡히는 기사만 14건이다.

신천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는 이런 물량 공세에 밀려났다. 일례로 국세청이 12월 17일 발표한 신천지 증여세 미납액 1억 8000만 원 추징 뉴스는 네이버 검색 화면에서 7페이지까지 이동해야 볼 수 있다. 뉴스 검색 1~6페이지의 대부분은 신천지 온라인 세미나 홍보 기사로 도배돼 있다.

이렇게 언론이 실어 준 기사형 광고는 신천지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신천지는 홈페이지에 <중앙일보>·<한국일보>·<동아일보>·<프레시안> 등에 낸 기사형 광고 지면을 게재했다. "신앙의 본질과 시대정신을 일깨운다",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종교적 진실을 찾는 기적의 현장이다", "새로운 성도 10만 명이 늘어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다" 같은 내용들이다.

이런 기사는 언론사 기자가 직접 썼다고 볼 수 없는데, 신천지는 이런 글을 일반 취재 기사인 것처럼 '○○○○년 ○○월 ○○일 보도'라고 포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통성과 명분이 약한 이단·사이비 집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님의교회는 홈페이지에 이런 단순 보도 자료 기사 링크까지 다 수록하며 '전 세계 언론 보도'가 8994건에 이른다고 홍보하고 있다.

"언론은 공적 기구,
문제 단체 광고 실어 주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신천지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언론들이 신천지 홍보 광고와 기사를 띄워 줄 때마다 2차 가해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신천지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언론들이 신천지 홍보 광고와 기사를 띄워 줄 때마다 2차 가해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언론의 무분별한 광고 게재를 비판해 온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는 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언론은 사회적 책임이 있고 공익적 역할을 감당하는 공적 기구다. 기성 교단이 사이비라고 규정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피해자가 존재하는 종교 단체 광고를 돈 때문에 게재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신문에 광고가 나오면 이미지가 세탁되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회사, 종교 단체 광고를 돈 받고 실어 주는 건 문제다. (신천지 광고를 받아 준) 언론들은 사회성·공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업주의적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신천지 홍보 기사나 광고가 나올 때마다 상처를 받는 이들도 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관계자는 "신천지 광고를 실어 주는 건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나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신천지 홍보 기사나 광고가 실리면 언론사에 항의 전화를 많이 걸었다. 그때는 신천지가 어떤 곳인지 모르니까, 우리가 피해 사실을 알리면 앞으로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언론이 이걸로 돈을 벌어먹더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도 신천지에 빠져 가정이 파탄 난 피해 사례가 들어온다. 한 부부가 성경 공부한다고 줌(ZOOM)으로 참여했는데 부인이 거기 빠졌다. 이런 얘기를 하루가 멀다 하고 듣고 있는데, 언론사에서 홍보 광고를 실어 주고 있으니 울분이 터진다"고 했다.

신천지 교육장 출신 신현욱 목사(구리이단상담소)는 "예전에 신천지에 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많이 봐 왔다. 주요 언론이 내는 주간지·월간지의 경우, 돈만 내면 입맛에 맞게 기사를 써 줬다"고 말했다. 최근 신천지가 대대적으로 광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내부 단속과 관련 있다고 했다. 신 목사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내부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신천지 내부) 누수 현상이 심하고 이탈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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