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 예수> / 제인 셰이버그 지음 / 변영권 옮김 / 감은사 펴냄 / 544쪽 / 3만 6800원 
<사생아 예수> / 제인 셰이버그 지음 / 변영권 옮김 / 감은사 펴냄 / 544쪽 / 3만 68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예수의 동정녀 수태 전승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해석한 책. 미국 디트로이트머시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여성학을 가르쳤고, 학술지 <Journal of Feminist Studies in Religion> 공동편집자를 지낸 제인 셰이버그(1938~2012)가 썼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87년 내놓은 논문 <사생아 예수>와 이 논문에 관한 다른 학자들의 비평 2편이 함께 실렸다.

저자는 예수의 기적적인 탄생이 등장하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본문이 본래 동정녀 수태가 아니라 사생아 수태를 다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정녀 수태 전승은 메시아 예수가 사생아로 수태됐다는 전승을 후대에 전하려는 마태와 누가의 의도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1장 '서론'에서 저자는 이 연구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예수의 수태에 관한 마태와 누가의 의도 그리고 그들이 해석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중략) 저자들이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고, 그들이 전하려고 했던 의도를 밝히기 위한 엄밀하고 집중적인 노력은 역사적 정직성에 대한 요구를 들으려고 하는 성서학자들에게는 필수적인 사명이다."

2장에서는 마태가 예수의 가계도에서 여성 4명을 등장시키고 이사야서 7장 14절 본문을 인용한 의도를 살펴보며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3장에서는 누가가 묘사한 마리아와 요셉의 결혼과 법적 상황, 세례 요한과 예수 이야기의 유사성, 마리아와 가브리엘이 나눈 대화 등을 분석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4장에는 복음서 이전의 전승에 관한 분석, 사생아 전승에 관한 초기 기독교의 해석과 유대인 공동체의 자료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 논문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저자의 표현대로 "노출된 전깃줄에 손을 댄" 것과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저자와 출판사, 저자가 속한 학교는 한동안 온갖 항의 전화와 편지에 시달렸다.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욕설도 가득했다.

"페미니스트 성서 비평은 성서 본문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종교 공동체의 상황에 따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역사적 한계와 문화적 영향을 받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것이라는 역사 비평학의 일반적인 원칙을 받아들인다. 페미니스트 비평은 그러한 배경들이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이며, 따라서 해석학적 의심을 갖고 성서에 접근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인식을 거기에 추가한다. 우리는 해석의 역사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서 본문 자체가 남성 중심적이며, 거기에 위험한 여성 혐오적 성향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1장 '서론', 49쪽)

"마태의 가계도에서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한 약속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전개를 뒷받침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버지가 되고, 임신과 임신이 이어지면서 그 전개는 메시아로 여겨지는 사람을 향해 간다. 강조하기 위해 네 가지의 특별한 임신이 선택되는데, 사라의 경우처럼 난임 여성이 어렵게 임신하는 이야기보다 가임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이 선택된다." (2장 '예수의 출생에 관한 마태의 설명', 98쪽)

"누가가 묘사하는 마리아는 그녀에 대한 첫 언급부터 마지막 언급까지 한결같다. 그녀는 제자이며, 신자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동함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다(11:27-28). 이러한 묘사는 복음서 전반의 다른 여성들에 대한 축약된 묘사를 미리 보여 주는 것 같다. 누가복음의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대우는 자주 강조됐고 분석되어 왔다. 누가는 복음서 저자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페미니스트'로, 여성에 대한 예수의 열린 태도를 가장 잘 반영한 사람으로 불려 왔다. 누가의 많은 이야기들이 여성에 대한 지지를 다루고 있다. 마리아 그리고 그의 다른 여성 인물인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10:38-42)를 통해, 누가는 '생물학적 모성이 아니라, 충실한 제자 됨이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종말론적 소명'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3장 '누가의 설명',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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