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호 목사가 2017년 예장통합 제102회 총회 석상에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며 일부 신학생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만호 목사가 2019년 예장통합 제104회 총회 석상에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며 일부 신학생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정부의 방역 정책에 반기를 들고 대면 예배를 강행해 온 목사가 있었다. '예배의 자유'를 목놓아 외치며, 모이는 걸 방해 말라던 그는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처음에는 증상이 가벼웠지만 나중에는 의식을 잃을 만큼 상태가 악화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득의양양했다. 기자에게 코로나 면역이 생겼으며 더는 두려울 게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적어도 부끄러워 하는 내색이라도 보일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내가 코로나의 위험성을 미처 몰랐다', '지금이라도 방역 정책에 잘 협조하겠다' 같은 자기반성은 전혀 없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 불행 그 자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칭 '주의종'이 이렇게 나오면 답도 안 보인다. 여기 부끄러움을 모르는 목사가 또 있다.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다. 교회 합병을 빙자해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 대형 교회 목사가 아들에게 세습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여수은파교회의 경우는 다르다. 이 교회는 세습금지법을 제정·시행 중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에 속해 있다. 교단법을 지키고 따라야 할 개교회가 '교회 안정'을 명목으로 공동체가 정한 룰을 보란 듯이 깨뜨린 것이다.

사실 예장통합 소속 중·대형 교회들이 세습을 대기하고 있다는 소문은 전부터 파다했다. 명성교회 세습이 어떻게 결론날지 간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여수 지역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여수은파교회도 그중 하나였다. 시기와 방식이 관건이었는데, 결국 지난 연말 공동의회를 열고 고 목사의 아들 교회와 합병한 후 아들을 후임 목사로 청빙하기로 했다.

교회 한 장로는 "장로들이 먼저 교회 합병과 아들 고요셉 목사를 청빙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고만호 목사의 뜻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만일 실제라면 법과 원칙을 '철저히' 따져 온 고만호 목사가 장로들의 뜻을 반려했어야 한다.

고만호 목사가 누구인가. 예장통합에서 동성애자 및 동성애 지지자의 신학교 입학을 제한하는 법의 '초석'을 다지고, 교회 청년을 "교회 설립 목적과 입장에 반한 동성애 옹호자"라면서 교회 정관을 근거로 내쫓고, 총회 석상에서 아무 힘이 없는 신학생들을 향해 '동성애 지지자'라면서 교단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다. 그래, '악법도 법'이라 치자. 그러면 고 목사가 교단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한 것이라고 봐줄 수도 있겠다.

자, 자신은 절대 하기 싫었는데 장로들이 교단법을 정면으로 어기고 목회지 대물림을 강행했다면 고만호 목사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총회에서 신학생들을 꾸짖은 것처럼 공동의회에서 장로들을 향해 '대노'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가 교단법을 지키기 위해 총회에서처럼 침 튀기며 장로들을 꾸짖었다면 적어도 그의 진정성은 인정할 만했을 것이다.

교회 규정과 교단법을 근거로 교회 청년을 내쫓고 신학생들을 축출했듯이, 고만호 목사 자신도 교단법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모르고 장로와 교인들이 원해서 한 일이다', '세습이 아니라 합법적인 청빙이다'라는 소리는 하지 말자. 이미 명성교회가 실컷 써먹었기도 했거니와, 명성교회 세습도 '불법'으로 결론 났으니 말이다.

어떤 이유가 됐든 고만호 목사가 부끄러움을 알았다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을 이용해 만만하고 힘없는 자들을 정죄해 온 고 목사가 무슨 해명(해도 납득은 안 되겠지만)을 하든, 이것 하나만은 확실해 보인다.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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