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 주장에 동조하는 '극우파 개신교인'이 전체 개신교 인구의 10%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지앤컴리서치와 전국 19세 이상 스스로 보수 개신교인으로 응답한 570명을 대상으로 9월 2~6일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11월 18일 연 제10차 교회 탐구 포럼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에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는 0점(진보)부터 10점(보수)까지의 척도 중 자신의 정치 성향이 7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들로 정했다.

설문 조사는 크게 △정치 성향 및 현재 이념 상황에 대한 인식 △태극기 집회에 대한 인식 및 행동 △개신교 극우파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결과는 △행동형(사안에 대해 보수적 의견이며 태극기 집회 참여 등 행동적) △소극형(특별한 의견 없으며 집회에도 호감 보이지 않음) △이념형(보수 이념에 투철하나 덜 행동적임) △진보형(사안에 대해 진보적 의견이 있으며, 태극기 집회에 부정적 태도) 등 4개 군집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행동형과 이념형은 '극우 성향', 소극형과 진보형은 '비극우 성향'으로 나뉜다.

참석자들에게 극우파를 어떻게 규정하면 좋을지 물어본 결과(1+2순위 합산), 친북 좌파를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4.4%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언행이 과격한 사람(35.1%)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언제든 행동하는 사람(30.1%), 말이 안 통하는 사람(29%) 순이었다.

극우파에 대해서는 부정적 응답이 61.8%, 긍정적 응답이 38.2%로 나타났다. 본인이 극우파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18.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스스로를 비극우파로 인식하는 이들이 81.1%로 훨씬 많았다.

정재영 교수는 보수 성향을 묻는 10점 척도 질문에서 7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개신교인 570명을 대상으로 보수 개신교인의 정치의식을 묻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스스로를 극우파로 인식한 보수 신자 비율은 18.9%였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정재영 교수는 보수 성향을 묻는 10점 척도 질문에서 7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개신교인 570명을 대상으로 보수 개신교인의 정치의식을 묻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스스로를 극우파로 인식한 보수 신자 비율은 18.9%였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처음부터 보수 성향이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72.1%, 전에는 보수가 아니었지만 보수화했다는 사람이 27.9%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을 갖게 된 계기 1위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40%)이었으며, 2위가 박정희 대통령 업적(26.5%)이었다.

보수 성향을 갖는 데 영향을 미친 요인을 물었을 때, 누구로부터도 영향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55.8%로 과반수였다. 외부 요인이 있었다는 이들 중에는 1위가 언론(18%), 2위가 부모님(16.8%)이었고, 3위는 교회 지인이나 목회자(7.6%)였다. 태극기 집회 참여 경험자 혹은 참여 의향자, 전광훈 지지자 계층에서, 교회 지인·목회자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정치 뉴스나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는 방송 뉴스(37.8%), 포털·소셜미디어(21.9%), 신문(20.7%), 유튜브(14.2%) 순으로 나타났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 매체가 58.5%를 차지한 가운데, 전통 매체에서 가장 신뢰하는 신문은 <조선일보>(46.6%)였고, 방송은 TV조선(23.5%)이었다.

한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형태의 매체도 36.1%로 적지 않은 점유율을 보였다. 가장 신뢰하는 유튜브 채널은 신의한수(22.7%), 가로세로연구소(12%), 황장수의뉴스브리핑(7.5%) 순이었다. 1·2순위를 합쳤을 때는 신의한수, 가로세로연구소, 공병우TV 순으로 나타났다. 극우 성향일수록 유튜브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이념에 대한 설문에서는, 개인 이익이 집단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결과가 약간 높게 나왔다. 집단에 다소 손해가 있어도 사익을 추구하겠다는 응답이 7.2%, 집단에 손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사익을 추구하겠다는 응답이 44.4%로 '개인 이익 우선'이 51.6%로 나타났다. 반면, 나에게 손해 가지 않는 범위에서 집단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응답은 27.2%, 나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집단 이익을 추구한다는 응답은 15.3%로 '집단 이익 우선'은 42.5%였다.

개인의 자유 보장과 제한에 대해 물어봤을 때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55.3%로 나타났다. 공익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응답은 31.9%에 그쳤다. 기업의 시장경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61.9%로,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한국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1.1%가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인지 물어보자, 사회주의화되고 있다(79%), 친북 좌파가 정부를 주도하고 있다(80.5%),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79%),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80.2%) 등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군집별로는 극우 성향에서 90%가 넘는 동의율을 보였고, 비극우 성향에서는 60%대가 나왔다.

역대 대통령 호감도는 박정희(66.2%), 이승만(49.1%), 이명박(48.8%), 노무현(46.1%), 김대중(44.5%), 박근혜(41.3%), 전두환(38.9%) 순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정당하다는 응답이 42.9%, 부당하다는 응답이 44.4%로 나타났다.

태극기 집회 참석은 11%
의향 있는 사람은 22%
교인·목회자 권유받아 참여 17.6%

태극기 집회 참석자는 응답자의 11% 수준이었으며, 불참한 89% 가운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 의향이 있는 사람은 22.1%에 그쳤다. 집회 참석자의 평균 참여 경험은 3.02번이었다. 집회 참석 권유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참석했다는 응답이 44.4%를 기록했다. 사회 모임이나 친구, 지인을 통해 간 비율은 20.2%, 교회 교인이나 목회자를 통해 참석했다는 응답은 17.6%였다.

태극기 집회는 비교적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집회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불만족이 66.1%, 만족이 29.3%로 나타났다. 집회 필요성에 대해서는, 57%가 사회를 위해 필요하기는 하지만 과격한 언동은 삼가야 한다고 응답했다. 꼭 필요하다는 응답은 15.8%, 사회를 어지럽히므로 필요 없다는 응답은 27.2%로, 과격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응답이 높았다.

