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메이커 - 이중직 목회자의 신학> / 최주광 지음 / 뜰힘 펴냄 / 228쪽 / 1만 7000원
<텐트메이커 - 이중직 목회자의 신학> / 최주광 지음 / 뜰힘 펴냄 / 228쪽 / 1만 7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목회자 한 개인이 교회 바깥에서 별도의 직업을 갖게 된 서사를 진솔하게 담았다. 지금도 지속 가능한 목회를 고민하며 인테리어 공사 현장을 누비는 최주광 목사(홍예교회)가 썼다. 그는 이중직 목회를 변호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목회자이자 신앙인으로서 교회의 본질을 좇으며 방황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그는 방황이 익숙했다. 목사 자식이 법무부의 자식이라 불리는 소년수가 됐다가, 10년간 길바닥에서 소위 '식구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어떤 사건을 거치며 기존 생활을 청산하고 목사가 됐다. 제도권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몇 년 안 돼 다시 교회 밖으로 뛰쳐나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앞에서 보인 한국교회의 모습 때문이다. 그가 목격했던 교회는 생명이나 정의와 같은 가치에는 관심 없고,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도구화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교회가 있는데, 왜 또 하나의 교회가 있어야 하는가. 교회에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지만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사람들 사이에 교회가 없는 현실이다." 이 질문은 최 목사를 길 위로 다시 불러냈다. 그는 교회가 필요한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동시에 교회가 필요한 이유를 삶으로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 결국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이중직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다.

"이 책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대단한 통찰이 있는 것도, 거창한 철학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터와 교회를 오가며 새롭게 발견하게 된 삶과 신앙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제주의 비자림을 걸으며 갈릴리와 사마리아 사잇길을 떠올려 본다. 목수와 목사의 경계선을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어떻게 가꾸어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서문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 13쪽)

"안타깝게도 목사였던 아버지는 그런 소명 의식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인지 예배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고, 발을 동동거리던 엄마가 신학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음에도 대신 예배를 인도하시곤 했다. 그 후로 부모님의 결혼식 때 보았던 두 분의 행복한 모습을 다시 보기까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목사라는 사실 하나 보고 결혼하셨던 엄마이기에, 목사가 도박 중독이라니 사기 결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1장 '첫 번째 이야기: 안으로, 다시 밖으로', 19쪽)

"안전하다는 것은 폭력이 없는 상태, 곧 타자를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안전함은 차별이 없어야 가능하며, 존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안전한 교회여야만 환대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비슷한 생각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교회를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하며 조율하는 교회가 진정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가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교회의 건강도는 '다양성'을 통해서만 유지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장 '세 번째 이야기: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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