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경건하고 성스러운 주일예배 시간, 동행한 반려동물이 소리를 내거나 예배당 한가운데 배변을 한다면?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교인과 맞닥뜨린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해지면서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반려견 '멀리'를 키우는 임소연 목사(46)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혼자 남겨진 멀리가 안쓰러워서 예배당 문밖에 묶어 두기도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왜 동물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만일 교회를 개척한다면 멀리와 함께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임 목사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거주하면서 머리로만 알던 피조 세계와 자연, 동물에 대한 감각을 구체화했다.

임소연 목사는 지난해 6월 강원도 홍천군에 동물과함께하는교회를 개척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캠핑장 한쪽에 프리랜서 목수 남편이 천막으로 지붕을 올렸다. 호주 성공회의 예식문과 한국에서 '노아의방주예배공동체'를 꾸려 온 민숙희 사제(대한성공회 광명교회)의 예식서를 참고해, 동물과함께하는교회만의 예배 의식문도 새로이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에도 매주 주보를 올리며 꾸준히 예배 소식을 알려 왔다.

동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묻어 있는 그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글을 보며 한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12일, 홍천군에 위치한 임 목사의 자택에서 그를 만나 교회 개척 사연과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에 담긴 의미 등을 물었다. 동물과함께하는교회는 최근 멀리와 임 목사 부부가 홍천군 영귀미면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5월 12일,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자택에서 임소연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5월 12일,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자택에서 임소연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어떤 계기로 동물과 함께 예배하는 교회를 세웠나요?

저는 원래 경기도 포천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 생활을 5년 정도 했는데요. 집에서 교회까지 거리가 겨우 100m 정도였어요. 밤마다 교회에 기도하러 가면 저희 반려견 '멀리'가 자기도 데려가라고 짖었어요. 그럼 교회 문 앞에 묶어 두고 저만 들어가곤 했어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예배당이었는데 개 발자국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안고 데려가기엔 몸집이 크거든요.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나보다는 멀리를 더 기뻐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학적인 걸 떠나서, 저는 하나님 앞에서 끊임없이 죄를 짓고 있는데 멀리는 죄를 짓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 순수한 존재가 하나님과 더 가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왜 개는 교회에 들어오면 안 되지?', '함께 교회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하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 원래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좁은 집에서 살아서 동물을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어요. 도시에서는 동물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죠. 주위에 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요. 그러다가 남편과 결혼하면서 포천의 한 시골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야생동물 접할 기회가 많아요. 집 바로 뒤에 산이 있었는데요. '짬밥(먹다 남은 밥)'을 그냥 산에다 버리거든요. 그러면 새들이 와서 먹어요. 고양이나 다른 동물도 와서 먹고. '내가 버린 것을 통해 다른 동물들은 또 살아가는구나' 생각했어요.

창문 너머로는 항상 종류가 다른 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는 그냥 통칭해서 '새'라고 부르잖아요. 이름을 불러 주고 싶더라고요. 조류 도감을 사서 읽었어요. 그러고 나니 나무들도 이름이 다 있잖아요. 그래서 식물도감을 사고, 대학에서 진행하는 숲 해설가 수업도 6개월간 들었어요.

그러다가 멀리를 입양하게 됐어요. 시골에서는 개가 새끼를 많이 낳아요. 남편이 "지금 어느 집에 새끼 몇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 데려갈까?" 제안하면서 저희 집으로 오게 됐어요. 그때 멀리가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 됐을 거예요. 자녀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 키우는 느낌이었어요. 아주 전쟁 같은 나날들이 시작됐죠.(웃음) 멀리가 마당에서 밤새 울고 칭얼거리느라 한숨도 못 잤어요. 새끼들은 자다가도 배가 고프면 엄마 젖을 먹어야 하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죠.

멀리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하는 반려동물 관련 서클(대화 모임)에 참여한 적도 있어요. 이후에도 그런 모임을 계속 찾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물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청어람ARMC에서 멜라니 조이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모멘토)를 함께 읽기도 했어요. 성공회 사제 앤드류 린지의 <동물신학의 탐구>(대장간)라는 책으로 스터디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갈등도 생겼어요. 성경에서 동물의 위치가 어떤지, 인간이 동물을 탐식하라고 했는지 찾기 시작했죠.

