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22년 대입 정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교단 '메인 신학교'를 비롯해 수도권·지역 신학교까지 정원 미달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입시 정보 사이트 유웨이어플라이와 각 학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주요 신학대 정시 경쟁률은 1:1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 교단의 메인 신학교는 미달을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신대학교는 경쟁률 2.68:1,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는 1.81:1을 기록했다. 특히 장신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1점대 경쟁률(1.31:1)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1점대에 머물렀다.

이번 2022년 정시 중 경쟁률 '3:1'을 넘은 곳은 안양대학교 신학과(4.14:1)뿐이었다. 초교파로 분류되는 연세대학교 신학과는 2.96:1로 나타났다.

해가 갈수록 입시 경쟁률이 급감하자, 아예 경쟁률을 비공개로 전환한 신학대도 적지 않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와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가 경쟁률을 비공개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산하 대전신대·호남신대·영남신대·부산장신대가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대신대학교 역시 밝히지 않았다.

지방 신학교, 신입생 충원율 30%대
'정원 감축', '장학금 지급' 등 고심

갈수록 낮아지는 경쟁률을 극복하기 위해 신학교들은 학생 충원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뉴스앤조이>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2011~2021년 신학교 20곳의 신입생 충원 현황을 살펴봤다. 

신학과 기준, 대전신대는 지난 11년간 10번이나 신입생을 다 채우지 못했다. 감신대·한일장신대는 8번, 침신대·협성대·호남신대·영남신대는 5번, 부산장신대·칼빈대는 4번을 충원하지 못했다. 신입생 충원이 100%에 미치지 못하면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 제한 대학 및 정원 감축 등 제도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충원율 또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신대 신학과는 2011~2016년 신입생 충원율을 100% 유지했지만, 2017년 96.5%로 떨어지더니 2018년 73.3%, 2019년 62.2%, 2020년 55.4%, 2021년 59.7%를 기록했다. 2021년 신학과 정원 60명 중 신입생 입학자는 38명에 그쳤고, 22명이 모자란 채 새 학기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신학교 경쟁률·충원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는 대학 입시 인원 감소와 관련 있다. 수능 응시자 수는 2010년 64만 명에서 2020년 49만 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개신교 교세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과거처럼 신학교에 대한 인기나 비전이 없는 것도 경쟁률·충원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들어오는 학생이 없다 보니, 신학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원 감축을 시행해 오고 있다. 신학교 20곳의 총 정원은 2011년 1498명에서 2021년 1072명으로 28.4% 줄어들었다. 한세대·한일장신대·부산장신대는 지난 10년간 정원을 60% 이상 감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미달은 계속되고 있다. 정원 감축 숫자보다 지원자 감소 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대전신대는 2019년 신입생 충원율이 28.5%까지 떨어지자 정원을 60명에서 32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2021년 32명 모집에 12명이 입학해 신입생 충원율은 37.5%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신학교 측은 장학금 확대, 정원 감축, 홍보 강화 등을 통해 경쟁률을 확보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신대 강성영 총장은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불확실성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액 장학금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학생들이 온전히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우수 자원을 양성 배출하면 교단도 학교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대는 신학과 입학부터 신학대학원 졸업까지 6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신대 이재서 총장은 "총신대 신학과 지원자는 세례 교인만 뽑는다는 특징이 있고, 다른 곳과 달리 충성도가 높아 다른 학교를 가겠다는 마음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형편이 낫다. 그러나 총신대 경쟁률(2.68:1) 역시 3:1이 안 되니 미달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우리가 인구를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원 감축 같은 용단을 내려야 미달을 피할 수 있다.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신대 교학처장 고재길 교수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019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위기가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장신대가 가진 역사와 지명도가 있기 때문에 신입생을 기다리는 편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안이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입시 결과에 교수들이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올해부터는 학교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입시 전형도 간소화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제는 학교마다 찾아가서 홍보하려고 하고,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는 커리큘럼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장신대 신학과에서 일정 트랙을 밟으면 신대원 졸업을 1년 단축해 주는 트랙을 만들었고, 신학과에 진학했지만 신대원에 진학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청소년 상담사 과정, 사회복지사 과정, 보육 교사 과정 등 8개 트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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