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1일 오후 5시 39분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8월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재석 212인 중 찬성 139인, 반대 73인으로 과반수를 얻었다. 국민의힘은 이 법이 통과되면, 교원을 자유롭게 뽑지 못하는 등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육감에 의한 인사 문제가 야기된다며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반대 139표를 얻어 부결됐다.

교원 채용 시 교육청에 위탁하는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일부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교총과 미션 스쿨 관계자들은 8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 제공 한교총
교원 채용 시 교육청 위탁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일부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과 미션스쿨 관계자들은 8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 제공 한국교회총연합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사립학교의 투명성 및 채용 공정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가운데 일부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인사권을 빼앗기는 결과가 초래돼 사립학교의 자주권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단 교사가 들어와도 못 막는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1대 국회에 발의된 사립학교법 개정안 16건을 통합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대안을 8월 17일 의결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냈다. 국회 법사위도 8월 25일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했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 시 필기시험 의무화 및 시험을 교육감에 위탁 △이사회 소집 전 학교 홈페이지 등에 미리 공지 △관할청(교육청·교육부)의 징계 요구 대상자를 '학교장'에서 '학교장 및 교직원'까지 확대 △임원 결격사유 강화 및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임원은 당연 퇴임 △학교운영위원회를 자문 기구에서 심의 기구로 격상 △교원징계위원회를 5명 이상 11명 이하로 확대하고, 외부 위원을 2명 이상 포함하고, 외부 위원에 학부모 위원이 1명 이상 포함되도록 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구성 △교원징계위원회가 징계를 의결하면 관할청에 보고 △법인 임원과 친족 관계에 있는 교직원 공개 △부패 방지를 위한 행동 강령을 정관 또는 규칙으로 정하게 하고, 사립학교 회계 부정에 대한 형량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등이다.

일부 교계가 특히 반발하는 조항은 '교원 채용' 조항이다. 교사마저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건학 이념을 구현하겠느냐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법안 처리를 강행한 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전개하고 헌법 소원도 들어가겠다고 했다. "차라리 사학을 없애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김종준 대표회장),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재훈 이사장) 등 일부 교계 단체는 8월 24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학교 교원 임용 교육감 위탁 강제 입법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철·김종준 대표회장을 비롯해, 한동대 이사장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숭실대 이사장 박광준 대표, 예닮학원 이사장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등 주요 학교법인 이사장도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기독교 학교는 기독교적 건학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로서 그 설립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 학교의 본질적 존립 이유이다. 따라서 기독교 학교는 '기독교적 건학 이념 구현'과 '학교 발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인사권이 반드시 자주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법안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기독교 사학은 교원의 임용권을 박탈당할 뿐 아니라, 건학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비신앙인, 타 종교인, 심지어 이단들의 침투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도 주장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는 8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법안이 의무화한) 필기시험은 전체 채용에서 비중이 굉장히 크다. 필기시험 석차가 나왔는데 그걸 무시하고 면접에서 다시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 또 공정성 문제가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성적순으로 뽑다 보면 건학 이념과 맞지 않는 교사를 뽑을 수도 있고, 비기독교인만 상위권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독교적 건학 이념을 추구하는 사학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박 교수는 "어떻게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벌백계를 해서라도 채용 비리가 터진 곳은 100% 위탁시키든지 해야 한다. 그러나 특히 기독교 사립학교는 건학 이념이 굉장히 중요한 곳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공립학교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정부에서 사립학교가 정체성을 존속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운영이 어려운 사학의 경우 차라리 정부가 매입해 공영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건학 이념이 중요한 학교에 대해서는 자립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은 이사장 고유 권한
'채용 비리' 연달아 터지자
'공개 시험 의무화' 법안 나와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사 채용은 임용권자(학교법인 이사장)의 고유 권한이다. 공립학교 교원은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하지만, 사학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자율적으로 교사를 채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교육청에 선발 권한을 위탁했다. 선발 방식도 정해진 게 없어서 필기시험을 학교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었고, 아예 필기 없이 면접만 보기도 했다.

