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원에서 자란 김선자 씨(사진 가운데)는 당시 관리자였던 정 목사에게 학대와 성폭력을 당했다고 2020년 폭로했다. 정 목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비방의 목적이 없고 공공성이 있다며 불기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수풀원에서 자란 김선자 씨(사진 가운데)는 당시 관리자였던 정 목사에게 학대와 성폭력을 당했다고 2020년 폭로했다. 정 목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비방의 목적이 없고 공공성이 있다며 불기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경기도 광명에서 목회해 온 정 아무개 목사는 과거 수풀원 보육 시설 여아들을 학대하고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2020년 10월 SBS '궁금한이야기Y'가 이를 방영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뉴스앤조이>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 보도했다. 당시 정 목사 측은, 수풀원 출신자들이 돈을 요구하고 있고 피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실제 정 목사는 피해자 중 한 명인 김선자 씨(가명)를 고소했다. 김 씨가 2020년 7월 31일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폭력범 깡패 목사 부부 보육원 공금횡령 성폭력범 절도범 신고 받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것을 문제 삼아 김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검찰은 2021년 6월 29일 김 씨를 불기소했다. 불기소 이유서에는 "작성한 글의 내용은 사실이거나 김 씨가 사실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나와 있다. 또 "김 씨가 정 목사에게 금전적인 요구 등 없이 진정성 있는 사과만을 요청하고 있고, 김 씨가 작성한 글이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으로 볼 만한 여지가 있다. 비방의 목적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김 씨는 정 목사 측 주장과 달리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검찰도 이를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선자 씨 외 수풀원 출신자들의 이야기도 들었다며 그들의 증언 또한 김 씨가 쓴 글의 내용과 부합한다고 했다. 김 씨가 처음 정 목사에게 항의했을 때, 정 목사가 "미안하다"는 취지로 사과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40년이 지난 일이지만 공공성과 사회성도 인정됐다. 검찰은 "고아들이 생활했던 수풀원 관리자의 폭행 등 가혹 행위가 있었던 사실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관심 사안이다. (김 씨의 글은) 사회의 여론 형성 내지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한 정 목사의 사과를 받고 싶었고, 또다시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사건 글을 작성했다"고 했다.

김선자 씨는 불기소처분됐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지금까지 구체적인 이유는 모른 채 지내왔다. 김 씨는 1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기소 이유서를 보고 나니 억울함이 그나마 풀리긴 하더라. 40년 전 우리 수풀원 언니·동생들은 그 사람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 이제라도 제대로 사과하길 바랐는데 오히려 나를 고소해서 힘들게 했다. 조사받으면서 억울했고 많이 울었다. 우리도 고소했는데, 너무 오래 됐다고 경찰이 제대로 살피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정 목사가 광명에 세운 ㄱ교회(현 ㅇ교회)에서 원로목사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씁쓸해했다. 그는 "죄지은 사람이 계속 목회를 하고 있는 게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기자는 정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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