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C에서 간사의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다. 수도권 ㅇ지구 대표간사를 지낸 B는 지난 1월 20일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CCC에서 간사의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다. 수도권 ㅇ지구 대표간사를 지낸 B는 지난 1월 20일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국내 최대 대학생 선교 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박성민 대표)에서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CCC 수도권 ㅇ지구 대표간사 B에게 징역 1년 6개월 및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수도권 지역 한 대학에 입학한 피해자 A는 CCC에 들어가 활동했다. CCC는 '한 이불 덮기', '영적 가족'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공동체를 강조한다. 열심히 활동하던 A를 지켜봐 온 B는 신앙과 가정사를 상담해 준다는 명목으로 A와 가까이 지냈다. A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B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정서적으로도 그를 많이 따랐다.

그런데 B는 A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하며 성추행을 저질렀다.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A를 차에 태운 다음 "사랑의 표현이다", "딸에게도 이렇게 해 준다"는 황당한 말과 함께 수차례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추행했다. A는 불쾌감을 표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A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 하지 않았다. A는 1월 말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CCC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가해자에게 '이러지 말라'고 하는 거였다. 원래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 해결하는 스타일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B 간사가 다른 사람에게도 불쾌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들렸고, A는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A는 실제로 다른 피해자를 만나 피해 상황을 듣기도 했다. 특히 분노하는 피해자들과 달리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CCC 때문에 더 화가 났다고 A는 말했다.

결국 A는 지난해 2월, B를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B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질투할 수 있으므로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또 "면담 과정에서 피고인을 진정한 어른으로 받아들여 정서적으로 의지해 온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굴욕감 내지는 불쾌감,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해자 두 번 울린 CCC
"피해 반복되는 것 막고자 공론화 결심"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무거운 처벌을 내린 것과 달리, CCC 본부와 지구 책임자·간사들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A는 "처음 ㅇ지구 소속 간사 두 명에게 B의 성폭력 사실을 알렸는데, '기도하겠다'고만 할 뿐 문제를 공론화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A는 CCC 본부에도 신고했다. CCC에는 이런 문제를 전담하는 윤리위원회(이창세 위원장)가 있다. 윤리위원회는 A에게 "공동체에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며 B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울러 A에게 심리 상담을 지원해 주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체 내에 공론화하거나 B를 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A는 "본부에 전화할 때마다 내게 '힘들었겠다'고 말하더라. 당연히 힘들지 않았겠나. 나로서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래서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할 거냐'는 것이었다. 성추행은 사회적으로도 범죄 아닌가. 이 문제를 드러내지도 않고, 피해자가 많은데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 태도도 취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CCC 본부 관계자들은) 신앙적인 용어로 '거룩해지도록 노력하겠다', '기도하겠다'고만 하고 현실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만 하더라도 A는 공론화를 한다거나 CCC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두 간사가 "기도하겠다"고 전해 온 이후에도 "간사로서 학생을 보호하고 잘못된 걸 들춰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못 했다. 그냥 '기도하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승처럼 존경했던 간사들의 행태를 보며 화가 많이 났다. 어떤 간사는 '이걸 왜 공개(공론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냐'고 했다더라. 가해자의 사과문조차 어처구니없었다. 사과문은 CCC 윤리위원회가 열릴 때야 나왔는데, 내게 직접적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고 돌려 말하고 포장하는 거 같아 기분이 더 나빴다."

CCC "사직 이유 공지하고 후속 조처"
피해자는 "직접 안내받은 것 없어"
"사과문, 1주일 후 내려도 되는지 물어보기도
학생들 위해 공론화 필요하다 생각"
CCC는 이번 사건 이후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성고충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CC 공식 홈페이지에서 성고충센터와 관련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다. 윤리위원회 정보도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 같은 조처가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 없다. 카카오톡 갈무리
CCC는 이번 사건 이후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성고충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CC 공식 홈페이지에서 성고충센터와 관련된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다. 윤리위원회 정보도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 같은 조처가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 없다. 카카오톡 갈무리

CCC는 이번 사건을 겪은 후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이창세 윤리위원장은 2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B가 사직한 상황이라 구속된 지 모르고 있었다. (구속 사실을) 알려 주셔서 고맙다. 과거에 사직한 사람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뉴스앤조이>가 문자메시지로 재차 입장을 묻자, 이창세 위원장은 답장을 보내왔다. "ㅇ지구 성추행 건은, 지도자로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판단해서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린 사건이었다. 지구 자체적으로도 책임자가 어떤 이유로 보직이 해임되고 CCC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는 공개서한을 지구 학생들과 나사렛들(졸업자)의 단체톡방과 ㅇ지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지함으로써, 깊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CCC는 △전임 간사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 △책임 간사(부서 및 도시 리더) 대상 매년 사역 및 윤리 부분 점검(2021년 5월부터 시행) △그간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던 윤리위원회 징계 결과를 2021년부터 공개로 전환 △학생 교육·훈련 중에도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 △2021년부터 CCC 성폭력 상담 센터 개설 △외부 전문 기관과 협력 등을 조처했다는 내용과 함께,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도 보내왔다.

이와 관련해 A는 CCC가 이번 사건 이후 내놓은 대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안내받은 게 하나도 없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ㅇ지구에서는 피해자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알렸지만, A는 졸업자들이나 현재 CCC에 몸담은 이들에게 한 번도 관련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ㅇ지구가 사과문을 올리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한 게 아니라고도 했다. A는 "B가 사임한 이유도, 처음에는 다른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그만둔 것으로 공표했다가, 이후 문제 제기가 있자 졸업한 순장들에게도 이를 알렸다고 한다. 내가 이 사실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달라고 요구하니 '1주일만 올렸다가 내려도 되겠느냐'고 하더라.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사건을 공론화하고,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A는 "한 간사님으로부터 하나님나라의 기준은 사회나 도덕적 기준보다 더 높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개인적으로 용서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후배들도 이런 일을 당할지 모르니 더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교 단체나 교회 내에 이런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다. 가해자가 잘못한 건데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 않나. 이런 문제를 자꾸 숨기려 하는 분위기를 바꾸고, 대학 청년들을 위해 적극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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