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가 2월 7일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침몰 책임자 고소 및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대책위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가 2월 7일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침몰 책임자 고소 및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대책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임직원과 선박 안전 검사를 진행한 한국선급 검사원을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5년이 되는 2022년 3월 31일이 되면 이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소시효 만료까지 5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법률지원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2월 7일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박승렬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 등 일반 국민 1160명도 고발인으로 동참했다.

대책위가 밝힌 피고소·피고발인은 총 13명이다.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를 비롯해 해사본부장·영업본부장·공무감독 등 임직원 11명과 스텔라데이지호 출항 전 선체 검사를 담당했던 한국선급 문 아무개, 윤 아무개 검사원 등 2명이다. 이미 김완중 대표 등은 선박안전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번 고소는 침몰 원인과 당시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묻는 별개의 형사 사건이다.

대책위는 폴라리스쉬핑 임직원들에게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선박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무리하게 운항시켜 배가 침몰했고, 사람이 사망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침몰 당시 한 칸 건너 화물을 탑재하는 격창 적재(jump loading) 방식으로 철광석을 실었다. 그러나 이는 허용되지 않은 방식이며, 선박 복원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전 문제인데도 이를 방치해 선박이 침몰했다고 했다. 또 평형수 탱크 부식 등으로 결함이 존재해 '폐선 우선 선박 4순위'로 지정된 스텔라데이지호를 무리하게 운항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책위는 세월호 참사 때 대법원이 청해진해운 선사 임직원에 대해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판례를 들어, 폴라리스쉬핑 임직원들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도 했다.

한국선급 검사원인 문 아무개, 김 아무개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이들이 2016년 8월 선박 연차 검사를 실제로 하지 않고도 '1~5번 화물창 모두 정상(Fair Condition)'이라고 보고서를 거짓 작성해 침몰 단초를 제공했다며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만 5년이 되도록 검찰은 책임자들을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렇게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실종 선원들은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면서 "침몰 원인을 제공한 피고소인·피고발인에게 책임을 엄중히 묻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적 책무가 이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대책위는 이번 13명뿐 아니라 침몰 참사와 관련된 이들에 대해 법리 검토에 착수해, 필요 시 추가적으로 고소와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앞에서는 심해 수색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가 매일 이어지고 있다. 동참을 원하는 사람은 고난함께에 문의하면 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청와대 앞에서는 심해 수색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가 매일 이어지고 있다. 동참을 원하는 사람은 고난함께에 문의하면 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는 매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침몰 사고 후 5년간 매일같이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었던 실종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 씨는 7일 오전에도 청와대 앞으로 나왔다. 매일 오래 서 있다 보니 척추협착증이 재발하고 관절염에도 시달리는 등 병원을 오가지만, 이날도 진상 규명을 위해 피켓을 들었다고 했다.

이영문 씨는 "실종자들이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혀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그는 "두 딸(허경주·허영주)이 고소장과 보도 자료를 쓰느라 며칠을 고생했다"며 "아직도 선사 책임자들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게 화가 난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라는 사람들은 우리에게는 침몰 후 16시간이 지나서야 통보했다. '침몰 후 생존 가능 시간이 2시간'이라고 하더라. 결국 죽은 후에 통보했다는 말과 뭐가 다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전남병 사무총장)은 7일부터 이영문 씨 곁에서 릴레이 1인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고난함께는 "참사 5년을 앞두고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피켓 시위에 동참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지 5년이 되었다. 

한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이었고,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22명의 선원들이 실종된 이후, 침몰의 이유라도 제대로 알기를 원했던 고소인들에게 5년이라는 세월은 마치 영겁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이 밝혀지기는커녕, 누구 한 명도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실시했던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또렷하게 눈에 보이는 선원 유해를 버려두고 돌아오는 패륜을 저질렀고, 2차 심해 수색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기획재정부의 높은 벽 앞에 3년째 가로막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부의 심해 수색 추진 여부만을 눈치 보면서 5년 동안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고 있다. 이 틈을 타서 참사의 주범이자 스텔라데이지호의 소유주인 폴라리스쉬핑은 침몰 보험금을 종잣돈 삼아서 매년 영업이익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제는 50일 후 스텔라데이지호를 침몰시킨 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들은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이에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 법률지원단은 작금의 상황을 묵과할 수 없어 국민 고소·고발인 1166명의 뜻을 모아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게 되었다. 

국민 고소·고발인 1166명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들은 안전하게 퇴근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권이며, 죄지은 자는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정의를 기대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는 그저 몇몇 선원들의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해운업계의 탐욕과 이를 방관한 국가의 직무 유기가 맞물린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사회적 참사이다. 

따라서 국민 고소·고발인 1166명은 대한민국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국가의 존재 이유를 국민 앞에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부산지방검찰청에 폴라리스쉬핑의 임직원들과 한국선급의 검사원들을 고소·고발하였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법리 검토를 통해 추가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다. 우리는 검찰이 이 사건을 얼마나 성의 있게 수사하고 기소하는지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검찰의 태도를 기대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에 대해 책임 있는 수사와 공정한 기소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비록 검찰의 기소는 지난한 법정 다툼의 시작에 불과할지라도 이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에 법치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2022년 2월 7일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 법률지원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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