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함께가 주최한 100번째 고함 예배가 2월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과 함께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공소시효 기간 내에 책임자들이 기소되고, 인명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고난함께가 주최한 100번째 고함 예배가 2월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과 함께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공소시효 기간 내에 책임자들이 기소되고, 인명 사고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봄을 앞두고 다시 강추위가 찾아온 2월 21일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전남병 사무총장)이 매달 주최하는 '고함 예배'가 100번째를 맞이한 이날은 십자가와 주황색 리본이 엎어질 정도로 강풍이 불었고, 맹추위가 사람들을 괴롭혔다. 참석자 20여 명은 묵묵히 노래를 부르고 성경을 읽으며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심해 수색과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매일 오전 피켓 시위로 청와대 앞 현장을 지켜 온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 씨와 누나 허영주·허경주 씨 등 가족들도 함께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시작 직후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는 2월 7일, 부산지방검찰청앞에서 국민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 등 책임자들을 고소했다. 국민 1166명도 책임자들을 고발하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가족들이 다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고발 사실을 알린 이유는, 선박 침몰과 실종자 발생 책임을 아무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3월 31일 만료한다.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부대표 허경주 씨는 2월 7일 부산지검에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는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이다 보니, 공소시효가 7년이나 그 이상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3월 말에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을 용서했다거나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어서 지금까지 고소하지 않았던 게 아닌데… 우리가 지금까지 싸우는 이유는 '제대로 책임지고 처벌을 받아 더 이상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게 해 달라'는 거다. 저 사람들이 그냥 면죄부를 받는다면, 앞으로 똑같은 사고가 언제 어디서 발생해도 잘못된 선례를 따라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검찰이 '이 사건은 그냥 묻을 수는 없다'는 점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수사가 최대한 빨리 이뤄져서 기소라도 하기를 바란다. 죄지은 자들이 제대로 끝까지 책임지고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다."

허경주 부대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스텔라데이지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허경주 부대표는 참사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스텔라데이지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고소·고발 이후 가족들은 해양수산부가 과태료 부과라는 최소한의 행정처분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수된다는 사실을 2017년 3월 31일 23시 20분 카카오톡으로 전달받았지만, 해경에는 12시간이 지난 4월 1일 오전 11시에야 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폴라리스쉬핑에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이 역시 제척 기간이 5년으로 규정돼 있어, 해수부가 3월 30일 전까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날 '찾아내기까지 찾도록'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송병구 목사는, 정부가 자본 논리를 뛰어넘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복음 안에서는 강자의 논리, 가진 자의 논리, 규모의 논리, 힘의 논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집중하신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22명은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이다. 정부는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 잃은 양 한 마리보다는 큰 양을 강조했다. '경제가 중요하다', '예산은 그런 데(큰 양에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잃은 양을 찾는 것이 경영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본문 속 청중인 세리와 죄인, 그리고 바리새인과 서기관을 언급하며 "바리새인과 서기관은 잃어버린 양 비유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는 무관한 저 죄인들의 이야기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들은 99마리, 즉 세상의 주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잃어버린 양과 그 가족의 하소연과 호소, 눈물과 함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도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내 이야기처럼 인식하고,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예배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5년을 맞는 3월 31일 열린다. 2월 7일부터 시작된 2차 심해 수색 촉구 피켓 시위는 3월까지 계속 진행한다. 고난함께는 매일 오전 11~12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피켓팅에 동참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 (참가 신청 링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