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예산안에도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 관련 예산은 '0원'이다. 세 번째 예산 누락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인 이 사건이 임기 내 과연 해결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사고가 2022년 3월 31일이면 5년째를 맞는다.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을 '1호 민원'으로 접수해 실종자 수색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진전된 것은 없다. 2019년 1차 심해 수색에서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선원들의 유류품을 발견했지만 그냥 돌아와 버린 게 전부다.

정부는 지금까지도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2차 심해 수색 예산편성을 반대하고 있다. 2019년 1차 심해 수색 이후 2차 심해 수색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020~2022년 3년간 관련 예산은 '0원'으로 책정됐다.

심지어 기획재정부 안일환 2차관은 2020년 11월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분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이나 경찰이면 모르겠는데 민간 회사에 근무하던 분들의 문제에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면, 향후에 유사한 민간 업체나 이런 부분까지 정부가 (부담)하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가족들의 공분을 샀다.

외교부도 비협조적으로 일관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해 수습 없이 그냥 돌아온 수색 업체 오션인피니티(OI)와 외교부가 맺은 수색 계약서와 구체적인 자료, 계약을 주고받은 과정에서 오간 협상 내역을 보려 했지만, 외교부는 가족들의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가족들은 외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2020년 4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외교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021년 8월 2심에서도 가족들이 승소했으나 외교부는 곧바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1년 9월 국무총리에게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 규명과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한 추가 심해 수색의 실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사고 발생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침몰 원인을 알지 못하고 가족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추가 심해 수색을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에 더해 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줄 것을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추가 심해 수색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1차 심해 수색 관련 문서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구갑)은 2021년 10월 1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단 한 명의 국민이 남았을 때도 같이 온다고 홍보를 해서 대한민국이 이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에게는 국가 (기밀) 문서도 아닌데 이것조차 주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김영주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외교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심해 수색 정보가 유출될까 우려된다며 가족들보다 여론을 더 신경 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수색 업체 OI가 당초 계약과 다르게 침몰 선박을 3차원으로 복원해 주지 않았는데도 수색 비용 48억 원을 전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색 과정에서 블랙박스가 제대로 복원되지 않은 점을 가족들 탓으로 돌리는 듯한 정황도 있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국정감사에서 "2차 수색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지만, 올해에도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앞서 국회 공청회 등에서는 심해 수색에는 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의지만 있다면 2차 심해 수색은 언제든 가능한 셈이다.

올해 예산안에는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관련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 조사 보고서 발표 등 진전 사항을 바탕으로 추후 2차 심해 수색에 필요한 예산을 지체 없이 지원한다"는 부대 의견이 기재됐다.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조건부 부대 의견이라는 점에서 2차 심해수색의 예산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폴라리스쉬핑 대표 징역형 받았지만
선박 검사원은 모두 무죄
'침몰 사고 자체'는 처벌 못 할 수도
정부는 이미 1차 심해 수색 때 조타실과 유해 등 해저 상태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촬영만 했을 뿐, 유해를 수습하거나 침몰 원인을 분석하지는 못했다. 2차 심해 수색이 절실한 이유다.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 유튜브 갈무리
정부는 이미 1차 심해 수색 때 조타실과 유해 등 해저 상태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촬영만 했을 뿐, 유해를 수습하거나 침몰 원인을 분석하지는 못했다. 2차 심해 수색이 절실한 이유다.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 유튜브 갈무리

'노후 선박'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재판도 계속되고 있다. 김완중 회장 등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들은 선체 변형 등 구조적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치해, 선박안전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0년 2월, 부산지방법원은 김완중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 아무개 해사본부장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공무 감독자 두 명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폴라리스쉬핑 법인에도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 후, 2심 재판에서는 원심보다 더 무거운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5월 법원은 김완중 회장에게 집행유예 없이 징역 6개월, 김 아무개 해사본부장에게도 집행유예 없이 징역 8개월 및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스텔라데이지호 결함 정도가 중하고, 결함 신고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면 범행에 대한 책임이 중하다"며 원심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이와 별개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상태를 검사했던 검사원들은 2020년 6월 1심과 2021년 11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검사원들의 직무상 태만이 의심되지만, 과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은 출항 전부터 존재했던 스텔라데이지호의 선박 자체 결함에 대한 것이었다. 2017년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책임에 대한 일부 범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2022년 3월 31일까지 책임자를 기소하지 않으면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김완중 회장 등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2016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안전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 역시 침몰 원인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 규제를 강화해 향후 유사 사고를 막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수색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책위와 가족들은 2017년 3월 이후 5년째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올해 3월 31일이면 침몰 사고에 대한 공소시효도 끝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면…"
고난함께, 1월 26일 저녁 기도회
2월 한 달 피켓 시위 등 연대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전남병 사무총장)은 1월 26일 저녁 7시 30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연다. 2월 7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릴레이 피켓 시위를 매일 진행한다.

전남병 사무총장은 1월 21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실종 선원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 씨가 매일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척추와 관절이 많이 손상돼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내 아들이 물속에 있는데 어떻게 이걸(피케팅을) 중지할 수 있느냐'며 강행 의사를 보였다. 어머님이 병원에 가실 수 있도록 우리가 피켓 시위를 이어 가려 한다"고 말했다.

전남병 목사는 "스텔라데이지호 현장은 연대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말 적은 인원이 싸우고 있다. 대책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실종 선원 허재용 씨의 누나 허경주·허영주 씨가 대책위 대표·부대표를 맡고 실무까지 다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더라. 어려운 현장에 힘을 보태는 차원에서 고난함께가 연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난함께는 온라인 링크를 통해 2월부터 릴레이 피켓 시위에 참여할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전남병 목사는 "고난함께가 스텔라데이지호에 관심 갖는 이유는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신앙에서 출발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가장 도움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다.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난함께 김지애 팀장도 "과거에 예수더하기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스텔라데이지호 현장을 많이 찾았다. 광화문광장에서 함께 피케팅도 하고 영상도 만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독 스텔라데이지호에 집중적으로 연대하는 단체는 많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며 그리스도인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참가 신청 링크
문의: 고난함께 김지애 팀장(010-3588-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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