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김운용 총장)가 일명 '무지개 행동'을 벌였다가 징계당한 학생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남성민 재판장)는 10월 27일, 장신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학생 A·B·C·D에게 학교가 각각 200~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0월 학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장신대가 학생들에게 내린 징계는 부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 법원에서 '무효'가 됐지만, 학생들의 피해에 대한 학교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학교가 학생들을 악의적으로 징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징계는 불법행위가 아니며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뒤집고, 학교의 징계처분 및 그 후속 과정상 불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등교육법에는 학교의 장이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장신대는 A·B·C·D에게 각각 정학 6개월, 근신 등의 징계와 함께 사회봉사나 지도 교수 면담 후 반성문 제출이라는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재판부는 이 후속 조치를 문제 삼았다. 판결문에는 "장신대 징계 규정에는 이와 같은 후속 조치를 병과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반성문 제출 요구는 징계 규정상 근거가 있기는 하나 양심의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 등 참조) 위법하다"고 나온다.

서울고법은 원심을 뒤집고 학생들에 대한 장신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울고법은 원심을 뒤집고 학생들에 대한 장신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학생들은 징계 기간이 끝난 후에도 복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가 학적부상 징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복학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위법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학 등에 불이익을 가하려는 것 자체도 원고들의 학습권이나 양심의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장신대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이 사건을 스스로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언론을 통해 공론화해서 발생한 것이지, 학교의 징계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계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 자체와 그에 따른 장신대 신학대학원 내부에서의 지위 불안으로, (학생들이) 정신적 고통 등 무형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은 경험칙과 건전한 상식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징계 후 사역하던 교회에서 사임하거나 목사 고시에 불합격하는 등 여러 불이익을 받았다. 재판부는 "교회 전도사직을 사임하거나 목사 고시에 불합격하는 등 학교 외부에서 벌어진 일의 경우 언론 등에 의해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진 것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단 직영 신학교로서 목회자 양성에 있어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학생들이 대외적으로 받은 불이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장신대는 2018년 8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사무국에 '장신대 동성애 문제 관련 입장 및 대내외 대처 현황'이라는 소책자를 제출했다. 장신대 학생들이 동성애를 옹호·지지하고 있는데 교수들이 방관하고 있다며 압박한 교단 내외 반동성애 세력 때문에 내놓은 것이다. 학교는 이 소책자에서 A·B·C·D의 성과 학년, 징계 내용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소책자를 제출한 것도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공연히 학생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고, 이러한 결과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소홀히해 학생들의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 이로써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비롯한 무형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되고, 이 같은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나온다.

한편, A·B·C·D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학교가 외부의 부당한 비난으로부터 학생을 배려·보호할 의무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교가 학생들에 대해 안전 배려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 학교 외부의 부당한 비난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법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이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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