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가 있어요?

신하균: 특별히 생각나는 분은 없는데…

리포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나요?

신하균: 잘 모르겠…

리포터: (대체) 어떤 얘길 하고 싶으세요?

신하균: 별로 뭐…" (2008년 2월 6일 SBS '한밤의 TV 연예' 인터뷰 중에서)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배우 신하균 특유의 인터뷰 스타일을 아는지? 인터뷰어가 던지는 질문에는 나름의 의도와 예상 답변이 있다. 인터뷰 대상으로부터 어떻게든 의미를 도출해 내기 원한다. 그 의도와 예상을 모두 깬, 의미 없고 독특한(?) 답변을 던져 인터뷰어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게 '인터뷰하기 제일 어려운 연예인'으로 꼽히는 '신하균식' 스타일이다. 기자가 '1인 출판사 인터뷰'를 위해 만난 도서출판 100 김지호 대표(39)가 딱 그랬다. 세상에 어떤 인터뷰어가 '출판사 이름'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너무 의외라서 재차 묻고 또 물었다.

오해는 말자. 김지호 대표와 나눈 대화에 의미가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만일 그랬다면 이 기사는 발행되지 못했을 테니). 인터뷰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민망해하는 김 대표의 웃음과 예상치 못한 답변에 기자가 터뜨린 웃음이 하도 많아 기사에 '(웃음)' 표시를 몇 번 넣어야 할지 고민했을 정도로.

배우 신하균의 인터뷰 스타일….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갈무리
배우 신하균의 인터뷰 스타일…. 유튜브 채널 디글 :Diggle 갈무리

도서출판 100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있다.

"저희는 신학 서적과 철학 서적을 만듭니다. 우리가 어떤 책을 만드는지, 왜 만드는지 스스로도 항상 질문해 보지만,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만드는 책이 겸손과 사랑을 더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도합니다.
 

'신께서 그대를 사랑받도록 지으신 것같이 진심으로 부드럽게.' (푸쉬킨, 1830)"

출판사 이름에 의미가 없다는 점도 그렇고, 소개 글이나 인터뷰 답변 내용을 보아, 김지호 대표는 '어떤 일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규정하지 않는 것' 혹은 '확실한 답에 고착되지 않는 것'을 지향하는 것 같기도 했다.

철학을 공부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김지호 대표를 6월 28일 서울 중구 필동 카페바인에서 만났다. 그와 나눈 도서출판 100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무장한 그의 매력에 빠질지 모르니 조심.

- 자기소개 부탁한다.

김지호라고 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현재 도서출판 100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딱히 자기소개를 준비해 오지 않아서…. 주변에선 '대표'라고 부르고 명함에는 '편집장'이라고 적어 넣었는데, 사실 대표도 이상하고 편집장도 이상하다. 뭔가 회사에 사람이 좀 있어야 쓸 수 있는 호칭인 것 같은데, 혼자 일하는 마당에 이렇게 불리니 좀 민망하다.(웃음)

- 출판사 이름이 '100'인 이유가 궁금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혹시 '100권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물어보는데 사실 아무 의미도 없다.(웃음)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간단한 숫자로 지었다. 회사 로고도 어쨌든 출판사 표시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숫자 '100'을 색깔 있는 정사각형 1개와 빈 정사각형 2개로 형상화하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만들었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 안 나지만 '6○○디자인'이라는 회사도 있고, '101아키텍쳐스'라는 유명한 건축회사도 있는데, 나는 그게 트렌드인 줄 알았다. 거창한 이름보다는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멋있는 이름을 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되긴 한다.(웃음)

'1인 출판사 인터뷰' 3번째 주자는 '도서출판 100' 김지호 대표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1인 출판사 인터뷰' 3번째 주자는 '도서출판 100' 김지호 대표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1인 출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가.

책을 좋아했지만 원래부터 출판사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은 대학 때 전공한 철학 공부를 계속 이어 가고 싶었다. 뭐, 지금 보면 공부가 적성에 안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관둔 것 같기도 하다.(웃음)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책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어, 이거 내가 혼자 해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10월 말에 회사를 관두고 출판사를 시작했다. 기존 회사가 50~60대까지 다닐 만한 곳도 아닌 것 같아서 아내와 상의 후 출판사를 해 보겠다고 나섰다.

