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성소수자목회연구모임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2월 15일 한국교회 최초의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기사연)을 펴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성소수자목회연구모임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2월 15일 한국교회 최초의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기사연)을 펴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한국교회 최초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가 출간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성소수자목회연구모임(최형묵 위원장)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이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기사연)를 2월 15일 펴냈다. 김영주 원장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CI빌딩 이제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책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걸음이 오솔길이 되고, 마침내 대로가 돼서 이미 우리에게 평화로운 세상이 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안내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 출간 기획은 2018년 5월 성소수자 목회 가능성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 '함께하는 여정: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를 향하여' 개최를 계기로 시작했다. 성소수자 목회를 실천하고 있는 목회자들과 성소수자 교인 등 11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애당초 교회협에서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성소수자 목회와 관련한 내용을 교회협 공식 입장으로 채택한면 소모적인 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외부 단체인 기사연이 출판을 맡았다.

한국교회는 성소수자 목회에 관한 공식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성소수자와 함께 환대의 공동체를 이뤄 가는 목회자·교회가 극소수 존재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들을 애써 외면하거나 '이단'으로 낙인찍고 있다. 최형묵 위원장(천안살림교회)은 "교회 내에서 공통 의견이 합의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안내서를 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굉장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교회 안에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현실을 잊지 않고,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 내미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이 안내서가 성소수자 목회에 관한 공적인 논의를 형성하는 '제안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목회연구모임 최형묵 위원장은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교계에서 안내서를 발간하는 과정은 그자체로 모험이었지만,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성소수자목회연구모임 최형묵 위원장은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교계에서 안내서를 발간하는 과정은 그자체로 모험이었지만,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성소수자 현실에 궁금증을 갖고 있거나, 성소수자 교인과 함께하려는 목회자·교회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망라하고 있다. 성소수자 관련 용어부터 자주 하는 질문, 성서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실제 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도문, 노래, 워크숍 자료 등을 담았다. 성소수자 목회를 위해서는 어떤 언어·공간을 조성해야 하는지, 교인이 커밍아웃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위기 상담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조언도 있다. 부록에서는 성소수자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도서·영화·연극 목록도 소개하고 있다.

집필에 참여한 로뎀나무그늘교회 동혁 씨는 "이 책만 정독해도 더 이상 소외되고 상처받는 기독교인들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출판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사랑을 말하면서 차별하고 혐오하는 교회 때문에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다양한 소수자 친구, 형제자매, 이웃,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그마한 희망이 되기를 바라서였다. 이 책이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차별받는 많은 이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어 따뜻한 마음이 서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캐오 사제(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는 "성소수자 기독교인은 분명 우리 안에 존재해 왔고,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그 존재와 삶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성소수자 길벗, 퀴어 크리스천과 동행할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다양하고 동등한 존재로 창조하셨기에, 우리도 동등하고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성소수자 길벗들과 때때로 힘껏 싸우고 즐겁게 연대하며 행복한 날을 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성소수자 목회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지만 성소수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환대하는 공동체를 바라는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소개하면서 "가장 급진적인 개념인 '환대'로 부르는 초청장이 이 책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존재 자체로 환대받고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참여하는 교회는, 비단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소수자로 살아가는 모두의 교회다"라고 말했다.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기사연) 집필에 참여한 목회자·기독교인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기사연) 집필에 참여한 목회자·기독교인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세계 교회 목회자들과 교계 안팎의 인사들도 한국에서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가 출간됐다는 소식에 환영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대 백낙청 명예교수는 "교회가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집단으로 바뀐다면 그리스도교회가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과 평등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며,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빛이 되고 소금이라는 예수님의 당부에 한결 충실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축사했다.

축하 영상을 보내 온 미국연합감리교회(UMC) 카렌 올리베토 감독은 "교회를 위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줘서 고맙다. 이 책이 목회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성소수자 교인들을 목회하는 데 잘 사용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해가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치유와 사랑의 그릇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차별 없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기사연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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