임 목사와 그의 반려견 '멀리'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임 목사와 그의 반려견 '멀리'. 뉴스앤조이 나수진

- 기존에 배웠던 신학과는 다른 이야기였을 텐데요. 동물권 개념이나 동물신학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기존 신학은 사람 말고는 아예 언급하지 않으니까요. 저한테는 비교 대상이 없었어요. 제가 2006년 장신대학교에 입학했는데요. 벌써 15년 전이잖아요. 그때는 학교에 생태신학 강의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기성 교회에 적응을 잘한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기복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었어요. 다양한 시각을 접하면서 저 자신이 넓어지고 좀 더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죠. 제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저만의 색깔을 찾아가면서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다른 세계도 있구나'를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동물신학을 깊이 공부하거나 동물권 운동에 모두 동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아직도 늘 동물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육고기를 먹지 않고 있는데, 기후 위기 때문이지 성경에 근거하거나 동물의 권리·고통을 위한 건 아니에요. 이런 건 신학 공부를 더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요. 하나의 해석이고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회 이름을 짓는 데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동물과함께하는교회'라면서 담임목사가 동물을 먹는다고 하면 진정성이 떨어져 보일까 봐요. 한편으로는 너무 나가지(급진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동물과함께하는교회가 '동물권'만을 외치는 교회는 아니니까요. 제 안에 여전히 부담과 갈등이 있어요.

- 교회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반려견들이 오는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한쪽 편에 교회를 세우려고 계획했어요. 장소를 찾아 포천에서 남쪽인 충북 충주·제천 등을 둘러보다가 남편이 경기도 양평에 직장을 구하게 되면서 바로 옆 홍천으로 이사 오게 됐어요. 마침 알고 지내던 감리회 권사님께서 당시 홍천 서면의 한 마을에 반려견 캠핑장을 준비하고 계셨죠. 그분께 "동물 교회를 개척하고 싶은데 이런 캠핑장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흔쾌히 "한 열 평짜리 노는 땅이 있는데 여기서 해라" 그러시는 거예요. 임대료도 받지 않으셨어요.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예배드릴 텐트만 준비해서 교회를 개척했어요. 캠핑장을 찾는 분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을 테고, 그분들과 함께 예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임소연 목사는 반려견 멀리와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신학과 동물권 개념을 접하게 됐다. 그는 기존 신학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이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임소연 목사는 반려견 멀리와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신학과 동물권 개념을 접하게 됐다. 그는 기존 신학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이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주변 반대는 없었나요?

대부분 저한테 어울린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웃음) 교회를 개척할 때 반대에 부딪힌 적은 없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정도의 의견을 전하는 분들은 계셨어요. 이전 교회 장로님 한 분은 제가 교회 개척한다고 떠날 때 헌금도 해 주시고 그러셨는데요. 저한테 "동물이 예배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 "동물이 어떻게 예배하느냐"는 말을 직접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처럼 어떤 행위로 예배한다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로 예배하는 거죠. 예배당 강대상 위에 꽂아 놓은 꽃도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생각해요. 나무로 만들어진 장의자도 어떻게 보면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는 거죠. 동물은 그런 피조물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어요. 만약 찬양하고 있는데 개가 '하울링(소리를 길게 뽑아내는 울음소리 - 기자 주)'을 한다면 그것도 찬양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사야서 43장을 보면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말씀도 있잖아요.

그리고 저도 시골에 살면서 새롭게 듣게 된 건데요. 시골 교회에서는 풀어놓고 기르는 개들이 예배당에 그냥 왔다 갔다 하곤 한대요. 시골에서는 교회가 도시처럼 빌딩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문 열면 바로 예배당이잖아요. 개들이 들락날락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자연스러운 거죠. 사람들도 개들이 거기에 배변을 하지 않는 이상 '그냥 개가 돌아다니나 보다' 하고 생각한대요. 물론 동물들이 예배하러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동물들과 예배당에 함께 있는 게 익숙한 교회도 있는 거예요.