사실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는 시장 규모가 어떤지 잘 몰랐다. 조사를 철저히 하고 시작해야 했는데, 그때는 몸도 튼튼해서 '이거 하다 안 되면 몸으로 하는 다른 일 하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순진하게도 책 한 권 내면 5000권에서 1만 권은 그냥 팔릴 줄 알았다. 나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아무리 못해도 1만 명은 있겠지 싶었다. 이렇게까지 안 팔릴지는 전혀 몰랐다.(웃음)

- 첫 책이 2017년 1월에 나왔다. 레슬리 뉴비긴의 <종결자 그리스도>와 헤르만 바빙크의 <교회 분열에 맞서>였다. 아주 얇은 책이었는데, 첫 책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

첫 책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닌데…. 그냥 내가 레슬리 뉴비긴을 아주 좋아해서 그분 책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뉴비긴의 주저들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다 나왔더라. 남은 책 중에 괜찮다 싶은 것을 고른 게 <종결자 그리스도>였다. 처음 시작하는 김에 얇은 책 하나 내 보자 하는 것도 있었다. 그동안 읽어 본 뉴비긴의 책들은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다 괜찮았다. 뉴비긴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교회 분열에 맞서>를 낸 이유는, 평소 '교회 일치'에 관심이 있는데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다루고 있는 책이라 선택했다. 이 책 마지막에 "기독교는 신앙의 다양성을 초월하지 않고 다양성 속에 현존한다"는 표현이 있다. 굉장히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바빙크는 보수 진영에 통하는 스피커지 않나. 논리보다 신뢰가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서, 보수 진영에서 신뢰받는 스피커의 말을 빌려 교회 일치 메시지를 소개하고 싶었다. 추가로, 이분은 돌아가신 지 오래돼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 돈이 적게 든다는 점도 고려했다.(웃음)

-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 등 철학 분야 책을 많이 내고 있다. 특히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윤리와 무한> 재출간은 철학 출판사가 아닌 기독교 1인 출판사의 기획이라기엔 놀랍기까지 했는데. 원래 철학 출판에 대한 지향이 있었나.

사실 한 번도 기독교 출판사를 표방해 본 적은 없다. 나는 도서출판 100이 일반 출판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들 기독교 출판사로 알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기독교 출판사처럼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 출판사라는 규정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다.(웃음)

처음부터 홈페이지에 "철학 서적과 신학 서적을 출판합니다"라고 써 붙이고 시작했지만, 사실 철학 서적은 거의 못 냈다고 봐야 한다. 철학 서적을 독자로서 읽을 때와 편집자로서 읽을 때 난이도가 너무 다르더라. 독자로서는 조금 이해가 덜 돼도 슥슥 넘어가며 읽으면 되는데, 책을 내는 입장에서는 모든 문장을 이해해야 하니까 어렵기도 하고 함부로 손을 못 대겠더라. 더 본격적으로 내야 하는데, 겁이 나서 자꾸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20대 초반에는 선교사를 하고 싶었다. 선교사가 되려면 어느 정도 경건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경건해지려고 노력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대체 하나님은 왜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같은 고민을 하다가 답을 찾고 싶어서 이런저런 신학 서적을 읽었다. 책마다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달라서 계속 근거를 찾아 올라가다 보니 결국 사유 방식의 토대는 '철학'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윤리와 무한> 같은 경우, 내가 기획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레비나스가 1990년대에 인기가 있다가 지금은 좀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김동규 선생님(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이 제안해 주셨고, 마침 새로 나온 <전체성과 무한>(그린비)이 잘 나가는 것을 보고 출간을 결정했다. 레비나스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책이라, 기존에 나왔던 책이 절판이 된 후에도 중고로 고가에 거래됐는데, 저렴한 가격에 완전히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새로 구입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김지호 대표는 '교회 일치'에 관심이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지호 대표는 '교회 일치'에 관심이 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 <개혁신학 용어 사전>·<윤리학 용어 사전>·<철학·변증학 용어 사전> 등 사전류도 다수 펴냈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출판사를 시작했는데 수입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어떻게든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알맹e' 맹호성 이사님이 번역료를 본인이 다 내겠다며 같이 출간을 진행해 보자고 하셔서 덥석 물었다.(웃음) 아마 내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알고 배려해 주셨던 것 같다. 알맹e에서 전자책을 냈고, 나는 종이책을 냈다.

