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 씨는 CCC 활동을 하면서 전임간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CCC에 가해자 사과와 사건 공론화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아영 씨는 CCC 활동을 하면서 전임간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CCC에 가해자 사과와 사건 공론화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김아영 씨(가명)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때문에 약을 달고 산다. 5년 전 한국대학생선교회(CCC·박성민 대표) 한 전임간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는데,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6월 6일 기자와 만나 "A 간사가 사는 자택과 차량, 사랑방(숙소) 등에서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했다"고 했다.

김 씨는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 캠퍼스에서 CCC 순장으로 있었다. 당시 전임간사였던 A와 사역을 하면서 신앙·연애 상담을 할 만큼 사이가 가까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A가 선을 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씨는 "저녁에 바다로 드라이브를 간 적 있는데 시간이 늦었다며 모텔에서 자고 가자고 설득하더라. 당시 A는 바닥에서 자겠다고 했는데, 자던 중 침대로 올라와 스킨십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날 사건으로 김아영 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는데, 어느 곳에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를 알리면 CCC 안에서 자신의 평판이 안 좋아질 것 같았고, 나아가 자신이 믿고 따르던 A를 더는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A는 그 일 이후 점점 폭력적으로 돌변했다고 했다. 아내가 집에 없을 때 자신을 부른 다음 성폭력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후로 6개월간 성폭력을 당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2016년 겨울 행사가 끝날 때까지 CCC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A가 '오빠라고 불러라', '너만 보면 미칠 것 같다', '내가 성 중독에 걸린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나를 그루밍하고 성폭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해 겨울 행사가 끝난 후 고향 집으로 갔고, A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일을 영원히 묻고 갈 생각이었다." 김아영 씨는 사건 이후, 애당초 제대로 선을 긋지 못한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자책하며 누구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실 거라고, A는 당장 후원이 끊겨 CCC에서 잘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홈 커밍 데이' 행사에서 환히 웃고 있는 A를 만난 뒤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김 씨는 "A가 '연락 좀 하고 살자'고 웃으며 말을 걸더라. 어깨에 계속 손을 두르면서 스킨십도 했다. 아무렇지 않은 그 모습에 너무 화가 났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되나 싶었다. 그 시기 신학 공부까지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 교회에서 청년들도 가르치고 할 텐데,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CCC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5월 3일 CCC 윤리위원회(이창세 위원장)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가해자 사과 △사건 공론화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청했다. 김 씨는 "CCC의 자정 기능을 기대해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다. 혹시 (나 말고도) 피해자가 또 있을 수 있으니 사건을 내부적으로 공론화하면서 함께 치유해 나가길 바랐다"고 말했다.

A도 5월 초 김 씨와의 통화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A는 김 씨에게 "몸에 손을 대고 그랬던 모든 것 잘못하고 인정한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CCC, 사건 공론화 않고 묻으려 해
내부에 거짓 소문, 형사 고소 절차 밟는 중"
CCC "이미 징계, 개인 명예에 대한 부분"
A "사과할 일 한 적 없다, 나도 고통받아"

제보를 받은 CCC 윤리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벌였고, A 간사를 '제명'(자격정지)하기로 했다. 윤리위는 5월 31일 "국내 연수 A 전임간사를 제명 / 자격정지 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제명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윤리위는 6월 2일 이메일을 통해 김아영 씨에게만 제명 이유를 알렸다. "A 간사는 본분을 망각하고 순 모임 중인 제자에게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으로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며 "지난 5년간 침묵하며 피해자가 드러내기 전까지 무책임한 태도로 방관해 공동체와 피해자에게 더욱 피해를 가중하게 했다"고 했다. 윤리위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권고사직'으로 종결하려 했으나, 박성민 대표의 뜻에 따라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는 문구도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김 씨는 CCC 조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작 중요한 가해자 사과, 사건 공론화, 재발 방지 대책 언급은 전혀 안 돼 있다. 간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 사건을 알리려면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데, CCC는 이 정도로 묻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세 윤리위원장은 6월 7일 <뉴스앤조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우리 단체 내부의 성 비위 사건으로 그 사람에 대해 제명(최고의 징계)한 사건이다. 사안의 특성상 개인의 명예에 대한 부분이 있어 인터뷰를 사양한다"고만 알려 왔다.

한편, A는 성폭력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뭔가 피해를 줬다면 사과할 텐데 말씀 드릴 게 없다. 그 친구의 (주장과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했다. CCC도 혐의를 인정해서 제명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CCC에서 한 진술 고백은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A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가족이 한 달간 많이 힘이 들었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 된다. 다른 건 변호사를 통해서 밝히겠다"고 했다. 피해자는 수년간 고통에 시달려 왔다고 전하자, 그는 "그건 그 친구 주장이다. 나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A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그가 5월 초 김 씨와의 통화에서 잘못을 시인하는 말을 한 이유를 묻기 위해 재차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김아영 씨는 A가 성범죄를 부인할 줄 알았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씨는 "벌써 CCC 내부에서 '두 사람이 썸을 탄 거다',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더라. 사실을 바로잡고 공론화하기 위해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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