집회 중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서는 실망하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수였다. 극단적 언행으로 실망했다는 응답이 34.6%,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8.5%였다. 반면, 전 목사 주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응답은 6.9%, 다소 지나친 언행이 있지만 주장에는 동의한다는 응답은 23.7%였다.

집회에서의 불만족스러운 점으로 역시 전광훈 목사 등 연사 발언이 너무 과격하다(29.4%)가 1순위로 꼽혔다. 2순위는 전광훈 목사의 발언이 하나님께 불경스럽다(20.4%)로, 역시 전 목사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전 목사 등 개신교와 목회자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가 62.3%, 찬성이 23.1%, 무응답이 14.5%로 부정 의견이 더 높았다.

집회의 긍정적인 면으로는, 현 정부에 경고할 수 있다(54.8%), 집회에서 비판을 마음껏 할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14.4%), 집회에 나가면 진실을 알 수 있다(10.4%) 등으로 나타났다.

수백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8·15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위험을 감안해 자제했어야 했다는 응답이 68.4%, 정부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필요했다는 응답이 27.9%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감염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집회 주최 측 문제라는 의견이 48.3%, 정부 문제라는 의견이 51.7%로 나타났다. 정부 문제라고 한 이들의 응답은 구체적으로 정부의 방역 실패(28.5%), 보수 인사만 집중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해 확진자가 부풀려짐(18.5%), 통계 조작(4.7%) 등으로 나타났다.

여러 선행 연구에서 한국교회 보수 개신교인 비율은 전체 30% 정도로 추정된다. 보수 개신교인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극우라고 응답한 이들과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극우 교인 비율은 보수 신자의 20~40% 사이로, 한국교회 전체 교인에서는 10% 내외로 볼 수 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여러 선행 연구에서 한국교회 보수 개신교인 비율은 전체 30% 정도로 추정된다. 보수 개신교인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극우라고 응답한 이들과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극우 교인 비율은 보수 신자의 20~40% 사이로, 한국교회 전체 교인에서는 10% 내외로 볼 수 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설문 결과를 소개한 정재영 교수는 "군집 분석 결과에서 이념형과 행동형, 즉 '극우 성향'으로 분류된 비율이 41%이고, 스스로 보수 정도(10점 척도)를 9나 10으로 선택한 이들이 21.6%, 태극기 집회 참석 의향자가 23%, 스스로 극우라고 응답한 사람이 18.9%, 전광훈 목사 주장에 동의한다는 사람이 30.7% 등으로 나타났다. 극우 개신교인 비율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보수 교인 중에서 극우 교인 비율은 20~40%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체 교인 중 보수층 비율이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극우파 교인의 비중은 약 6~12%로, 전체 개신교인 중 10% 정도가 극우 성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재영 교수는 "보수적 성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점은 현실 유지 및 기득권 수호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마저 결여될 수 있다. 이념에 바탕한 색깔 논쟁은 사상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초월의 이상과 경험의 현실 사이에 적절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창조적 긴장' 관계일 때에만 종교가 현실 사회에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 종교사회학자 로버트 벨라의 견해를 소개하며, 한국교회가 당파성을 넘어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개인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넘어서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수 세력은 더 이상 교회 안 찾는데
목회자·중직자 그룹은 계속 보수화
"젊은이와 갈등하면 공동체 전체 위험"
포럼 패널들은 극단적 성향을 배척하는 보수 개신교인들과의 접점을 찾고 이들과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포럼 패널들은 극단적 성향을 배척하는 보수 개신교인들과의 접점을 찾고 이들과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포럼 패널로 나온 김지방 대표(<쿠키뉴스>)는 "그동안 보수 세력이 대중적 지지를 받기 위해 교회를 호출해 왔지만, 지금 결과를 보면 굳이 교회가 필요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신앙적 이유로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는 비율도 낮다. 언론이나 사회에서 보는 것처럼 '태극기 집회는 개신교 집회다, 개신교 전체가 극우 보수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보수 정치 세력에서 교회가 필요했기 때문에 교회를 호출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교회 스스로 '우리는 보수적인 집단이다'라고 생각하고 설교를 통해서 보수적인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도 굳이 교회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고마워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보수 정치 이념과 교회 신앙을 굉장히 동일시해 온 분들은 굉장한 위기감을 느껴야 할 상황"이라고 봤다.

정재영 교수는 이번 설문 결과에서, 목회자와 항존직(중직자) 그룹에서 더욱 강한 보수·극우 성향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회 전체의 인식, 즉 대중의 생각과 중직자·목회자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미국에서도 교회 중직자나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보수화해서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찬가지로 젊은 층이나 생각을 같이하지 않는 일반 성도들이 (중직자와의 갈등으로) 이탈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보수 개신교인과의 접점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지방 대표는 "태극기 집회에 갔을 때 의정부에서 온 노년 참가자를 만났다. 교회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대화하다가 내 짜장면값까지 내고 갈 정도로 마음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왜 과격하게 비칠까. 마이크를 잡은 전광훈 같은 사람이 너무 과격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설문에서 집회의 과격성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이들이 왜 광화문까지 나왔을까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과잉 대표된 목소리를 걷어 내 이들과 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이번 연구 결과를 유튜브에 게시하고 홈페이지에 자료집도 올렸다. 지금까지 10차에 걸쳐 페미니즘, 종교개혁, 혐오, 제자 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한 후 이를 책으로 펴냈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이번 연구 결과도 조만간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