- 개념어나 한문에 대한 지식이 없어 철학·신학 서적 이해가 어려운 독자들을 위한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딱히 그런 생각이 있지는 않았다.(웃음) 뭔가 도움을 줄 만한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눈앞에 닥친 금전적인 이유가 제일 컸던 것 같다. 전에 나온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이 나름 잘 나가서 비슷한 사전 종류가 잘 팔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면 '사전 부문'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지 않나. '이걸 독과점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냈다.(웃음) 특히 전자책 사전 시리즈는 검색은 물론 표제어가 본문에 등장할 경우 링크로 연결돼 간편히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책을 고르고 기획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그냥 돈이 되면 다 하는 건가.(웃음)

나 자신을 딱히 '기획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뭔가 체계 있게 계획적으로 일하는 것 같지 않다. 물론 지향하는 바는 있지만, 결론은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낸다. 회사에서 일을 했다면 '왜 이 책을 내야 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다 보니 별 반성 없이 직관대로 출간하는 것 같다.(웃음)

관심 있는 기독교 분야 중 하나는 '교회 일치'다. 가톨릭 조직신학 책에서 몇몇 주제를 책으로 낼 계획이다. 개신교와 가톨릭이 생각보다 많이 일치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내 신앙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나는 이걸 '확고부동한 성경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장로들의 유전'이었다든가, 내가 보기에 성경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문화'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내가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이를 교정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내고 싶다.

- 1인 출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마케팅' 문제는 어떻게 풀어 가고 있나.

가장 좋은 방식은 책을 어느 정도 만들고 마케팅을 잘해서 많이 파는 건데… 나는 마케팅에 소질도 없고 책을 사서 공부해도 방향이 잘 안 서더라. 여러 실험도 해 봤는데 판매량과의 상관성도 찾기가 어려웠다. 사실 마케팅엔 손을 놓은 상태다.(웃음) 페이스북에서 홍보하는 정도? 경험상 어떤 셀럽이 띄워 주지 않는 이상 판매량이 올라가거나 하진 않더라. 들인 노력에 비해서 잘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내는 책이 마케팅을 할 만큼 대중적인 책도 아닌 것 같고.(웃음)

-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와 협업한 '에라스무스총서'를 4권 발간했는데, 어떻게 협업이 시작된 건지 궁금하다. 혹시 다른 출판사·업계과 따로 컬래버레이션 기획을 하고 있는 것이 있나.

원래 메롤드 웨스트팔의 <교회를 위한 철학적 해석학>을 김동규 선생님과 작업해 내려고 했는데,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에라스무스와 연결이 됐고, 서로 지향점이 비슷한 것 같아 함께 출간하게 됐다. 조만간 제임스 K. A. 스미스의 <누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두려워하는가>를 재번역해 출간할 예정이고, 그 외에도 몇 권 더 계획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출판사와의 컬래버레이션 계획은 아직 없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사회성도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고.(웃음) 여러모로 혼자 일하는 게 편해진 것 같다.

도서출판 100이 출간한 책들. 사진 제공 김지호
도서출판 100이 출간한 책들. 사진 제공 김지호

- 직전 인터뷰에서 감은사 이영욱 대표가 김 대표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을 줬고, 두 분 사이엔 어떤 인연이 있나.

사실 큰 도움을 준 건 없고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자잘한 내용을 알려 준 거다. 내가 출판사 하는 걸 옆에서 보고 바람이 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이영욱 대표와는 어려서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고 대학부 땐 같이 학생회 활동도 했다. 내가 이 대표 누나와 친구이기도 하다. 세상 물정 모를 때부터 20년을 넘게 알고 지냈으니 가족 같은 사이다.