- 작년 6월 지인 14명과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첫 예배를 드렸는데요.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자연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멀리는 원래 자기가 늘 있던 곳이니까 자연스럽고, 다른 개는 반려인 품에 자연스럽게 안겨서 같이 예배를 드렸어요. 처음에 왔을 때 개들끼리 인사도 하고, 어린이들도 있어서 서로 귀엽다고 만지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동물들이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도 빨리 친해지고 분위기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다른 예배와 특별하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참석자들도 똑같이 느꼈던 것 같고요. 제 친구 어머니도 오셨는데요. 그분은 조금 보수적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신 분이었거든요. 그런데도 별말씀은 안 하셨어요.

2021년 6월 6일 첫 예배에는 기독교인 14명과 반려견 2마리가 참여했다. 사진 제공 임소연
2021년 6월 6일 첫 예배에는 기독교인 14명과 반려견 2마리가 참여했다. 사진 제공 임소연
임 목사의 반려견 멀리는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자유롭게 예배당 안팎을 오간다. 사진 제공 임소연
임 목사의 반려견 멀리는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자유롭게 예배당 안팎을 오간다. 사진 제공 임소연

-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단순해요. 예배 전에는 준비 찬송으로 떼제(Taizé) 찬양을 주로 불러요. 그리고 '예배의 부름' 말씀을 읽어요. '기도 시'로는 교부나 현대 신학자 중에서 창조와 피조물에 관한 기도문을 골라서 읽고 있어요. 한동안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26주짜리 '피조물을 위한 기도'를 만들어 주셔서 그걸 사용했고요. 말씀 나눔도 동물·자연 관련 성경 본문을 바탕으로 짧게 진행해요. 교인들이 매일 같은 주제를 듣는 게 지루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웃음) 보통 6개월 정도 하면 본문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반복해요. 절기 이슈가 있을 때는 다른 설교를 하기도 하고요.

말씀 나눔 후에는 10분 동안 침묵 기도를 하고, 돌아가면서 중보 기도를 해요. 마지막으로는 '피조물 축복기도'를 함께 읽어요. 일반 축도문을 제가 조금 손본 거예요. "같은 피조물이요 친구요 동료여, 너희의 창조주요 해방자이신 하나님의 사랑과 밥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성령의 연결하심이 너희와 함께 있을지어다. 아멘"이라는 내용이에요. 10월 첫째 주에는 성공회의 '아씨시의 성 프란시스 축일'을 맞아 '동물 축복식'을 열기도 해요.

- 개척한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외적인 변화도 있나요?

아직 등록한 교인이나 반려동물은 없어요. 캠핑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현수막이라도 하나 붙였으면 예배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왠지 그렇게 안 하게 되더라고요. '막상 사람들이 와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임소연 목사는 예수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동물들이 예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임소연 목사는 예수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동물들이 예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한국교회는 신학적·정서적으로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기독교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를 보고 '이단 아니야?' 하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하실 것 같은데요.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을 때 처음으로 예배한 존재는 동물들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성경에는 구유라는 단어만 나오지, 곁에 말이나 양이 있었다는 말은 안 나와요. 하지만 옛날 이스라엘 지방에서는 사람과 가축이 한집에 같이 살았어요. 가축이 땅에 있고, 그들의 온기가 올라오는 위층에서 사람이 살았던 거죠. 예수님이 구유에 태어나신 것은 말들을 천시해서가 아니라, 그저 집 안에 말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런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동방박사나 목자들만 경배한 게 아니라 말, 닭, 개들도 함께 기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경건하고 성스러운 교회에 어떻게 감히 동물들이 들어올 수 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죠. 저도 그랬던 때가 분명히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장애인들이 따로 예배드려야 한다거나, 아기가 울기 때문에 유아실에서 따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모두 '예배는 조용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인 거죠.

