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보수 개신교인들도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는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보수 개신교인들만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다수가 전 목사 집회에 대해 △천박함 △선동적 △과격성 △헌금 모금 △신성모독 발언 등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11월 18일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제10차 교회 탐구 포럼을 열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의 정치의식을 조사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연구를 시행했다. 먼저 스스로를 보수 개신교인으로 의식하는 사람 32명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진행했다. 또 보수 개신교인 570명을 대상으로 보수적 가치 및 사회 현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FGI는 대상자들을 모아 직접 인터뷰하는 정성(질적) 조사다. 이번 조사 대상은 수도권 및 대구에 거주하는 20~69세 개신교인 보수층으로, 태극기 집회 참석 경험이 있고 향후에도 참석 의향이 있는 이들이었다. 단, 대구는 2~3월 코로나19 유행으로 집회 참석이 원활하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해 태극기 집회 참석 의향자를 대상으로 했다. 주최 측은 광주에서도 조사하려 했으나 보수층을 모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20~30대 1그룹, 40대 1그룹, 50~60대 1그룹, 대구 50~60대 1그룹 각각 8명이었다. 조사는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진행했다.

지앤컴리서치 김진양 부대표는 보수 개신교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정치의식을 조사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극우'로 대표되는 과격 행동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핵심적인 가치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비슷한 사고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지앤컴리서치 김진양 부대표는 보수 개신교인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정치의식을 조사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극우'로 대표되는 과격 행동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핵심적인 가치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비슷한 사고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한국 사회 좌파가 장악"
'극우 개신교'와는 선 긋지만
비슷한 사고방식 가져

FGI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진양 부대표(지앤컴리서치)는 대상자들에게 △한국 사회 동향과 혼란에 대한 인식 △보수적 이념을 갖게 된 계기 △존경하는 대통령 △보수의 정체성 △극우 및 애국 보수 이미지에 대한 의견 △태극기 집회 참석 계기 △교회 내 정치적 발언 여부 등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보수 성향 개신교인들이 한국 사회를 보는 키워드는 크게 △공산화 △국론 분열 △독재 3가지였다. 정부가 독재 정치를 휘두르면서 군인 사병 월급을 인상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조국과 윤미향 사태에서 끼리끼리 변호하는 모습을 보여 패거리 정치를 하면서 국론을 분열한다고 인식했다.

현재 한국 사회 헤게모니는 좌파가 장악했고, 언론과 시민사회도 전부 좌파가 잡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좌파가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도 장악했다", "좌파에는 유시민 같은 빅 마우스가 있는데 보수에는 그런 게 없다"고 응답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좌파 이념을 심었고,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하면서 보수 세력은 취약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한국 사회를 공산화, 국론 분열, 포퓰리즘 등의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보수 개신교인들은 한국 사회를 공산화, 국론 분열, 포퓰리즘 등의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교회탐구센터 유튜브 갈무리

이들이 생각하는 '보수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반공)와 시장경제 크게 두 가지였다. 그러나 '보수'와 '극우'는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극우는 △빨갱이로 낙인찍기 △과격성 △무식함 △태극기 집회 참석 등으로 나타났다. '애국 보수'라는 말 역시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람"으로 규정해, 극우파의 다른 표현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정치 성향을 0(극좌)에서 10(극우)까지의 구분한 후, 7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참석자들만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극우파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김진양 부대표는 "이들은 반공을 기치로 배타적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을 극우파라고 생각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인식은 같았다. 극우파와 선을 그으면서도 그들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는 어떤 계기로 참석하게 됐을까. FGI 참석자들은 박근혜 탄핵 반대 및 조국 사태가 집회 참석의 주요 이유라고 했다. 박근혜 탄핵 반대 때는 박근혜를 구해야 한다는 각성 차원에서 시작했고, 조국 사태는 우파를 총결집하는 계기로 '더 이상 나라가 망가지는 꼴을 볼 수 없다'는 구국 차원에서 모였다고 했다.

이런 집회 참석이 '우파 동지 의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진양 부대표는 "참석자들은 직장에서 대부분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데, 집회에 나가 보니 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심지어 눈물 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회적 분위기에 억눌리던 차에 태극기 집회에서 동질감과 용기를 얻었다는 의미로, 이는 우파 이념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하도록 권유한 주요 경로는 가족, 지인, 교회로 나타났다. 교회를 통한 집회 참석은 교회 차원의 공식적 참여보다, 교회 내 정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나 리더 교인과의 교감을 통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천박함 △선동적 △과격성 △헌금 모금 △신성모독 발언 등 비판적 의견이 다수였다.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광화문 한복판이라는 접근성, 수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대중성 때문이었다.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전광훈 집회에 나온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김진양 부대표는 보수 교인들의 과격성 때문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 부분이 완화되면 이들과 진정성 있는 토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진양 부대표는 보수 교인들의 과격성 때문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 부분이 완화되면 이들과 진정성 있는 토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인터뷰 연구를 주도한 김진양 부대표는 "한국의 이념 지형상 보수는 현재 소수파인데, 이들은 조국 사태 전까지만 해도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조국 사태 이후 '나라가 무너진다'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 주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떠나서, 자기들 스스로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 극우파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분들이 옆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이웃과 같은 모습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층 내에서도 과격성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극우 성향을 가진 이들이 보수 또는 전체 국민 사이에서 공존하려면 과격한 태도를 완화해야 할 것 같다. 먼저 태도 측면에서 거부감이 사라진다면 서로 토론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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