- 지금까지 낸 책 중 유독 애착이 가는 책과 아픈 손가락 같은 책이 있을 것 같다. 각각 한 권씩만 소개해 준다면.

아무래도 <겸손한 뿌리>에 가장 애착이 간다. 이 책은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다. '겸손'에 대해 이야기로 풀어낸 책인데, 이 주제를 다루는 책이 생각보다 별로 없지 않나. 책에 담긴 신앙적인 통찰도 괜찮았던 것 같고, 무엇보다 나부터가 그 책을 작업하며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지금도 그 책이 준 교훈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판사 컨셉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야심차게 낸 대중서이자 신앙 서적이어서 기대가 있었는데 판매량은….(후략)

가장 안타까운 책은 앤서니 르 돈의 <역사적 예수>다. 이 책이 한 300권 팔렸나…? 모범적인 글쓰기를 보여 준 책이었던 것 같다. '이런 걸 이렇게 쉽게 풀어낼 수 있나? 이 사람은 글쓰기의 천재다'라고 생각했다. 역사적 예수 연구의 맥락을 아는 분이 읽으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다. 참 괜찮은 책인데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아서 아쉽다. 어떻게 보면 출판사를 잘못 만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웃음)

- 모든 책에 전자책을 내고 있다. 아무래도 책의 질감, 냄새, 밑줄을 긋고 메모할 때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편이라 전자책에 손이 가지 않더라.(웃음)

나도 잘 안 봐서….(웃음) 수요가 있으니 만들긴 하는데 애용하지는 않는다. 전자책의 장단점이 있는데, 검색을 해서 아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있지만, 그것도 '워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책을 볼 때 인상적인 부분은 지면상의 위치로 기억하는 편인데, 이런 경우 전자책은 내용을 찾아보기 불편하다. 책을 전체적으로 읽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하는 편이라, 종이책이 편하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이제 집에 책을 놓을 공간이 없다. 더 샀다간 집이 무너질 것 같은 걱정도 있고.(웃음) 공간 부족으로 언젠가 전자책을 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전자책을 읽도록) 기자님을 설득한다고 하면 <뉴스앤조이>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웃돌 만큼 월급을 획기적으로 올려 주지 않는 이상 아마 곧 전자책을 구입해야 할 거다.(웃음)

- 책의 중요도와는 별개로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 있다. 이를테면 <교리의 종말> 같은 경우, 좋은 책이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도 팔려야 출판사 운영도 가능할 텐데.

시장성에 맞춰서 가격 조정을 하고 있다. 굳이 시장성이 없는 책을 두고 '이 책은 중요하니 꼭 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외국에서는 그런 문화가 잘 정착돼 있어서 한 권에 15~20만 원 하는 책도 많다. <교리의 종말>은 판매를 염두에 두고 낸 책은 아니었다. 어렵기도 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곧 출간될 <교리의 본성>보다 먼저 나왔다는 거다. 원래 <교리의 본성>은 다른 출판사가 계약을 했다. <교리의 종말>은 출판 기한이 돼 우리가 무조건 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런데 해당 출판사가 <교리의 본성> 출판을 포기했다. 그래서 내가 가져왔다.(웃음) 아무래도 <교리의 본성>을 먼저 읽어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재정은 타 출판사 전자책 작업과 책 내지 외주 작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외주가 없었다면 좀 더 시장성에 신경을 썼을 텐데,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이 되고 있어서 나름 자유롭게 책을 내고 있다. 3~4년 전에는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워서 교통비를 아끼려고 30분 환승 시간 내에 모든 업무를 끝내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생계가 유지되고 있다. 요즘은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외주를 조금 줄이려고 한다.

-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 출판사 입장에서 목표하는 것과 독자들의 수요 사이 간극 혹은 괴리가 느껴지는 지점은 없나.

