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주요 교단 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부 미달 사태가 신학대학원에서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신학대학원 입시 경쟁률은 한때 '고시'로 불릴 정도로 높았지만, 2022년 입시에서 역대 최저 경쟁률인 1.8:1을 기록했다. 2020년 1.84:1로 처음 1점대 경쟁률을 기록한 지 2년 만에 최저치를 갱신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장신대 신대원 입시 경쟁률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 2000년에는 신대원 경쟁률이 5.83:1을 찍었고, 2001~2007년에도 4점대 경쟁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8년 3점대를 찍고, 2015년 2점대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하향세를 이어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상황도 좋지 않다.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에 따르면, 총신대 신대원 2022년 입시 경쟁률은 1.13: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7년 1.89:1, 2018년 1.98:1, 2019년 1.37:1, 2020년 1.26:1, 2021년 1.44:1로, 1점대 경쟁률로 접어든 2017년부터 6년간 평균 1.5:1의 경쟁률을 보였다.

총신대 신대원은 예장합동과 예장개혁이 합병한 직후인 2005년 입시에서 경쟁률 3.73:1을 기록하고, 2007년 4.5:1까지 기록하는 등 한때 높은 경쟁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1년 3.23:1을 기록한 이후 경쟁률이 2점대로 내려앉았고, 2017년부터는 1점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 신학대학원의 올해 경쟁률은 0.44:1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감신대는 신대원 Th. M. 과정 경쟁률 0.48:1, 신대원 M. Div. 과정 0.44:1, 목회신학대학원 M. Div 과정 0.44:1을 기록했다. 모두 감리회 목회자가 될 수 있는 과정이다.

감신대 신대원은 2006년 1.34:1, 2007년 1.07:1, 2008년 1.22:1, 2009년 1.64:1, 2010년 1.74:1로 줄곧 1점대 경쟁률을 유지했다. 이후로는 아예 정원 부족 현상을 겪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감신대 대학원·신학대학원은 2016년을 제외하고 매년 신입생 충원율 미달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10년 동안 신입생 충원율 100%를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2016년 87.1%를 기점으로 2017년 77.6%, 2018년 70.6%, 2019년 64.7%, 2020년 67.5%, 2021년 60%까지 꾸준히 신대원 입학자가 줄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정원을 5명씩 줄였는데도 정원 미달을 기록했다.

다른 신대원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1년 ​​협성대학교 신학대학원 충원율 38%, 한세대학교 영산신학대학원 충원율 42.4%,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신학대학원 76.2%로 나타났다.

석사과정 정원이 공개되기 시작한 2014년 자료와 비교하면, 2014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신학대학원은 고신대, 호남신대, 감신대, 목원대, 한신대, 부산장신대, 광신대, 칼빈대, 한세대, 협성대 등 10곳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이들 신대원에 더해, 한일장신대, 대신대, 영남신대, 서울신대, 침신대, 대전신대가 추가돼 15개로 늘어났다.

신학대학원 경쟁률은 교단 목회자 수급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기독신문> 과거 기사를 종합하면, 예장합동 강도사 고시 응시생 수는 2003~2005년 매년 1000명을 돌파했다. 예장합동 강도사 고시 합격률은 75~80% 수준으로, 응시자 4명 중 3명은 강도사가 인허를 받은 후 목사 안수를 받는다. 그런데 2021년 강도사 고시에는 513명만 응시했고, 이 중 381명이 합격했다. 약 20년 만에 목회자 후보생이 반토막 난 것이다.

예장통합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목사 고시에 1814명, 2006년 목사 고시에 1759명이 응시했다. 목사 고시 합격률은 50% 수준으로, 2005년 900명이 목사고시에 합격했다. 2021년에는 정점 대비 33% 가량 줄어든 1226명이 응시해 612명이 합격했다. 장신대학교뿐 아니라 교단 산하 지방 신학대학교의 낮은 경쟁률이 목사 고시 응시생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신대학교 박상진·이만식 교수가 2016년 예장통합 총회에 내놓은 '교단의 목회자 수급 계획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87~2014년 예장통합 교인·교회·목사 수에 대한 통계를 기초로 시계열 분석(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 - 기자 주)한 향후 10년의 교세 예상치와 신대원 예상 경쟁률 데이터가 담겨 있다.

박상진 교수 팀은 2013년 장신대 신대원 지원자 수가 1000명 아래로 내려간 후, 2015년 813명, 2016년 694명, 2020년대 들어서는 500명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는 2018년에 584명 지원으로 지원자 수 600명대가 무너졌고, 2020년과 2022년에는 4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예측보다 더 낮은 수치가 나왔다.

감리회는 3개 신학대학원을 통폐합하기로 결의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진은 2021년 10월 입법의회에 인사하러 온 감신대 이후정 총장, 목원대 권혁대 총장, 목원대 유영완 이사장.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는 3개 신학대학원을 통폐합하기로 결의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사진은 2021년 10월 입법의회에 인사하러 온 감신대 이후정 총장, 목원대 권혁대 총장, 목원대 유영완 이사장. 뉴스앤조이 최승현

일부 교단은 신학대학원 입학자 수를 줄이고, 전국에 퍼져 있는 학교를 통폐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예장통합은 총회 결의로 각 대학 신대원 정원을 감축한 데 이어, 7개신학대학교구조조정위원회(구조조정위)를 만들어 통폐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위 서기 곽재욱 목사는 "지금까지는 각 대학 이해관계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는데, 충원율이 떨어져 미달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통폐합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회는 2021년 입법의회에서 감신대·협성대·목원대 신대원을 통폐합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입법의회에서는 "웨슬리신학대학원(가칭)을 졸업해야만 감리회 목회자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감리회 교역자수급및고시위원장 최종호 감독은 1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통합 신대원 정원은 최대 200명에서 최저 150명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현재 3개 신대원 정원이 400명이 넘는데, 확장 지향적 선교 대신 내실을 다지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2021년 입법의회에서는 통합 신대원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면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최종호 감독은 정원 미달 및 목회자 부족 사태는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대학원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너무 숫자에 연연할 필요 없다. 교회를 자영업처럼 하면 안 되지 않나. 교회 숫자 늘려 가는 식으로는 한국교회에 소망이 없다. 이참에 교회 수와 목회자 수를 전체적으로 정비하고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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