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고 생명 안전 공원의 온전한 건립을 염원하는 예배가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가족 및 그리스도인으로 구성된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은 6월 6일 '6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로 모였다.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ZOOM)으로 열린 예배에는 40명이 참석해 아이들을 기억했다.

"책임감이 강하고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 주던 구.태.민.
엄마와 누나를 위해 빨래와 청소를 하고, 엄마한테 김치볶음밥도 맛있게 만들어 주는 권.순.범.학원을 안 다녀도 성적이 좋았고, 아버지의 시험 준비를 돕던 착하고 성실한 아들 김.동.영.
연극부 활동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 김.동.협.
엄마가 사과나 감을 입에 쏙 넣어 주는 것을 받아먹는 게 제일 좋은 김.민.규.
낙천적인 성격이고 축구와 가수 등을 좋아하는 김.승.태.
다정하고 애교 많은 아들, 실내 건축디자이너가 꿈인 김.승.혁.
유명 디자이너가 되어 이름을 떨치고 싶은 김.승.환.
아버지의 휴대폰에 '내 심장'이라고 저장돼 있는 귀한 4대 독자. 작사·작곡을 잘하는 남.현.철.
가족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고 엄마, 아빠 마음을 한 번도 아프게 한 적 없는 박.새.도.
축구를 좋아하는 박.영.인.
학교와 운동, 우유 세 가지를 가장 좋아하고 재외 교포를 돕는 외교관을 꿈꾸는 서.재.능.
동생을 잘 돌보고 늘 엄마를 위로하는 아이. 축구 해설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선.우.진.
글을 잘 쓰고 말도 마음씨도 따뜻해 어머니가 많이 의지하는 아들 신.호.성.
그래픽디자이너가 꿈이고 언제나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서 별명이 '미소 천사'인 이.건.계.
집안의 에너지 발전소라고 불리고 가수가 되고 싶은 이.다.운.
회계사가 되어 아버지의 작고 오래된 차를 바꿔 드리고 싶은 이.세.현.
미국항공우주국 과학자를 꿈꾸고 언제나 잘 웃는 '미소 천사' 이.영.만.
어른들 앞에서는 다정하고 예의 바르고, 친구들에게는 배려심이 깊으면서도 재미있는 친구 이.장.환.
요리의 제왕. 호텔 요리사가 되고 싶은 이.태.민.
잔소리할 필요 전혀 없이 건강하게 자라던 착한 아들 전.현.탁.
늦은 밤 어머니가 퇴근해서 오시면 꼼꼼하게 안마해 드리는 엄마의 영원한 보디가드 정.원.석.
처음 보는 사람과 말도 잘하고 친하게 지내며 엄마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최.덕.하.
약자가 배려받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관이 되길 소망하는 홍.종.영.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단련하도록 돕는 체육 선생님이 꿈인 황.민.우."

'6반 친구들과 함께한 예배'에서 희생된 학생 25명의 이름을 부르며 기렸다. 예배 화면 갈무리
'6반 친구들과 함께한 예배'에서 희생된 학생 25명의 이름을 부르며 기렸다. 예배 화면 갈무리

별이 된 2학년 6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 후,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 군의 어머니 이미경 씨가 근황을 나눴다. 이 씨는 4·16가족극단노란리본에서 활동하며 준비한 '기억 여행'을 소개했다. 극단의 네 번째 작품인 '기억 여행'은 지난 7년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한 어머니들의 삶을 시간 역순으로 보여 준다.

이미경 씨는 "이 작품은 지난 7년 동안 함께 힘 모아 진상 규명을 위해 달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준비하는 동안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대도 컸지만 이제는 더 힘들게 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이 앞선다.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다시 모여 힘을 합치고 뭉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많이 보러 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배 참가자들은 사도행전 27장 27~44절을 함께 읽었다. 이 본문은 바울이 죄수 신분으로 로마에 호송될 때 탄 알렉산드리아호가 지중해에서 광풍을 만나 조난당한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호는 수심 36미터(20길) 바다에서 조난당했지만 승선 인원 276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 승선 인원 476명 중 172명만 생존하고 304명이 희생됐다. 참가자들은 이 본문을 세월호 참사와 연결지어 묵상했다.

이번 달 예배부터는 '4·16 그날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시민들의 증언을 듣기로 했다. 안산시민 '얼쑤'와 일산시민 조미선 집사가 각자가 경험한 2014년 4월 16일을 떠올렸다. 조미선 집사는 사건 이후 '대리 외상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비슷한 나이 또래 자녀를 뒀기 때문에 이 사건에 더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생명 안전 공원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 군의 어머니 이미경 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대도 컸지만 이제는 더 힘들게 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예배 화면 갈무리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 군의 어머니 이미경 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대도 컸지만 이제는 더 힘들게 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예배 화면 갈무리

이어 단원고 희생자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가 4·16재단이 발행한 <4·16 세월호 참사 판결 및 특수단 1차 수사 결과 비평>을 공유했다. 비평집은 4·16재단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누구나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박은희 전도사는 "내용을 잘 읽어 보면, 법원은 세월호 운영 주체인 청해진해운과 현장 선원들에게는 참사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고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우련통운과 이 모든 것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한국해운조합, 사건 발생 후 구조 과정에 책임이 있는 해경 등에 대해서는 공동정범의 범위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만 책임을 추궁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면면을 보면 이 사건은 304개의 사건이다. 304명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주변 사람들까지 더하면 수천 개의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한 개의 사건으로 다뤄져 책임은 쪼개졌고, 솜털처럼 가벼운 사건이 돼 버렸다. 판결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읽어 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원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와 별개로,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월례 기도회도 진행된다. 성서대전·느헤미야교회협의회·침례교평화지방회가 주관하는 6월 기도회는 17일 저녁 7시, 대전 꿈이있는교회(전남식 목사)에서 열린다. 기도회는 '416그리스도인'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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