그런데 만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차 필기시험이 의무화되고, 이 시험도 학교 자체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교육청 주관으로 못 박게 된다. 이렇게 하면 뒷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하거나, 아예 시험도 없이 짬짜미로 교사를 채용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법안이 나온 이유는 잊을 만하면 언론에 등장하는 '사학 채용 비리' 때문이다. 감사원이 2018년 발표한 '교원 양성 및 임용 제도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사립학교 법인 269곳에서 867명이 불공정 채용 사례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사립학교에서는 교사를 채용하면서 1차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면접시험만 실시하는 등 사실상 무시험으로 교사를 채용하거나 합격자를 사전에 내정한 후 시험은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경쟁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고, 교육부에 채용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이런 관행은 지금도 언론에 종종 보도된다. 2020년 11월 개신교 사학 재단 ㅌ학원이 정교사 채용을 대가로 기간제 교사들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채용에 합격한 기간제 교사 13명은 적게는 6000만 원, 많게는 1억 1000만 원씩 총 18억 원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답안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 수사로 3명이 구속된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논의 끝에 필기시험 및 교육청 위탁 의무화 조항을 넣기로 했다. 단 교육감이 승인하는 경우에는 필기시험을 안 보거나 자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뒀다. 8월 17일 박찬대 교육위원장직무대리가 사학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 교육위원회는 논의 끝에 필기시험 및 교육청 위탁 의무화 조항을 넣기로 했다. 단 교육감이 승인하는 경우에는 필기시험을 안 보거나 사학 자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뒀다. 8월 17일 박찬대 교육위원장직무대리가 사학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논의가 오갔다. 이 규정과 관련해 21대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총 3개였다. △필기시험 실시 및 교육감에 위탁(서동용 의원 안) △전 채용 과정을 교육감에 위탁(윤영덕 의원 안) △단독 채용 또는 타 학교법인과 협의해 채용하거나 교육감에 위탁(곽상도 의원 안)하는 것으로, 국회 교육위원회는 논의 끝에 서동용 의원 안에 가까운 대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여야는 4월과 8월 두 차례 법안심사소위에서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비례대표)은 4월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미션스쿨이라든가 특정한 종교적 이념에 의해 설립된 사학은 건학 이념에 맞는 사람을 교원으로 뽑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특히 교육청이 관여해서 교사를 선발하면 그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최근 감사원에 고발당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례도 거론하며 "특정 단체 사람들이 교사로 선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전국 사립학교 1년 예산(2020년 기준)이 12조 3000억 원인데 그중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정 결함 보조금이 8조 9000억 원에 이르고, 신규 교원 채용 시 인건비도 정부가 부담한다며, 사학이 이에 걸맞은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광주동구남구갑)은 4월 27일 회의에서 "인건비의 거의 대부분을 국가재정으로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1차 관문인 필기시험 정도는 국공립에 준하게 설계돼야 사립학교도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용인시정)도 8월 18일 회의에서 "1차 시험의 경우에는 필기시험이고 기계적으로 시험 점수 조작이 없도록 막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것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해서 실시하도록 하고, 2차·3차처럼 오히려 재량권이 많은 부분에 대해서는 사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시·도 교육감이 교원들을 마음대로 자기 원하는 성향의 사람을 뽑으려고 했다면 차라리 2차·3차 전형 부분을 위탁해야 맞을 것"이라고 법안 반대 논리에 반박했다.

국회에 따르면 현재 사립학교 1769곳 중 64.6%가 교육청에 교원 선발을 위탁하고 있다. 2016년 29%, 2017년 38%, 2019년 51% 등 해마다 위탁을 의뢰하는 사립학교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에서는 이미 많은 사학이 교육청에 교원 선발을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는 논의도 나왔다.

그런데도 미션스쿨 등 특별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자, 국회는 "시·도 교육감에게 승인받은 경우 필기시험을 보지 않거나 위탁 시험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넣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기시험 전면 의무화에 끝까지 반대했으나, 결국 다수결을 넘지 못했다.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교육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갔다.

교회협 교육위는 찬성
"종교 가려서 뽑는 일은 현재도 위법
사학법 개정 반대는 결국
아는 사람만 뽑겠다는 것"

반면 사학법 개정을 찬성하는 교계 목소리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위원회(박경양 위원장)는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육위원회는 8월 25일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가 사회적 신뢰를 획득하고, 학부모와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박경양 목사는 3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학법이 개정된다고 건학 이념이 침해받는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 목사는 "현행법상으로도 지원 서류에 세례 증명서 같은 것을 낼 수 없게 돼 있다. 세상에 어떤 이단이 자기 이마에 이단이라고 표 붙이고 들어오나. 자기가 아는 사람이어야 저 사람이 교회를 다니는지, 십일조는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한교총 주장은 '아는 사람 뽑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 사학은 선교나 기독교적 가치를 자꾸 강조하는데, 영어 가르치라고 영어 선생 뽑는 거다. 그 사람을 선교하라고 뽑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적으로 잘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거다. 학습권 보장이 목표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유독 개신교계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가톨릭이나 불교계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그 학교들도 전부 종단이 운영하는 곳인데 건학 이념이 안 중요한가. 그렇다고 불교계 고등학교 교사가 목사 아들한테 아침마다 반야심경 외우게 하는가. 이런 식으로 기독교 사학이 자꾸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사학의 입지만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8월 31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에 사학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여야가 언론중재법을 놓고 대립 중이어서 본회의 일정이 불투명하지만, 상정이 불발되면 9월 1일부터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유력 대권 주자가 사학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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