"동물이랑 예배할 시간에 영혼 구원이나 더 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런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요.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는 동물을 위한다기보다는 반려인을 위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어요. 멀리도 예배 때 교회 안으로는 잘 안 들어 와요. 아무래도 밖이 훨씬 좋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멀리를 강제로 묶어서 앉혀 놓을 수도 없고요. 어떤 때는 '반려인 좋으라고 하는 예배'를 드린다는 생각도 들어요.

- 교회 헌금을 동물해방물결의 '인천 소 살리기 프로젝트'에 후원하고, 울진 산불 이후에는 반려견 멀리와 함께 씨앗 심기 활동에 나서기도 하셨는데요.

정기 후원이나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후원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동물권 현장에서 직접 뛰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빚진 마음이 크죠. 동물권 이슈에 관심 갖는 교회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울진 산불도 그렇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도 "지금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동물을 챙길 때냐"고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당연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인 것 같고요. 저도 아직은 인간과 동물이 동등하다고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가 완전히 똑같다면, 우리가 정말 동물을 먹어서는 안 되거든요. 저도 생선과 같은 동물을 먹으니, 어쩌면 그분들과 같은 입장인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은 기후·생태 위기가 극심한 때잖아요. 그만큼 한국교회가 피조 세계에 관심을 쏟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소비를 줄이고, 예배당도 과도하게 건축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육식을 줄이는 일은 신학적 근거가 아니더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해요. 교회에서 회식 문화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클 거라고 봐요.

임소연 목사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육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그는 교회가 기후·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뉴스앤조이 나수진
임소연 목사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육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그는 교회가 기후·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동물과 함께하는 교회는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예요. 저는 피조 세계 전체가 하나님의 몸이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피조 세계를 통해 영광을 받으신다고 믿는데요. 이와 관련해 제가 좋아하는 비유가 있어요. 우리가 성찬을 할 때 빵과 포도주를 먹으면, 그게 몸속에 들어가서 변으로 나오고, 변이 땅이 되고, 땅에서 싹이 돋고, 싹을 새가 먹고, 또 다른 동물이 그걸 먹으면서 예수님의 살과 피가 모든 피조물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예수님이 정말 그렇게 실제로 성육신, 다시 말해 '성지구'하셨다는 거죠.

너무 환원주의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저에게는 이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예수님이 정말 모든 곳에 다 계시는구나. 우리는 이 말을 평생 관념적으로만 들어 왔잖아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 만물에는 인간만 포함된다고 여겨 왔고요. 빵과 포도주가 우리의 똥이 돼서 땅속에 들어가고, 다른 열매와 동물들의 몸속에 있다는 비유를 생각하면 '하나님이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말이 우리 몸에 실제로 와닿게 돼요. 모든 사람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건 아니니, 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를 통해 피조 세계에 관심을 갖고 함께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꿈꾸시는 교회의 모습이 있다면요?

이사야 11장 말씀에는 이런 말씀이 있어요. 소와 양과 염소가 어린이와 함께 있고, 그게 하늘나라라고요. '동물이 구원받을 수 있느냐',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도 있는데요. 저는 천국이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이 땅에 있는 '하늘나라'였으면 좋겠다고 믿어요. 그래서 하늘나라가 이 땅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이뤄 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이곳에 반려견 캠핑장을 열어서 '캠핑장 교회' 형식을 계속 이어 갈 생각이에요. 정기적인 성도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특화된 사역을 하고 싶어요. 아직 생각만 해 본 거지만, 요새 많은 반려인이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반려동물의 죽음 후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 - 기자 주)'을 겪고 있잖아요. 반려동물의 장례를 도와주고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는 일도 생각하고 있어요. 조만간 직접 교회를 찾아오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온라인 예배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동물과함께하는교회'의 모습. 프리랜서 목수인 남편이 천막을 이용해 교회를 짓고, 손수 현판을 만들어 달았다. 예배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열린다. 사진 제공 임소연
'동물과함께하는교회'의 모습. 프리랜서 목수인 남편이 천막을 이용해 교회를 짓고, 손수 현판을 만들어 달았다. 예배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열린다. 사진 제공 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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