독자들 입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도 책을 잘 안 봐서 책을 안 산다고 뭐라고 할 수가 없다.(웃음) 사실 출판사 시작하고 하루 종일 편집을 하다 보니 책을 거의 못 봤다. 요즘은 유튜브 콘텐츠가 또 얼마나 재밌나. 어찌 보면 책을 안 사는 게 당연하다. 내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책을 홍보하고 독자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필요에 맞는 책을 내면 알아서 수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김지호 대표는 책을 잘 보지 않는 독자들에게 공감한다고 했다. 본인도 잘 안 본다면서...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지호 대표는 책을 잘 보지 않는 독자들에게 공감한다고 했다. 본인도 잘 안 본다면서…. 뉴스앤조이 여운송

- 주변에서 1인 출판을 한다고 나서면 적극적으로 권하겠나. 그동안 운영하며 느낀 1인 출판의 장단점은 뭔가.

우선 '회사원'과 '자영업자'의 차이를 고려하라고 말하고 싶다. 회사원은 조직에 매여 있기 때문에 내가 창출한 결과물에 보람을 조금 덜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스트레스 혹은 시너지를 경험할 수도 있겠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자유롭게 일하고 놀고 싶으면 놀 수 있다. 아직까지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웃음) 명목상으로는 그렇다는 거다.

아직까지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해서, 내일의 먹을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놀지 못하고 있는데, 어쨌든 놀 수 있는데 안 노는 거랑 눈치 보며 놀지 못하는 것은 많이 다르지 않나. 1인 출판은 돈만 있다면 언제든지 프랑스 센강변에서 노트북 펴고 일할 수 있으니까.(웃음) 또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책이 더 자식같이 느껴지고 생산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오롯이 창조할 수 있는 기쁨이 큰 것 같다. 위험도 본인이 부담하고 이득도 본인이 가져가는 거다. 그리고 자기 이름에 브랜드가 있는 사람이라면 1인 출판사를 시작하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기독교 출판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현재 기독교 출판 지형에서 도서출판 100이 점하는 위치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미래의 목표나 지향을 밝혀 줘도 좋겠다.

기독교 출판사 정체성이 맞는 것 같다. 이제야 정체성을 찾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지향점은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렇고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는 것이다. 청바지를 살 때도 진열된 종류가 여러 가지인 게 좋듯, 또 하나의 옵션, 또 하나의 출판사가 되고 싶다.

아직도 정확한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떤 때는 이런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저런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종합해 어떤 방향성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처음에는 철학·신학 전문 서적만 내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겸손한 뿌리>를 내면서 다 틀어졌다.(웃음) 조카가 생기니까 아동 출판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최근엔 아내가 수필을 쓰고 싶은데 출간해 줄 수 있겠냐고 묻길래 다른 출판사 알아보라고 했다.(웃음)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내고 싶은 책이 달라지는 것 같다.

- 출간 계획을 살짝 소개해 준다면.

일단은 조지 린드벡의 <교리의 본성> 25주년 기념판이다. 교리의 본성을 전통적인 '명제적 성격', 슐라이어마허 이후 '경험-표현적 성격', '언어-문화적 성격'으로 분류하고, 각 관점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 검증함으로써, '언어-문화적' 관점을 취할 때 실제 교리 사용 방식이 가장 잘 포착되고, 또한 왜 그런 관점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를 논한다. <교리의 종말>과 비교해서 보기에도 좋다. 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폴 E. 카페츠 <그리스도교의 신: 역사적 개관>도 곧 나온다. 그리스도교 신관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 왔는지 다루는 책이다. 성문화되기 전 구약부터 제2성전기와 신약 시대를 거쳐 고대·중세·근대·현대 모두를 아울러 굉장히 정리가 잘된 책이다.

- 도서출판 100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한다.

나는 '100 독자'라고 하는 말에 실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이 책 혹은 저 책, 개별 도서에 대한 독자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 독자층을 상정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다. 왠지 내 마음대로 못하고 눈치를 봐야 할 것 같고.(웃음) 물론 항상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자유롭게 살려면 그런 것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일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주님은 우리 각 사람을 다르게 지으셨는데, 그러다 가끔씩 서로 덕질이 맞으면 좋은 거고. 어쨌든 도서출판 100이 출간한 책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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